2012년 8월 30일 목요일

헌법재판관에 공안 검사 출신 2명… 보수색 덧칠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30일자 기사 '헌법재판관에 공안 검사 출신 2명… 보수색 덧칠'을 퍼왔습니다.

ㆍ새누리당, 안창호 추천… 진보인사 전무 가능성

새누리당이 29일 헌법재판관에 안창호 서울고검장(55·사법연수원 14기)을 추천했다. 안 고검장은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거친 대표적인 공안검사다. 

다음달 15일 출범하는 5기 헌법재판소는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박한철 재판관과 함께 2명의 공안검사 출신이 배치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재야 법조계에서는 재판소가 급속히 보수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사무차장은 “헌재는 정부의 기본권 침해를 견제하는 기구인 데 반해 검찰의 공안부는 정부의 견해를 실행하는 기구”라며 “평생을 공안을 생각하고 일해온 분들이 기본권을 수호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1988년 헌법재판소 개소 이래 검사 출신 재판관은 1명으로 시작해 1994년과 2000년부터 2명씩이었다. 그러다 2006년부터 다시 1명이 됐다. 공안검사 출신은 2기(1994~2000년)와 3기(2000~2006년)에 심리를 맡은 정경식·주선회 재판관이다. 두 사람은 대검 공안부장 출신이다. 이번에 검사 출신이 2명으로 다시 늘어난 것은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이 대법관 후보에서 낙마한 영향도 있다.

재야 법조계와 달리 오히려 헌재 관계자들은 공안검사 출신이 2명이 된 것에 대해 별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복수의 헌재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 기본권 문제를 다루고 고민하는 부서는 공안뿐이다. 박한철, 안창호 재판관은 모두 헌법연구관으로 파견 근무하면서 인권 감수성이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5기 재판소가 법조인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획일성의 정점에 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헌재 관계자는 “5기 재판소는 비슷한 색깔의 원로 법조인이 모이는 ‘경로당’이 된 느낌”이라며 “현재로서는 재야나 진보 성향이 1명도 없는 재판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번에 예정된 분들이 모두 인품이 좋은 것은 알지만 모두 관료 법조인에 똑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이라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5기의 이런 구성이 나오는 데에는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게 헌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날 자기 트위터에서 “공안통 출신 안창호 현직검사를 추천한 것은 박근혜 후보가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5기 인선에 대해 민주당은 말할 자격이 없다. 연수원 10기 출신이 법조계에서 퇴임하는 마당에 9기 법원장을 추천한 게 민주당”이라며 “이 때문에 대법원장과 새누리당이 부담 없이 같은 길로 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근 이진성 광주고법원장(56·10기)과 김창종 대구지법원장(55·12기)을 제청했다. 이번에 바뀌는 5자리 가운데 남은 1자리는 국회의 여야 합의 몫이다. 9월 후에도 계속 재직하는 재판관은 박한철 재판관 외에 이강국 헌재소장, 변호사 출신의 송두환, 여성인 이정미 재판관이다. 

여야 합의 몫으로 거론되는 재판관 후보로는 강일원 서울고법 부장판사(53·14기)와 권오곤 유고전범재판소(ICTY) 부소장(59·9기)이 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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