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0일 금요일

“용역업체엔 파업·철거 현장이 로또”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10일자 기사 '“용역업체엔 파업·철거 현장이 로또”'를 퍼왔습니다.

ㆍ경비업체 대표가 밝힌 실상… “일감 따면 큰돈”

“(노사 분규) 일감을 맡으면 ‘로또’에 당첨됐다고들 합니다. 법망을 피해 잘만 하면 1~2년 사이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도 벌 수 있습니다.” 

9일 경기지역 한 공단에서 만난 김철민씨(56·가명)는 “파업, 철거 현장에 용역경비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10년째 경비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서는 밥 먹고 살기가 힘든 게 이 업계의 실상”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단순 경비보다 몇 배나 많은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이 세계에서 흔히들 말하는 ‘노조 때려잡기’에 뛰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파업이나 철거 현장에 동원되는 용역경비 일당은 1명당 15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까지가 이 세계의 ‘공정가격’ ”이라고 덧붙였다. 보통 경비원 일당 5만~6만원에 비하면 많게는 5배나 되는 액수이다.

▲ 업체, 1명 일당 최고 30만원
일상 경비일보다 5배 많아
쌍용차, 한 달간 28억 지출

김씨는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사용자(회사) 측의 요구대로 폭력 진압에 나서면 일당은 더 높아지고 ‘성공 사례비’까지 챙기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쪽 시장은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용역경비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용역경비의 폭력과 불법행위가 상식을 넘어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2009년 6~8월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파업 때 쌍용차 회사 측은 경비업체에 1인당 일당 24만7500원씩 한 달간 380명에게 용역경비를 맡기면서 28억2150만원을 지출했다.

김씨는 “불법행위를 하다 적발돼 허가가 취소되면 조건을 갖춰 또 내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대표를 바꾸거나 아예 법인을 폐업하고 새로 등기를 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노사분쟁 전문 경비업체가 일부 공인노무사 사무소 등과 업무계약을 맺고 노사갈등 사업장의 정보를 공급받은 뒤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며 “사용자들을 컨설팅해주는 노무법인은 용역경비의 중요한 정보원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만원이 됐든 30만원이 됐든 실제 용역경비가 받는 일당은 얼마 안된다”고 말했다. 이 업계에도 하도급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영세한 경비업체의 경우 일감이 들어오면 일종의 프리랜서 격인 ‘프리팀장’을 통해 필요한 인원을 채운다”며 “프리팀장은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사람을 끌어모은다”고 밝혔다. 그는 “용역경비 100명 정도가 필요하다면 프리팀장은 3~5명 정도가 동원된다”며 “프리팀장 한 명당 용역 20~30명을 모집하지만 많게는 100여명을 데리고 다니는 프리팀장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일감을 수주한 원청 경비업체가 1차로 돈을 깎아 먹고, 하청업체와 프리팀장이 소개비조로 또 깎아 먹는다”며 “그러다 보면 사용자 측에서 아무리 일당을 후하게 줘도 실제 용역경비 한 명이 손에 쥐는 돈은 6만~7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업종별 전국 경비업체 수는 4151곳으로, 지난 4년간 639곳이 늘었다. 노사분규나 철거를 담당하는 시설경비업종이 3351곳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나머지 19%는 호송경비(52곳)·신변보호(514곳)·기계경비(140곳)·특수경비(94곳) 등이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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