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1일 월요일

혼이 없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6-11일자 기사 '혼이 없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를 퍼왔습니다.
육사 발전기금이 과연 필요한가?

최근에 전두환 전 대통령 등 5공화국 주요 인사들이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사열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열했다면 임석상관에 대한 예우를 갖추었다는 것이고, 열병과 분열을 시행했다는 말이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지만, 1980년대에 육사 졸업식에 가면 화랑대 연병장 주변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곱게 피어 있었다. 3월초 쌀쌀한 날씨에 웬 꽃이냐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육사 졸업식을 준비하기 위해 개나리와 진달래를 비닐하우스로 덮어서 키우다가 그날에 거두기 때문에 그런 보기 드문 초자연적 현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육사 정문부터 내부 모든 도로를 세제로 닦는, 그야말로 눈뜨고는 보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하던 것이 육사 졸업식이었다.
며칠전,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뿌린 사진에 의하면 전두환, 정호용 등 5공화국 실세들이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생도들의 사열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임석상관으로서 열병까지 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손녀딸까지 앞세운 가운데 다른 이들은 모두 손뼉을 치고 있고, 전두환 전 대통령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으로 보아 임석상관의 예우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육사 발전기금 홈페이지 캡쳐

그 행사는 육사 발전기금 200억 달성을 축하하는 행사였다고 한다. 발전기금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자료를 보면 기업 중 10억원 이상을 기부한 곳은 현대, 대우, 삼성, SK, POSCO. 5억원 이상에서 10억 이하로는 풍산, 롯데, 엘지, 한화, 금호아시아나, STX, 코오롱 등이 올라 있다.

개인으로서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2기인 고 권동찬 장군의 부인과 함께 5기인 고 정승화 장군의 부인도 있어 자못 이채롭다. 정승화도 내고 전두환도 내고, 여하간 육군사관학교, 참말로 대단하다는 비아냥이 안 나올 수가 없는 모양새다.

5천만원에서 1억원 미만에는 박정희와 신경군관학교와 일본 육군사관학교 동기인 이한림 장군의 이름도 들어 있다. 그는 올해 4월29일 작고했으며, 박정희의 5·16쿠데타에 반대하다 중장으로 예편되었던 사람이다.

1천만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에는 전직 대통령이 3명이나 들어 있다. 둘은 반란죄로 실형을 받아 서훈이 취소되기도 했던 전두환, 노태우, 이 두 사람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 생전에 기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 육사 발전기금 홈페이지 캡쳐

행사를 치름에 돈의 크기에 따라 서열을 정하지 않았다면, 가장 윗 기수가 임석상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였으므로 예외, 행사에 전직 대통령이 참석했다면 임석상관의 예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가 12·12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고, 결국 대한민국 법원에 의해 반란죄 및 내란죄의 실형을 받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라고 한 말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그는 나중에 사법적으로는 사면되었지만, 서훈 등은 취소된 상태에 재산은 29만 원밖에 없다는 사람이 1천만 원 이상을 기부했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가 간 곳이 육군사관학교라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생도들에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의문이 드는 일은 육사발전기금이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육군사관학교는 서울대학교처럼 법인화할 수도 없는 특수 교육기관으로서 생도들의 학비는 물론 숙식과 의류까지 모두 제공하는 최고의 군사교육기관이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를 받아 생도들의 교육이나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에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이고, 혹시라도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특수한 교육기관이다. 우리 군의 자존심이고 미래인 사관생도들에게 특별한 인물이나 기업의 후원이라는 멍에를 씌울 만큼 우리 국민은 그렇게 세금에 인색하지 않다.

더욱 문제는 그런 열병과 사열을 해야만 했던 사관생도들의 사고방식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와 육체를 소유한 생도들이 지휘관의 명령이 옳은지 그른지도 판단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군을 믿고 살 수 있을까? 그대들의 상관은 오로지 국민이고, 따라서 국민의 권위에 도전한 자는 국가의 적이다.

아무리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는 군인의 신분이라 할지라도 쿠데타에는 반대해야 하고, 쿠데타를 지지하는 행진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오늘날 대한민국 최고의 군사교육기관 생도들이 자기들의 일부 선배들이 저질렀던 오욕의 역사를 옳은 것으로 인정해주는 작태에 동참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한마디로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음을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까지 나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발전기금 필요하면 국민에게 충성해라! 얼마든지 대우해 줄테니….

박정원 편집위원  |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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