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2-05일자 기사 '속도 못내는 민주당 대선평가위, 제대로 된 평가 ‘가물가물’'을 퍼왔습니다.

ⓒ뉴시스 21일 오전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민주통합당 중앙당사에서 한상진(가운데) 대선평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해구 정치혁신위원장.
민주통합당의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가 한창이지만 정작 당 산하에 설치된 대선평가위원회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총선에 이은 대선 패배로 당내 위기가 극대화 된 상태에서 이번 대선 평가의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대선평가위는 인선을 마치고 본격 활동에 시동을 건지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 핵심 사안엔 접근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평가 범위도 민주당의 선거활동에 한정돼 있어 이번 대선에 대한 전방위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속도 못 내는 대선평가...시간은 촉박, 과제는 산적
대선평가위는 지난 달 21일 인선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대선평가위는 전병헌 부위원장을 포함해 김재홍 경기대 교수(간사), 김연명 중앙대 교수, 김종엽 한신대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홍종학·남윤인순 의원, 조순용 용산지역위원장 등 당 내외 인사 9명으로 구성됐다.
한 위원장은 안철수 캠프의 국정자문단 출신으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직접 위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당일 비대위원 회의에 참석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요구하고, 활동 결과물이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문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중책을 맡은 위원회에 관여하지 않고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며 전권을 위임했다.
대선평가위는 당으로부터 독립적인 활동을 위해 위원으로 선임된 4명의 의원을 제외하고는 보좌진과 대변인을 포함해 당내 인사는 그 누구도 회의를 들을 수 없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소속 위원들은 개별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대선평가위는 활동 시한을 3월 말로 전망하고 있다. 당 대표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이때쯤 열릴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 초 대선평가를 위한 민주당 워크숍이 열릴 때까지 대선평가위는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대선평가위 활동은 이번 지도부 선출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혁신위원회 결과물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대선평가위는 현재 민주정책연구원에 대한 평가를 진행중이다. 지난 달 29일 대선평가위는 비교적 정치적 논란이 적다는 이유로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 대한 평가를 가장 먼저 실시해 중간 평가 보고를 한 바 있다. 대선평가위 김재홍 간사는 4일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정책연구원에 대한 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안을 만들고 최종 의결되면 내일(5일) 쯤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첫 번째 의제에 대한 결론도 아직 내리지 못한 것이다.
대선평가위가 선정한 남은 의제인 △후보 △선거운동의 컨트롤타워 △전략기조 △계파정치의 문제 △후보단일화 과정 등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시동도 제대로 걸지 못했다. 정책연구원에 대한 평가가 끝난 뒤 2차 의제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한 위원장은 문 비대위원장을 향해 "위촉할 때 전폭적으로 지원한다고 해서 했는데 실무작업할 사람도 없다"며 "인력 지원을 약속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평가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하겠다던 대선평가위가 아직 제대로 된 평가에 돌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김 간사는 "본격적으로 평가 작업에 착수하기가 어렵다"며 "정책연구원에 인력 요청을 했는데 그게 지금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선평가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도 "대선평가위 내부에서도 아직 작업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는 과정이다"라며 "외부에 오신 분들이 있어 당내 사정을 파악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뉴시스 1일 오후 충남 보령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패배 진단' 토론회에서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대선평가 대상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로 한정?
민주당에 대한 대선 평가는 시간 문제뿐만 아니라 공정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민주당의 전략, 조직 역량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대 변화, 미디어 환경 등 다방면의 사회 문제 또한 주요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선평가위는 평가 의제를 민주당의 선거기간 활동에 한정지었다.
특히 한 위원장이 그동안 언급한 내용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문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당 일각에서 '안철수 공동책임론'이 일자 한 위원장은 4일 (조선일보)와의 전격 인터뷰를 통해 "타당성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책임은 문재인 전 후보에게 있다고 (대선평가위가) 결론을 내릴 수도 있지만, 조직이 제대로 되려면 (문 전 후보가) 과오를 스스로 성찰해서 밝혀야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 손잡고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1일 워크숍에서 한 위원장이 "과연 누가 책임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수집된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판단할 것"이라며 "미리 예단하거나 선입견을 갖지 않고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에 의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당내 특정 정파가 대선 패배 책임자라는 것을 '증거'를 통해 입증해보이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간사는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줬던 변수로 봐서 우선순위로는 후보와 정책,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철수 후보도 단일화 과정이 과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느냐는 점에서 평가 대상이 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대선평가위 소속인 한 의원은 "한정된 시간 내에서 모든 것을 다 다룰 수 없다"면서 "(민주당) 반성을 하기 위한 평가다. 민주당만 가지고 대선평가를 하는 거라면 안철수 후보의 책임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정책연구원이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가 특별한 사유 없이 묻힌 것을 두고 당시 당을 이끌었던 문성근 전 대표대행의 책임론을 직접 지적한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 전 대표대행은 문 후보와 함께 이른바 '친노' 세력 중 한 명이다. 워크숍에서 불거진 이 문제에 대해 한 위원장은 문 전 대표대행이 이를 사과하지 않고 넘어간 것을 비판한 뒤, "작은 사건 같지만 대단히 의미심장한 사건"이라며 "도덕적 해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실제 해당 평가서 작성에 관여한 한 연구원은 "문 대표대행이 몇 가지 보완해서 내라고 했는데, 며칠 뒤 문 대표대행의 임기가 끝나고 당시 민주정책연구원장도 갑자기 바뀌면서 보고통로 자체가 없어졌다"며 "대선평가위 그 누구도 당시 과정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물어본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실사없이 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대선평가위는 각 의제 관련 평가를 위해 문재인 대선 캠프 팀장급 실무자를 상대로한 면접 조사와 전국 순회 간담회, 토론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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