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0일 수요일

‘공직→로펌→공직’…회전문 인사 악순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19일자 기사 '‘공직→로펌→공직’…회전문 인사 악순환'을 퍼왔습니다.

뉴스분석|정홍원·윤병세·황교안 논란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박근혜 정부 첫 조각에서 국무위원 후보자 4명이 ‘회전문 인사’ 시비에 휩싸이면서 공직과 로펌 등을 오가며 거액의 수익을 올리는 고위 공직자들의 처신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한번 쓴 사람을 또 쓴다는 비유로 사용되는 ‘회전문 인사’는 본래, 퇴직한 공직자가 민간기업에서 일하다 다시 공직으로 복귀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퇴직 공직자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된 뚜렷한 규정이 없어, 역대 정부의 주요 인사 때마다 이 문제가 논란이 돼왔다.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법조계에 횡행하는 ‘전관예우’ 논란을 빚고 있다. 황 후보자는 2011년 8월 부산고검장 퇴임 직후인 9월,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 자리를 맡았다. 이곳에서 일한 17개월 동안 황 후보자가 받은 보수는 16억원(세전)에 이르러, 한 달에 약 1억원씩을 받은 셈이다.역시 법조인 출신인 정홍원 총리 후보자는 2004년 5월 법무연수원장에서 퇴임한 뒤 ‘로펌(로고스)→공직(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로펌→공직(총리 후보자)’ 행보를 반복했다. 정 후보자는 로펌에서 일할 때 매달 3000여만원을 받았다.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008년 2월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 수석에서 물러난 지 1년 만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맡아, 지난 1월까지 일했다. 4년 동안 김앤장에서 받은 돈은 모두 5억여원이다. 윤 후보자는 고문으로 일할 당시인 2010년 12월, 박근혜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김앤장으로선 ‘예비 장관’을 고용한 셈이다.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2008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서 퇴임한 뒤인 2010년 7월~2012년 6월, 무기수입 중개업체 유비엠텍에서 비상근 고문으로 일하면서 2년간 2억1500만원을 받았다. 유비엠텍은 독일 군수업체 엠티유(MTU)사 제품의 국내 판매를 중개하는 업체다. 그런데 국산전차 케이(K)2의 파워팩(엔진과 변속기) 국산화를 검토하던 군 당국은, 공교롭게도 김 후보자가 이 회사에 근무할 당시인 지난해 4월 엠티유사의 제품을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는 군의 독일제 파워팩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별로 한 일이 없다”고 했지만, 아무 일도 않고서 2억원을 받았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대형 로펌이나 민간기업이 거액을 주면서까지 퇴임한 고위 공직자를 채용하는 건, 이들이 공직 생활에서 쌓은 인맥과 경험을 동원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라는 게 정·관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현직 공직자는 퇴임한 공직자와의 친분 관계 때문에 이들의 로비나 청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번처럼 퇴임한 이들이 언제든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등 자신의 인사권을 지닌 상관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온존해 있다.민간업체에서 이런 활동을 하던 사람이 공직자로 발탁되면, 정책 결정·실행 과정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 캠프에서 고위 당직자로 일했던 한 인사는 “공직 생활을 끝낸 뒤 로펌이나 기업으로 가는 건 ‘이젠 돈을 좀 벌자’는 보상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고, 로펌 등이 이들을 정·관계 로비스트로 활용한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들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이명박 정부에서도, 로펌 활동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로 2011년 1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가 낙마한 적이 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이런 관행을 끊으려면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는 “‘회전문 인사’가 위법은 아니지만,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갔다는 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공직 퇴임 뒤 업무와 유관한 곳으로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고, 회전문 인사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현행법의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미국에서도 ‘회전문 인사’는 논란거리다. 최근에도 ‘회전문 인사를 끊겠다’고 다짐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의 금융회사들을 변호하는 대형 법무법인의 메리 조 화이트 변호사를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해 비판이 일었다. 일각에선 공직에 있다가 민간기업으로 가서 높은 연봉을 받을 경우, 일정 기간 동안 50~75%의 고율의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외교 분야의 경우, 퇴임 후 학교나 싱크탱크 등에서 연구활동을 계속하며 전문성을 높인 뒤, 다시 공직에 복귀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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