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6일 토요일

포괄수가제 의협 반발... "오히려 모든 질병군에 시행해야 한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15일자 기사 '포괄수가제 의협 반발... "오히려 모든 질병군에 시행해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민중의소리 정형준 인도주의실현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보건복지부가 모든 병·의원에 포괄수가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데 대해 의사들이 수술 거부까지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해 ‘집단이기주의’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의사들 사이에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 인하와 의료공공성에 대한 반감이 포괄수가제를 빌미로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현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15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점점 더 가열되고 있는 포괄수가제 논란 속에서 공공의료화의 본질이 감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정책국장은 “그동안 국민 의료비를 폭등하고 영리의료화 추진해온 정부가 그나마 약간의 개혁적 조치처럼 보이게 하려고 한 게 포괄수가제인데, 그것도 알고 보면 생색내기”라며 “하지만 그마저도 대한의사협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발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포괄수가제는 환자의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 지출 절감, 과잉진료 절제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환자는 포괄수가제에 적용되는 백내장, 제왕절개 등 7개 질병군에 대해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정부가 정해놓은 같은 가격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정액제 치료라고 할 수 있다.

복지부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모든 병·의원에 적용될 경우 환자 본인분담금이 평균 21% 절감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의협은 포괄수가제로 인해 수가가 낮아져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포괄수가제,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전체 질병 중 겨우 3%에 해당

그동안 규제가 대폭 완화돼 이윤을 전면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해 논란을 일으켰던 보건복지부가 이번에는 아이러니하게 민간병원 수익 추구에 제동을 거는 포괄수가제를 확대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 정 정책국장은 복지부가 추진하는 포괄수가제가 의료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생색내기’라고 꼬집었다. 

정 정책국장은 “추진 중인 포괄수가제는 단 7개의 질병군에만 적용되는데, 이는 전체 중 3%밖에 해당되지 않는다. 포괄수가제가 적용될 수 있는 질병군으로 좁혀도 겨우 5% 수준이다”라면서 “게다가 현재의 포괄수가제 자체도 선택진료비나 차등병실료 등 병원의 주된 수입원은 규제하지 않아 과잉진료를 막고 의료비 폭등을 막는다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정 정책국장은 “포괄수가제를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씩이라도 하는 게 낫겠지만, 그 뒤에서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의료산업화·민영화 등의 거대한 악행을 덮기 위해서 시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 정책국장은 “포괄수가제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7개만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적용될 수 있는 모든 질병군에 대해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 의협의 포괄수가제 격렬 반대 단초 제공

포괄수가제를 반발하며 수술 거부 의사를 밝힌 의협에 “비윤적이고 부도덕하다”는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의료공공성 확대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간파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5일 성명에서 “의료비절감과 보장성 강화를 위한다는 포괄수가제 도입은 이명박 정부의 기존 의료산업화 정책과 모순된다”며 “모순적인 정부의 정책이 의사협회의 포괄수가제 도입반대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 정책국장 역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는 “대출받아 개원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영리성이 짙은 경제적 목적에 종속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이렇게 민영화를 시켜놓으면 의사들이 모두 자영업자이거나 사장이 되기 때문에 정부의 작은 개혁조치에도 민감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2년 처음으로 부분시행된 포괄수가제는 2011년 당시 전국 병·의원 중 83%가 이미 참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모든 병·의원에 포괄수가제를 의무로 적용하고 내년부터는 종합병원까지 적용한다는 것에 의협이 수술 거부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언급하며 반발해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정책국장은 “영화 ‘식코’에서 나오는 민간자본 천국인 미국에서는 전체 병원 중 민간병원이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보다 높은 93%에 달한다. 그나마 건강보험 의무제로 버티고 있는 것이지, 우리나라 의료는 막장으로 가고 있다”고 전제하며 의료민영화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OECD 국가 평균보다 갑상선 수술을 10배, 허리 수술도 7배나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간병원이 93%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방법이 없다”며 “포괄수가제를 모든 질병군에 적용하더라도 약을 과도하게 안 쓴다는 것일 뿐 수술 횟수는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정책국장은 결국 “민간병원이 많으면 그 어떤 규제 정책도 소용이 없다”며 “중요한 건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서 보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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