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9일 수요일

헌재 권고 1년…정부 ‘위안부 해법’ 전략도 의지도 없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8일자 기사 '헌재 권고 1년…정부 ‘위안부 해법’ 전략도 의지도 없다'를 퍼왔습니다.

외교부 “배상청구권, 당분간 중재위 회부 안해
”MB 독도방문 이후 최악 치닫는 한-일관계 의식
영토 문제로 초점 이동, 위안부 문제 심각성 외면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 나온 지 30일로 1년이 된다. 그러나 그동안 진전이 이뤄진 건 없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마저 부정하는 발언이 나오는 등 기존 태도에서 후퇴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데엔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이에 편승한 일본 보수 정치인들 탓이 크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우리 정부의 책임 역시 작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문제와 관련해 “당분간 위안부 문제를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중재위 회부 등은) 일본 내부 사정 등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며 “중재위를 통한 해결은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최종적인 분쟁해결 절차인 만큼 마지막 가능성을 남겨놓기로 했다”고 말했다.정부는 지난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일본에 두 차례(2011.9.15, 2011.11.15) 양자협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위안부 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태도를 고수했다.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이 문제의 중재위 회부를 늦추기로 결정한 것은, 이 대통령 독도 방문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가 지난해 11월 꾸린 ‘한-일 청구권협정 대책 자문단’의 전날 회의에서는 “기다린다고 일본 태도가 변할 조짐이 없는 만큼 중재위 회부로 청구권협정에 따른 절차를 마무리짓고 국제여론에 호소하는 등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가 도덕적으로 유리한 위안부 문제를 앞세워 한-일 과거사 문제를 풀어갔어야 했는데, 이 대통령의 독도 깜짝방문으로 초점이 영토 문제로 옮겨갔다. 반인륜범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위안부 문제의 본질이 흐려져 아쉽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의 몇몇 발언도 오해를 불러 위안부 문제 대응에 혼선을 초래했다. 이 대통령은 3월과 5월 두 차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법적인 것 말고도 인도주의 조처를 일본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혜적인 ‘인도적 조처’가 아닌 ‘법적 책임 인정’을 요구해온 위안부 피해자들 입장이나 정부 공식입장과는 어긋난 것이다. 이신철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는 지난해 8월 헌재 결정 뒤에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다가, 최근 갑자기 이 문제와 논리적 연계가 없는 독도 문제를 돌출적으로 들고나오는 등 일관성 없이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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