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8일 금요일

[사설] ‘공약 파기’ 말바꾸기로 호도 말고 용서부터 구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07일자 사설 '[사설] ‘공약 파기’ 말바꾸기로 호도 말고 용서부터 구하라'를 퍼왔습니다.

원칙과 신뢰, 약속 이행….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설명할 때마다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는 현상들은 이런 찬사에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국민 대통합 약속과 어울리지 않는 인사들의 발탁, 야당 시절 자신이 도입에 앞장섰던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폄하 발언에 더해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잇따라 대선 공약을 수정하고 말바꾸기까지 하는데도 박 당선인은 미안한 표정조차 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논란을 빚고 있는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와 관련해 “애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는 국가 전액부담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공약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박 당선인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약속한 바도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10일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간병비·선택진료비를 다 보험급여로 전환하는데도 (공약대로) 1조5000억원으로 충당되는가”라고 질문하자 “네”라고 답변했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 당선인이 약속한 사안을 두고 ‘애초 공약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얘기다.3대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4대 중증질환의 공약은 완전히 껍데기만 남는다. 항암치료제 몇 개를 보험료로 더 보장해주는 정도로는 공약이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인수위의 방침은 공약 후퇴가 아니라 사실상 공약 폐기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새누리당은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고의적으로 속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박 당선인 쪽은 그동안 공약의 현실성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예산 문제를 꼼꼼히 따져 나온 결과”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제 나타나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이나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씩의 기초연금 지원’ 공약 등 과대포장된 공약들의 거품이 여기저기서 빠지고 있는 것이다.상황이 이런데도 박 당선인이 인수위원들을 향해 “제가 약속하면 여러분은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이런 지시를 내리기 전에 우선 자신이 무엇을 ‘약속’했는지부터 국민 앞에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공약인데도 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공약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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