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0일자 기사 '임은정 검사와 검찰 수뇌부, 누가 검찰법을 어겼나?'를 퍼왔습니다.
[법으로 본 미디어]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인가, 조직의 수하인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관한 사항 및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등의 직무와 권한을 가진다. 검찰청법 제4조 1항의 내용이다. 같은 조 제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객관의무에 근거하여 검사는 때로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항소할 수 있고, 재심 청구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24조) 또한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법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할 의무를 진다. 대법원은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2013년 2월 5일 객관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한 공판검사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 임은정 검사 ⓒ뉴스1
임은정 검사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게 된 것은 지난해 있었던 윤길중 진보당 전 간사장의 재심사건 때문이다. 윤길중 전 간사장은 1961년 5.16쿠데타 후 기소되어 1962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인물이다. 5.16쿠데타 세력의 탄압으로 인해 윤길중 전 간사장은 재판을 받고 7년의 옥고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재심을 청구한 끝에 지난해 연말에 윤길중 전 간사장의 재심 공판이 열렸다.
공판정에서 임 검사는 검찰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재심 재판부에 윤길중 전 간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해 줄 것을 청구했다. 임 검사의 무죄 구형까지의 과정은 마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한다.
임 검사는 공판이 열리기 전 임 검사가 근무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에 윤길중 전 간사장 대해 ‘무죄’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부장검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구형”할 것을 요구하며 유죄 구형을 지시했다. 임 검사가 이를 거부하자 부장검사는 이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재배당했다.
윤길중 전 간사장이 무죄라는 소신에 변함이 없었던 임 검사는 이를 대변하기 위해 징계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재심 법정에 출석을 강행했다. 재배당받은 검사가 재심 법정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임 검사는 법정의 검찰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재심 법정에 서서 윤길중 전 간사장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임 검사는 지난해 9월 6일에도 유신시절이던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89) 목사의 재심 공판정에서도 "이 땅을 뜨겁게 사랑해 권력의 채찍을 맞아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간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주의의 아침이 밝아 그 시절 법의 이름으로 그 분들의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다"라는 말과 함께 박형규 목사에게 무죄를 구형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 역사부터 남북 분단, 군사독재 등 청산하고 바로잡아야 할 많은 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간첩으로 몰려 15년 간 수감생활을 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설치되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의 활동으로 피해자는 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최근 법원에 재심과 손해배상을 청구한 과거사 피해사건이 500여건에 달한다(2012년 10월 기준). 그리고 사법부에서는 이전과 달리 과거사에 대해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여 피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의 경우 위와 같은 과거사 재심사건에 무죄를 구형한 것은 지난해 9월 6일 박형규 목사에게 무죄를 구형한 임 검사가 최초였다. 진실을 밝혀야 할 검찰로서의 의무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있으면 재판부에 제시해야 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임 검사에게 중징계를 내린 검찰의 태도는 법원의 태도와 비교했을 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 동아일보 지난해 12월 31일자 10면 기사
(동아일보)는 2012년 12월 15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막무가내 女검사' 정직"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에 대해 다루었다. 그리고 12월 31일 다시 (절차 무시하고 무죄 구형 '막무가내 검사')라는 타이틀로 임은정 검사 이야기를 다루었다. 기사를 통해 임 검사를 '막무가내 검사'로 몰아갔다.
대부분의 언론이 동아일보와 같이 임 검사의 사례를 두고 검찰의 지시불복종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검사는 검찰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직무상으로는 상관의 보조기관이 아니라 각자 독립된 국가행정관청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임 검사의 무죄 구형은 검찰청법에 따른 국가행정관청의 결정인 셈이다.
임 검사와 임 검사의 무죄 구형을 저지한 검찰 상관 중 누가 진정 검찰청법을 위반한 것인가. 검찰은 우리에게 이에 대한 해답을 먼저 들려줘야 할 것이다.
성춘일 변호사는 제51회 사법시험을 합격, 41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현재 서울 구로구 구로동 법률사무소 여송에서 일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법위원회와 민생경제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청소년폭력예방재단과 서울변협이 함께 하는 청소녀지킴이 변호사단 상담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성춘일 / 합동법률사무소 여송 |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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