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21일자 기사 '삼성·현대차 딸들 이번엔 중소 광고시장 ‘싹쓸이’'를 퍼왔습니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일기획 이서현·이노션 정성이, 독립 광고부서 조직
‘1업종 1사’ 불문율 깨고 경쟁·중소업체 광고까지 넘봐
영세업체, 매출부진 ‘허덕’…“대기업 입찰제한 제도 필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계열사 광고를 독식하는 것도 모자라, 이른바 ‘별동대’를 만들어 경쟁업체는 물론 중소 광고까지 싹쓸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의 별동대는, 기업비밀 누설을 막기 위해 업종당 한 기업의 광고만을 맡는 ‘1업종 1사 불문율’마저 깨뜨리고 있다.2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2007년 ‘더사우스컴퍼니’를 세웠다. 이노션은 지난해 ‘더캠페인랩’을 만들었다. 두 별동대는 본사와 별개의 독립 사무실을 쓴다. 더사우스컴퍼니는 서울 이태원동의 제일기획 대신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인근에, 더캠페인랩은 서울 역삼동 이노션 사무실 인근에 사무실이 있다.이들은 조직상 하나의 부서이지만, 영업은 독립 법인처럼 하고 있다. ㄱ기업은 올해 초 더사우스컴퍼니로부터 광고 입찰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기업 관계자는 “더사우스컴퍼니 관계자가 찾아와 ‘사무실도 강남에 있고 제일기획과 분리돼 있어 기업 비밀은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제일기획은 ㄱ기업의 경쟁업체인 ㄴ기업의 광고를 맡고 있지만, 더사우스컴퍼니는 별도 조직이어서 별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이노션 역시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 현대캐피탈의 광고를 독식해와 다른 금융권 광고를 따내지 못했지만, 더캠페인랩을 통해 경쟁업체 광고 수주에 나서고 있다.국내 광고 시장은 독립 광고회사들이 성장하기 힘든 구조다. 최근 한국광고협회가 발표한 ‘2011년 광고회사 취급액 현황’을 보면 20위 안에 토종 독립 광고업체는 찾을 수 없다. 10위권에서는 8곳이 대기업 소속이고, 나머지는 외국계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를 싹쓸이하는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행태를 두고 할 말을 잃고 있다. 한 광고업체 관계자는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서로 1위라고 다투면서 광고를 싹쓸이해 독립 광고업체가 설 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게다가 별동대는 중소 광고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광고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시엠(CM)전략연구소 경원식 소장은 “과거에는 제일기획 같은 큰 기업들은 1년 광고 집행 금액이 50억원 이하짜리는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그보다 훨씬 낮은 금액의 입찰에도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 광고회사를 살리려면 일정 금액의 광고 입찰에는 대기업들이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두 회사가 매출 늘리기에 혈안인 배경에는 ‘재벌 3세 딸’들의 경쟁심리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제일기획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 부사장이, 이노션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성이 고문이 일한다. 한 광고 전문가는 “두 회사 모두 재벌 3세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제일기획은 3세 경쟁 속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매출을 늘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비상장 기업인 이노션도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이 향후 상장시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매출을 늘리는 데 매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제일기획 관계자는 “더사우스컴퍼니가 (광고 집행 금액이) 작은 광고를 맡고 있지만, 에쓰오일 등 큰 광고도 맡고 있다”며 “자유분방한 아이디어를 위해 만든 조직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노션 쪽은 “기존 1∼4본부 외에 아이디어 중심으로 새롭게 접근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고 밝혔다. 또 별도의 사무실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두 회사 모두 “본사 건물이 부족해서”라고 답했다.한편 제일기획이 지난달 독립 광고회사 ‘프로그’를 인수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또다른 광고업계 관계자는 “제일기획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광고를 맡아 광고주들이 섭섭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달래려고 아예 독립 회사를 차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훈 권오성 기자 ljh9242@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