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9일 화요일

100명이 20억 쓴 디도스 특검 “윗선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9일자 기사 '100명이 20억 쓴 디도스 특검 “윗선 없다”'를 퍼왔습니다.

ㆍ김효재만 기소하고 종결… ‘특검 무용론’ 자초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 중인 디도스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박태석)이 오는 21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특검팀은 디도스 공격의 ‘배후나 윗선은 없다’고 결론냈다. 사건의 배후를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특검이 검경의 수사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 셈이다.

여야 정치권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받았던 내곡동 대통령 사저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서도 특검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디도스 특검팀 내부에서조차 “특검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노골적인 특검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 100명이 20억원 쓰고도 용두사미

특검 관계자는 18일 “한 팀이 전담으로 윗선을 맡아 주변 사람들까지 조사했지만 디도스 공격의 윗선과 배후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새누리당 최구식 전 의원의 비서였던 공씨 등이 어떤 동기로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는지는 (수사결과 발표에서) 충분히 설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의 성과는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60)과 LG유플러스 김모 차장을 기소하는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수석은 최구식 전 의원에게 “비서인 공씨가 체포될 것”이라며 경찰의 수사상황을 알려주고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차장은 선관위의 서버 회선을 증설한 것처럼 거짓 보고해 디도스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건 모두 ‘디도스 공격의 배후’라는 수사의 본류와는 거리가 멀다.

특검팀은 특검보 3명과 파견검사 10명을 포함에 100여명 규모로 구성돼 지청에 버금가는 규모다. 특검팀은 그동안 20억원 가까운 예산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권 이해 따라 출범한 특검

디도스 특검은 ‘윗선은 없다’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최구식 전 의원의 비서였던 공모씨(28)가 고향 후배인 정보기술(IT)업체 대표 강모씨(26) 등과 공모해 디도스 공격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배후는 밝히지 못했다. 일개 국회의원 운전사가 온 나라를 뒤흔든 디도스 테러를 주도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에 ‘부실수사’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추가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한 달 동안 수사를 벌여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비서였던 김모씨(31)가 공씨와 사전에 범행을 모의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가 디도스 공격범들에게 공씨를 통해 1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 역시 이들에게 공격을 지시한 윗선은 없다고 결론냈다. 이들이 선거에서 공을 세워 좋은 보직을 받으려는 욕심에 자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수사 초기부터 특검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부실하게 수사를 했겠나. 윗선이 있다면 신의 영역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국회는 “검찰 수사도 미흡하다”며 지난 2월 디도스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 확산되는 특검 무용론

디도스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하면서 특검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사건 발생 이후 한참이 흘러 검경의 수사가 끝난 뒤 시작된다. 피의자들은 검경 수사를 거치면서 치밀한 대응전략을 마련한 상태인 데다 새로운 증거 확보는 거의 불가능하다. 특검팀은 임시 조직이라는 한계 탓에 조직력이 약하고 수사력도 검찰만 못하다. 

따라서 특검이 검경에 비해 진전된 수사결과를 내놓기란 쉽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부실수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내곡동 사저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서도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단 특검을 하고 보자”고 외치기에 앞서 성과물을 낼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확산되고 있다.

특검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특검이 정치 논리에 따라 남발되는 풍토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와 상설 특별검사제도처럼 검찰 수사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조미덥·백인성 기자 fx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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