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5일 금요일

이동흡 논란 홍역 치른 헌재, 소장 선출제도 개선 목소리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14일자 기사 '이동흡 논란 홍역 치른 헌재, 소장 선출제도 개선 목소리'를 퍼왔습니다.

ㆍ정치권 줄서기 차단 위해 현직 재판관 ‘호선’ 등 제안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2)의 자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헌재에서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자가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소장 후보자가 된 것은 재판관 시절에 보여준 여당 성향이 이유라는 분석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재판관들의 ‘정치권 줄서기’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소장 선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그동안 대법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1988년 개소한 헌재는 지금까지 4명의 소장 가운데 초대 조규광 소장을 빼고는 모두 대법관 출신이었다. 2006년 9월 전효숙 재판관이 4기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됐지만 한나라당이 절차를 문제 삼아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2007년 1월 또다시 대법관 출신인 이강국 소장이 취임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장이 대법관 출신인 상황에서 헌재의 위상은 대법원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대법관 출신 소장들은 대법원과 갈등이 생길 상황이 닥치면 대법원의 입장을 알아서 헤아리고 눈치를 봤다는 게 헌재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지금도 대법관 출신을 헌재소장으로 밀고 있다.

대법원은 박일환 전 대법관 등을 이번에 헌재소장 후보로 밀었다. 지난해 7월 퇴임한 그는 서울고등법원 배석판사 시절 헌재에파견돼 연구관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연구관을 마치고 1990년 대법원으로 돌아가서는 헌법소원 제도를 없애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위헌제청을 안 해주면 개인은 그것으로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출신이 돼야 한다고 헌법학계는 주장한다. 그래서 이번 5기 소장은 재판관 출신 중에서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동흡 후보자가 선택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고 헌재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그가 재판관으로 재임한 6년 동안 보여준 ‘여당 편향성’이 소장 후보가 되는 데 기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전 후보자처럼 정치권의 눈치를 본 재판관이 소장에 오르면 앞으로도 재판관들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헌법상 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한다. 추천자가 누구냐에 따라 재판관들의 성향도 영향을 받지만, 이 전 후보자는 법리를 뒤집어가면서까지 여당 편을 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헌재에서는 재임 중인 재판관 가운데 소장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법관 출신이 아니어서 대법원의 눈치도 안 보고, 소장이 되기 위한 결정을 내리지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헌재소장은 지금도 헌법상 지위가 재판관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소장은 겸임하는 것일 뿐이다. 대법원장이 대법관보다 지위가 높은 것과는 대비된다. 그래서 소장을 재판관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이런 의견은 이강국 전 헌재소장 등도 깊이 있게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헌법에 따라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지명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개헌이 현실화할 경우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우선 헌재소장을 재판관들끼리 뽑는 호선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실제로 포르투갈에서는 전체 재판관 13명이 투표해 9표 이상을 얻으면 소장이 된다. 해당자가 없으면 4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한 2명을 두고 결선투표를 한다. 

다음으로는 대법원장이 재판관 3명을 추천하도록 한 것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 현행 헌법에 따라 뽑아야 하는 차기 소장은 대통령이 임명절차를 공개해서 논란을 줄여야 한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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