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6일 토요일

[사설] ‘불통 원내대표’를 미국특사로 보낸다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25일자 사설 '[사설] ‘불통 원내대표’를 미국특사로 보낸다니'를 퍼왔습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그동안 발언과 행동을 보면 국회 운영을 책임진 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의심케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선 기간에 나온 “선관위를 그냥 놔둘 수 없다”는 발언을 비롯해 “민주당의 구태 정치가 ‘묻지마 살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등 비상식적인 발언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의 독선적 언행은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감싸기로 절정을 이루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도살장”에 비유하는가 하면, 이 후보자를 “헛소문에 의해 피해를 받은 억울한 희생양”으로 규정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줄줄이 토해냈다.이런 막무가내식 사고를 가진 인물이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으니 국회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애초 24일로 예정됐던 임시국회 개원이 쌍용차 국정조사 등을 둘러싼 여야 의견 차이로 무산된 중심에도 이 원내대표가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 후에 실효성 있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이런 대선 공약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야당과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원내대표가 오히려 국회 공전의 원인 제공자인 셈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 원내대표를 미국 특사로 파견키로 한 점이다. 국회 원내대표를 외교 특사로 차출한 것부터 유례가 없는데다,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 등 국회의 산적한 과제까지 고려하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굳이 원내대표를 특사로 보내야 할 만큼 여권에 사람이 없는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대미 외교에 탁월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것 같지도 않다. 국회가 공전 사태까지 겪고 있는 마당에 여당 원내대표를 미국 특사로 차출한 것은 국회에 대한 무시 행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이 원내대표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안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 위원이었던 김성태 의원 같은 이는 공개적으로 이 원내대표의 이 후보자 감싸기와 쌍용차 국정조사 반대를 조목조목 비판할 정도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이 원내대표를 미국 특사로 지명함으로써 그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여주었다. 이는 당내 이 원내대표 비판자들에 대해 ‘잔소리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로도 읽힌다.박 당선인의 인사 내용을 보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나 이한구 원내대표 등 ‘극단파’ ‘불통파’들에 대한 극도의 선호 경향이 나타난다. 국민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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