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6일 토요일

재벌의 반격… “대형마트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온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5일자 기사 '재벌의 반격… “대형마트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온다”'를 퍼왔습니다.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략 수정? 대기업 도매업 진출에 제한 없어 중소상인 피해 우려

한국형 코스트코가 몰려온다. 대형마트와 슈퍼슈퍼마켓(SSM)들이 출점 제한에 부딪히자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골목상권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도매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자칫 동네 구멍가게 뿐만 아니라 중소 도매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거라는 경고도 나온다.

가장 공격적으로 도매업 진출을 서두르는 곳은 롯데마트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6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 금천점과 신영통점에 오픈한 데 이어 이달 25일 영등포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현행 유통법과 상생법에는 대기업의 도매업 진출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정부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롯데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빅마트는 롯데마트 판매 가격의 10~15%보다 싸게 판다”며 “코스트코와 달리 롯데 빅마트는 국내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조리식품과 한국형 상품들을 구비하고 편의시설도 갖췄다”고 말했다.

롯데 빅마트는 △해외 유명상품 저가 대량매입 △인기 생필품 사전 대량구매 △사업자를 위한 대용량 파격가 상품 판매으로 연회비보다 큰 가격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재벌계열 유통업체들은 도매업 진출을 두고 골목상권 중소상인들과 상생방안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김제남 의원실에 따르면 유통 대기업이 진출한 이후 주변 상권의 도매업체들에게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월말 영업에 들어갈 예정인 빅마켓 영등포점 공사현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2011년 11월 26일부터 한 달 동안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부산광역시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가 입점한 4개 지역 주변 상권 소매업체(600개소)와 도매업체(100개소) 등 총 700개 중‧소‧도매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대형유통마트의 진출 이후 중‧소‧도매업체의 판매액과 영업이익은 평균 2011년 기준으로 20% 이상 줄어들었다. 도매업체가 물품을 공급하는 소매업체 수는 업체당 평균 217개에서 180개로 17.1%나 줄어들었고, 판매액도 평균 22.3% 줄어들었다.

마진 감소의 주된 원인은 경쟁으로 인한 가격인하가 97.9%에 이른다. 종사자 수 또한 2009년 대비 2010년 5.8%, 2010년 대비 2011년 13.1%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대형 유통마트와 중소 도매업체들에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체로 연쇄적으로 확산된다는 데 있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은 “도‧소매 유통산업을 홈플러스 같은 몇몇 유통대기업들이 독과점해 버리면 백지 납품계약에 온갖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보는 중소 제조업체들 문제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매업 진출 이전에도 대형 유통마트들의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착취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H식품은 2010년 홈플러스에 떡을 납품한지 3개월 만에 자체 추산으로 최소 6000만 원의 손실을 입고 홈플러스와 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H식품이 직접 고용한 판매 직원에게 두 팩을 묶어 한 팩 값으로 팔게 하고 떡이 떨어졌으니 더 보내라고 요구했다. H식품이 2010년 4월 기준으로 홈플러스에 1억168만원 어치를 납품했으나 홈플러스의 실제 판매액은 5989만원에 그쳤다.

최인숙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대형 유통마트의 도매업 진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특정 도소매업 시장을 독점하면 소비자들은 대형유통업체가 부르는 값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공정한 가격 경쟁으로 인한 ‘싸고 질 좋은 물품’ 공급은 어렵게 된다. 최인숙 사무국장은 “몇몇 대형유통마트들이 가격을 담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연합뉴스

이동주 실장도 “대기업이 도매업에 진출해서 싸게 대량 공급하면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 같지만 도매상인들이 파산하고 몇몇 대형 유통마트들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되면 단가를 끌어올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비싸게 떼 오는 소매점들도 그 가격에 맞추어 가격을 올리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실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유통재벌‧대기업들의 도매업 진출을 규제하라는 중소 도매 납품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도매업의 특성상 복잡하고 통계가 없는 데다 소매업에 비해 시급한 것 같지 않으며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 등은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상인 적합업종지정에 도매업을 즉각적으로 선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도 도매업과 일정 규모 이하의 소매업의 경우 즉시 중소기업중소상인적합업종으로 선정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조중목 이사장은 “우리가 더 달라고 떼를 쓰는 게 아니다. 더 이상 서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안수연 기자 | yun@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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