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앙수사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의 미국 뉴저지 아파트 구입 의혹과 관련해 아파트 실소유주 경연희씨를 최근까지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고 한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재개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수사가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밝히고 있다.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것은 검찰의 당연한 권한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의 경위와 주체 등에 비춰보면 검찰의 의도를 순수하게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보수단체의 수사의뢰로 시작돼, 곧바로 대검 중수부가 수사에 나섰다. 당시 야당에선 “보수단체가 고발한 다음날 검찰이 중수부에 배당하겠다고 회신하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한 배당”과 중수부가 나선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내사종결한 사안인데다, 설사 아파트 구입자금 13억원이 비자금과 관련이 있다 해도 공무원도 아닌 딸을 형사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점 때문에 검찰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결국 검찰이 경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가 많다. 그런 정도 사안이면 통상 지검에서 처리해온 관례에 비춰 중수부가 나선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니 당연히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총선 전인 지난 2월 “현금 뭉치 13억원은 종전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부분으로 종전 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2009년 중단했던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던 검찰이 최근 비자금 수사와는 선을 긋고 나선 경위도 석연치 않다. 검찰이 13억원의 출처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이번 사건이 노 전 대통령 주변과 야권의 ‘친노’ 인사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검찰이 의도했든 아니든, 대선 과정에서도 여권이 친노 인사들의 도덕성을 공격하는 좋은 소재로 활용될 것이다.
검찰 수사에 어떤 성역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건 변할 수 없는 원칙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내사종결했던 사안까지 끄집어내는 검찰이 여권 관련 사건을 다루는 태도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당장 이상득 전 의원의 7억원 뭉칫돈 사건이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관련 의혹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도 검찰에 책임이 있다. 검찰은 정의 실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형평성만이라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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