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2-08일자 기사 '포털 1위 네이버도 ‘모바일’ 자회사 설립?'을 퍼왔습니다.
야후코리아의 퇴장은 인터넷 업계에 충격이었다. 네이버 등 다른 포털 업체들 역시 자기 자리를 잃어가는 과정에 있다. 모바일로 인한 인터넷 환경의 변화가 결정적 요인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국내 최초로 하루 평균 100만 페이지뷰를 돌파한 인터넷 기업. 임직원들은 주가 급상승으로 스톡옵션 돈벼락을 맞고, 10명을 뽑는 신입사원 모집에 3000명이 지원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운영업체. 어디일까? 지난해 12월31일 문을 닫은 야후코리아(www.kr.yahoo.com)이다. 1997년 9월1일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00년대 초반까지 포털 사이트의 대명사로 군림하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이슈를 휩쓸었지만, 15년 뒤 성적표는 초라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야후코리아의 포털 검색 점유율은 0.25%. 야후코리아가 점유율 80%를 기록했던 시절 후발 신생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네이버(www.naver.com)와 다음(www.daum.net)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외국계 기업을 물리친 토종 포털 업계의 승리일까? 쓸쓸한 ‘로그아웃’은 야후코리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엠파스, 프리챌, 네띠앙, 파란 등 인터넷 세상에서 한때 각자의 전성기를 화려하게 누렸던 숱한 인터넷 포털·커뮤니티 사이트들이 10여 년 사이 차례차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아이러브스쿨, 프리챌, 나우누리’ 기억하세요? 기사 참조). 그런데 그들이야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무너진 것이라 치더라도, 그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곳 또한 그리 호황을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

ⓒ이우일 그림
네이트(www.nate.com)를 운영하는 포털 업계 3위 업체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300여 명이던 직원 수도 희망퇴직과 (모회사인) SK플래닛으로의 자리 이동으로 100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하던 업계 1·2위 NHN(네이버 운영)과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 운영)도 최근 그 기세가 약해졌다. 최고 40%를 기록했던 NHN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28%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음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2.5% 하락했다.
야후코리아 퇴장은 ‘한 시대의 종언’
이런 ‘정체’ 분위기 탓에 야후코리아의 퇴장을 보는 국내 포털 업계의 심정도 그리 개운치 않다. NHN은 의 서면 인터뷰에서 “동종 업체가 다양하게 존재해야 NHN도 긴장하게 된다.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 향후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야후코리아의 철수는 포털 및 인터넷 업계 모두에게 충격이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야후코리아는 한국형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은 물론 뉴스를 보고 영화를 예매하고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며 돌아다니다가 배너·검색 광고에도 ‘낚여’ 보는, 지금은 지극히 당연해진 한국형 인터넷 사용 패턴의 길을 애초 야후코리아가 열었다. 그 길이 이제 끝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벤처스퀘어 명승은 대표는 ‘한 시대의 종언’이라는 표현을 썼다. “3~4년 전부터 이 시장은 이미 정체 상태였다. 지금은 다른 포털업체들도 정점을 찍고 점차 자기 자리를 잃어가는 과정에 있다.”

ⓒ뉴시스 1997년 서비스를 시작한 야후코리아는 2012년 12월31일 국내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다.
전체 흐름은 하강 추세지만, 포털, 그 가운데에서도 업계 1위 네이버의 힘은 ‘아직’ 강고하다. 지난해 12월 기준(코리안클릭 자료) 네이버의 월 순방문자 수는 3180만명, 도달률은 95.32%(인터넷 사용자 100명 중 95명 이상이 네이버에 들렀다는 뜻이다)에 이른다. 다른 웹사이트는 물론이고 포털업계 2위인 다음(순방문자 수 2820만명, 도달률 84.57%)과도 격차가 상당하다. 적어도 국내 인터넷 웹 시장에서 ‘모든 길은 네이버로 통한다’. 네이버에 들르는 사용자들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띄기 위해 언론사는 선정적인 기사를 쓰고, 부동산 중개업자는 고가의 프리미엄 회원권을 사고, 쇼핑몰 운영자는 수수료를 내고 네이버의 관리 아래 스스로 들어간다.
‘네이버 천하’로 대변되는 이런 인터넷 시장 구도가 영원할까? 변화가 불가피하다. 원인은 분명하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인터넷 사용 환경의 변화. 컴퓨터 앞에 앉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손에 들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이 점점 느는 것이다. 네이버 방문자 수를 보면 흐름이 읽힌다. PC를 통한 네이버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2011년 1월 3462만명에서 지난해 11월 3445만명으로 0.48% 감소한 반면 모바일 웹으로 네이버를 방문한 사람은 2011년 4월 1195만명에서 지난해 11월 1989만명으로 66% 증가했다.
