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2-08-07일자 기사 '지치지 마, 포기하지 마, 돌아갈 거야'를 퍼왔습니다.
MBC를 마지막으로 언론사 파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회사 측의 보복 인사로 많은 동료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나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MBC를 마지막으로 언론사 파업이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마무리라는 말이 선뜻 와닿지 않는 상황입니다. (국민일보)도 그렇고, MBC도 그렇습니다. 회사 측의 보복성 인사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석류 조각에 혀끝이 닿은 것처럼 여전히 시큼합니다. 업무에 복귀한 지 닷새 만에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국민일보) 기자 6명은 ‘석 달 시한부 삶’을 살고 있습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노조를 떠나지 않았던 판매국 조합원 2명은 아무 연고도 없는 지방에서 객지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조합원이 파업 전과는 달리 낯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힘내십시오.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지금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어떤 가치도 없고, 조금도 힘이 되지 않을 이런 말뿐입니다.

ⓒ국민일보노조 제공 6월14일 <국민일보> 노조가 파업을 마쳤다. 복도에 노조의 게시물이 붙어 있다.
복종으로 일관하는 사원들께 묻는다
후배와 동료들이 이런 상황인데도 회사 측에 말 한마디 못한 채 복종으로 일관하는 (국민일보) 사원 여러분께 묻습니다. 동료들을 이렇게 놔둬도 되는 것입니까? ‘정말 이건 아니다’ 싶으면 부디 한 번만이라도 용기를 내보십시오. 여러분이 어느 때, 그들과 함께하는 용기만 냈더라도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파업 100일을 즈음해 열린 광화문 집회에서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낯익은 동료들이 적이 되어 우리를 공격하고, 낯선 이들이 동지가 되어 우리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 탓이었을까요. 2012년 4월13일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떠나올 때 정말 화가 났습니다. 앞으로는 누구의 말도 믿지 않겠다는 결심도 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의·염치·양심 따위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진 지 하루 만에 업무에 복귀해버렸던 선배, 조상운 노조 4년간 올린 임금을 이번 파업으로 한방에 다 까먹어버렸다고 말했던 후배, 파업도 못하는 노조가 노조냐고 목청을 높이더니 협상해야 한다고 돌아서버린 조합원, 검찰에 회사의 비리를 밝히겠다고 다짐하고는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동료. 그들이 현실적인 것인지, 내가 바보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뉴시스 조상운 (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2011년 10월 해직)
아이러니하지만 노조 파업 덕분에 (국민일보)는 창간 24년 만에 처음 자사 기자 출신 대표이사 사장을 배출했습니다. 많은 중간 간부들에게는 ‘나도 잘하면 사장이나 임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습니다. 부디 이런 희망이 냉소가 아니라 모든 이들의 꿈이 될 수 있는 (국민일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후배들이 질식 직전에 사표를 던지고 (국민일보)를 떠났습니다. 해고와 의원면직이라는 형식의 차이만 있을 뿐, 그들이 (국민일보)에 등을 돌린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여러분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떠나오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밖에서나마 (국민일보)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국민일보) 파업 173일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특별히 이강택 위원장님을 비롯한 전국언론노동조합 동지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가장 힘들 때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내준 친구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투쟁해준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웃는 낯으로 다시 봅시다.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2011년 10월 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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