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19일자 기사 '‘지하경제 양성화’하자는데, 검사가 왜 반대할까?'를 퍼왔습니다.
국세청 “복지재원 마련 가능” vs FIU·법무부 “과도한 사생활 침해”
박근혜 정부의 복지 재원마련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 중 하나인 일명 '금융정보분석원(FIU)법'을 두고 정부 부처간 힘겨루기가 심화되고 있다. 국세청 등 수사기관은 조세탈루와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FIU의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FIU는 세수증대 효과도 적으며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2001년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출범한 FIU는 금융기관이 보고한 거래정보를 분석해 자금세탁 혐의 등이 있을 경우 국세청,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모두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적으로 국세청의 FIU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FIU 개정안)에 대한 정부 부처간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18일 국회에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지하경제 양성화, 그 방안은?'토론회에서도 찬성 입장인 국세청, 관세청과 반대하는 FIU, 법무부가 정면 충돌했다.

▲ 18일 국회에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지하경제 양성화, 그 방안은?'토론회에서 찬성 입장인 국세청, 관세청과 반대하는 FIU, 법무부가 정면 충돌했다. 박민식 의원실 제공.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복지 재원 확충
현행 FIU법에 따르면 1일 2천만 원 이상의 현금 거래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자동으로 FIU에 보고해야 한다. 이 FIU의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정보에 대해 국세청은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국세청은 FIU 정보 활용 확대를 통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4조5000억 원 이상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등 복지공약에 대한 재원마련 대책이 절실한 새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다. 김동일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장은 "금융정보 접근 확대는 가장 현실적인 지하경제 양성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FIU는 국세청의 추산치는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FIU는 최대 예상액은 연 1조8000억 원이며 이 또한 확신할 수 없다고 밟혔다. 이명순 FIU 기획행정실장은 "국세청 추정치는 모든 거래 정보가 탈세나 범죄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초했다"라고 주장했다.
정리하면 대선 후보들이 공약한 것처럼 '지하경제 양성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를 떠나 모두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세수 확대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 부처의 추산치가 다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추산치 차이가 있더라도 일단 세수 증대 효과는 공감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지만 기본권 문제 등 또 다른 쟁점이 남아 있다.

▲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외환팀장이 제작한 FIU법 비교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영장주의 훼손 문제
FIU와 법무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영장주의 훼손이다. 이 실장은 "개정안이 시행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금융실명법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법원의 영장이 있을 때만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영장주의를 우회해 국세청이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FIU는 탈세 혐의가 있을 경우 국세청에 정보를 확대 제공할 의향은 있지만, 국세청이 정보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FIU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모든 FIU 정보는 탈세 정보가 아니며 혐의가 없거나 확정되지 않은 정보"라며 "국세청은 국가기관끼리 정보를 공유하자라고 하지만 FIU 제도의 본질은 수사기관과 FIU를 나눠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같은 우려를 방지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김 센터장은 "정보남용 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며 "외부위원 중심의 '금융정보활용평가위원회'를 신설해 심의 결과를 국회와 FIU에 통보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2011년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 국회는 국세청의 FIU 정보 활용범위를 확대했지만 CTR 정보 직접 접근은 불허했다. 당시 국회 정무위는 국민의 기본권 훼손 가능성과 국세청의 자료요청 남용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부처 이기주의가 진짜 갈등 이유"
개인 기본권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부처 이기주의'가 갈등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박사는 "현행법에서는 마약 탈세, 밀수, 범죄 테러조직 등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워서 범죄자를 봐주는 이유에는 정부 부처간 이기주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김 박사는 "FIU에 파견된 검사 4명이 모든 거래 정보를 1차로 추리면 FIU 직원들이 관련 내용을 분석한다"며 "국세청이 이 정보에 직접 접근하면 검찰의 정보 독점권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 등 법조계가 헌법적 이유를 들며 에둘러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검찰, 국세청이 불법 자금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대원칙인 공익성이 상당히 훼손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행정부 내에서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국회에서 세부 조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작년 8월 국세청의 FIU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내용의 FIU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권 차원에서 악용하면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며 "그렇지만 아무리 구더기가 무섭더라도 이제는 장을 담궈야 하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싶다. 이제 우리 사회가 조세 불공평의 문제를 맞닥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문 후보의 공약처럼 국세청의 FIU 정보 접근 확대에는 공감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FIU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세청이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야당 정치인들을 상대로 '정치적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 kbc@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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