(시사IN) 인터넷 홈페이지(www.sisain live.com)에 접속하는 독자들의 운영체제(OS) 통계를 비교해도 환경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PC에서 주로 사용하는) MS 윈도(Windows) 운영체제를 통해 (시사IN)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비율이 2011년 83.4%에서 2012년 73.3%로 1년 사이 10%나 내려앉았다. 그만큼의 몫은 대신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인)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와 애플의 아이오에스(iOS)가 가져갔다.
주로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정보나 콘텐츠를 얻던 기존 PC 인터넷 환경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샛길이 너무 많다.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원 말에 따르면 “콘텐츠로 도달하는 채널이 다원화됐다”. 가령 인터넷을 통해 날씨 정보를 확인하고 싶을 경우, PC에서는 포털 메인 화면의 ‘날씨’ 아이콘을 클릭했을 사용자 중 상당수가 모바일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통해 ‘날씨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다.
거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앱 시장의 90%는 이미 모바일 운영체제 안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가 선점했다. 개별 모바일 앱 이용 순위에서도 네이버(10위)·다음(46위)·네이트(55위)는 카카오톡(2위)·카카오스토리(4위) 등에 크게 밀린다(코리안클릭 지난해 11월 ‘모바일 앱 이용 리포트’). 국내 포털업체들이 구글·애플에 눌리고 카카오에 치이는 형국이다.
하지만 아직 포털의 추락을 판단하긴 이르다. 각자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해부터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검색 광고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광고 시장의 패권을 잡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SK커뮤니케이션즈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싸이월드 새 버전 등으로 페이스북·트위터에 뺏긴 SNS 사용자들을 끌어올 포부를 밝혔다.
절치부심의 결과물은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네이버는 검색·지도·카페·블로그·지식iN·웹툰·레시피·사전 등 PC 웹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대표 서비스 하나하나를 모바일용 웹과 앱으로 신설했을 뿐만 아니라 노래방 곡 번호 검색, 실시간 버스 운행정보 등 모바일 전용 서비스도 내놓았다. 모바일 전담 자회사를 출범시킬 거라는 설도 업계에서 나온다. 모바일 자회사 출범설에 관해 NHN은 “모바일 시장의 성장에 맞는 효율적인 경영 방식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해보는 과정에서 나온 루머이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공식 방침을 밝혔지만, NHN의 한 관계자는 “내부 사람들도 대부분 올 3월 모바일 전담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인력을 그쪽으로 많이 분산할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NHN, 모바일 전담 자회사 출범설
모바일 부문에서 성과도 일부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NHN 일본이 개발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성공이다. 지난 1월18일 세계 가입자 1억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선 카카오톡에 밀렸지만 일본, 타이완, 타이 등 해외 41개국에서 무료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NHN은 “모바일 OS, 디바이스, 통신망 등 플랫폼 사업자와 비교할 수도 없는 경쟁 열위의 상황에서 일궈낸 라인의 성공을 보면서 서비스 품질만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라고 밝혔다.
사용자들의 ‘관성’ 때문에라도 네이버를 비롯한 한국형 포털 사이트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한국인 엔지니어들의 네트워크인 ‘베이에리어 K-그룹’ 공동대표 조성문씨(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는 “한국의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네이버의 떠먹여주기 방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모바일 환경에서도 여전히 헤게모니를 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바일 콘텐츠 이용 환경에서는 기존 PC 인터넷 시장과 다른 법칙이 작용할 것이라 전망하고, 그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도전장을 낸 사례도 있다. 카카오가 새롭게 출시하는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 ‘카카오 페이지’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페이지는 콘텐츠 제작자가 모바일 앱이나 웹페이지를 개설하는 대신 카카오 페이지의 전용 웹에디터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면, 소비자들이 유료로 그 콘텐츠를 구입하고 카카오톡으로 이미 맺어진 친구들과 그 콘텐츠를 공유하는 서비스다(곧 출시될 카카오 페이지, 컨셉은 ‘함께 보기’ 기사 참조). ‘검색 중심의 포털’보다는 ‘관계 중심의 SNS’ ‘DB로서의 무료 콘텐츠’보다는 ‘상품으로서의 유료 콘텐츠’가 모바일 환경을 지배하리라는 전망 아래 모험을 건 것이다.
물론 어떤 콘텐츠냐에 따라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벤처스퀘어 명승은 대표는 “모바일 원본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모든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들의 흥망이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꼼수다)가 모바일 팟캐스트를 유명하게 만들었듯, 단순히 웹의 콘텐츠를 모바일용으로 바꿔놓은 콘텐츠가 아니라 모바일에 최적화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콘텐츠가 그것을 유통시키는 플랫폼을 동반 성장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명 대표는 “웹 시장에서 웹툰 작가가 탄생했듯, 모바일 시장에서도 모바일 전용 영화사나 모바일 전용 만화가 같은 새로운 콘텐츠 세대가 곧 등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 세대를 ‘경력자’ 포털이 데려갈지, 새로운 누군가가 데려갈지의 싸움이 2013년에 본격화한다.
변진경 기자 |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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