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프레시안 2013-01-08일자 기사 '박근혜, 핵으로 망한 일본 전철을 밟을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기고] 왜 우리는 핵을 버리지 못할까?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일본은 이 한 번의 사고로 국가의 운명이 달라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방사능에 전 국민이 피폭되고 있으니 앞으로 일본 국민의 건강에는 장기적인 악영향이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일본의 농산물,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으며, 이 오염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음식을 통한 일본인들의 피폭량은 굉장한 수준이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 일본 정부는 국민의 피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너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충분한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의 피폭은 앞으로도 수백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핵 사고 발생 시 가장 많은 양이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요오드와 세슘인데, 세슘의 경우는 반감기가 30년이나 되기 때문에 적어도 열 번의 반감기가 지나는 300년 동안 일본인들은 방사능에 피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에 피폭이 될 경우 가장 흔히 발생하는 세 가지 질병이 각종 유전병과 심장마비 그리고 암이다. 심장마비는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고, 10년 정도 지나면 암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단 한 번의 핵 사고로 이렇게 국가의 명운이 바뀌는 이유는 일본은 국토가 좁아서 땅의 대부분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핵 사고가 일어났지만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망하지 않은 것은 땅이 비교적 넓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전 세계 약 450기의 핵발전소 중 6기에서 핵 사고가 일어났으니 약 75기 중 하나 꼴로대형 핵 사고가 일어났다. 23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우리나라에서 핵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내가 계산해보니 약 27퍼센트 정도가 되는데, 만일 우리나라에서 핵 사고가 일어난다면 일본보다 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땅이 일본보다 더 좁기 때문이다.
1986년 체르노빌 핵 사고 이후 전 세계는 탈핵, 혹은 탈원전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더욱 이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나는 앞으로 50년 내에 전 세계의 핵발전소는 모두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한다. 핵 발전을 대신할 대안 에너지 개발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대안 에너지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인데, 이 새로운 에너지원은 지금 전 세계 성장률이 엄청나다. 태양광의 경우 세계 성장률이 연간 60퍼센트 이상이고, 풍력도 연간 25퍼센트 이상으로 급성장을 하고 있다. 앞으로 30년 정도 후에는 이와 같은 무공해의 재생 가능 에너지에서 대부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재 시점에서 전 세계 통계를 보면 재생 가능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가 핵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보다 많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20년 이상 핵발전소 개수가 꾸준히 줄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인도, 중국 등 몇몇 아시아 국가들이 핵발전소를 새로 지어 그 수를 450기 정도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전 세계 핵발전소 개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다.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핵 발전을 하는 31개 국가들 중 자국의 핵발전소를 모두 닫기로 결정한 나라들이 벨기에, 스위스, 독일 등 3개 국가이다. 일본은 54기 중 2기만 가동 중이고, 프랑스도 58기 중 약 20기 정도를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핵 발전을 고집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위해서는 돈과 이익의 흐름을 살펴야한다. 사실 정부는 핵발전소의 발전 단가가 낮아서 아주 경제적이라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계산한 단가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비용, 노후 핵발전소 폐로 비용, 사고 발생을 대비한 보험료,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비용, 핵발전소 홍보 비용 등 수 없이 많은 비용들을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외국의 통계를 보면 모두 핵발전소가 상당히 비싼 것으로 나오는데, 유독 우리나라 통계만 핵발전소가 가장 싼 것으로 되어있다. 심지어는 석탄 화력 발전보다 더 싼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핵 발전의 비용은 정부가 지금껏 거짓말을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들어서 핵 발전의 비용을 조금씩 상향시켜 평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원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나는 핵 발전의 원가를 낮게 잡는 바람에 전기 요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싼 나라가 되었고, 이에 따라서 한국전력의 적자폭이 아주 커졌으며, 결국 이 한국전력의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현실이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낮은 전기 요금은 이뿐 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데, 바로 전기 수요의 폭증이다. 전기 요금이 싸니까 가스, 석유, 석탄 등으로 하던 건물의 난방을 전기 난방으로 바꾸는 상황이 되었고, 기업들 역시 다른 연료에서 전기 연료로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폭증하는 전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전 세계에서 땅 넓이당 핵발전소 개수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전기가 부족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해버린 것이다.
정부는 전기가 부족하니 노후한 핵발전소도 수명 연장을 하고, 새로 핵발전소를 더 지어야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길이 아니다. 전기 부족 문제는 수요 관리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나라이다. 수요 관리를 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처럼 아무리 전기를 많이 생산하더라도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전기 부족 문제는 수요 관리를 통해서 해결하고 위험하고 비싼 핵발전소는 점점 줄여야한다. 이것이 전 세계가 지금 선택하고 있는 올바른 길이다.
우리가 핵발전소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돈이다. 간단히 설명해 보자. 핵 발전을 늘리면 핵 산업계는 큰돈을 벌게 된다. 그러나 국민은 경제적인 손실을 보게 된다. 핵 발전이 비싸기 때문에 국민들의 부담은 늘기 때문이다. 핵 발전 비용 중 상당부분이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국민은 핵 발전 비용을 전기 요금과 세금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발전 방식보다 비싼 핵 발전을 하면 핵 산업계에게는 이익이 주어지고 국민들에게는 손실이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라면 위험하고 값비싼 핵 발전을 줄인다는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벨기에, 스위스 같은 나라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만일 국민의 이익보다 핵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라면 당연히 핵 발전을 지속하거나 늘리려 할 것이다. 한국, 인도, 중국, 아랍에미리트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가 핵 발전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정부가 국민의 이익보다 핵 산업계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핵 발전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도 역시 한 가지뿐이다. 핵 산업계보다 국민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은 정부를 만드는 방법뿐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가 탈핵을 정책으로 내놓았지만 선거의 패배로 인해서 그 뜻을 펴지 못하게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 우리 국민이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서, 그리고 비경제성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앞으로 이 중요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겠다.
5년 후에는 과연 핵 산업계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정부가 탄생할 수 있을까?
/김익중 동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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