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1일 월요일

아직도 패배의 이유 모르는 민주세력의 초상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20일자 기사 '아직도 패배의 이유 모르는 민주세력의 초상'을 퍼왔습니다.
[1월 3주차 칼럼 Best & Worst]우석훈(프레시안 1.17) / 박상훈(경향신문 1.18)

편집자=‘말의 힘’이 사뭇 무력하다고 여겨지기 쉬운 시대다. 이는 역설적으로 말을 무기로 휘둘러 제 정파의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일 것이다. 아전인수를 위한 편견과 왜곡, 선동이 섞인 아수라장에서 말글은 현실세계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실패하곤 한다.
그러나 말글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것과 그것에 대해 냉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일 것이다. 말글에 영향받는 이들이 있고, 그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말글에 대한 평가를 엄정하게 하는 작업은 필요할 것이다. 비평에 대한 비평에 대한 비평의 꼬리 물기가 난무하는 인터넷 시대지만, 이에 미디어스 역시 꼬리 물기에 한 젓가락을 보탠다. 그 대상은 역설적으로 요즘 사람들이 별로 읽지 않는 일간지의 사설 및 기명칼럼이 될 것이다.
모든 평가가 그렇듯이 그 주에 당번을 맡은 기자가 작성하는 이 평가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미디어스는 그 주관성을 흔쾌히 인정한다. 그리고 구미에 맞는 뉴스가 주로 소개되는 이 인터넷 시대에, 주관적 평가가 하나 더해지면서 칼럼 두 편을 더 보게 되고 그 판단 기준을 함께 공유해 보는 일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강변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매주 월요일을 그 주의 가장 좋았던 칼럼과 가장 나빴던 칼럼을 그렇게 판단한 이유와 함께 소개하면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는 지 모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여론에서 소외되고 있다. 대선에 패배한 것으로 지지층에 엄청난 실망감을 안긴 정당의 말로(?)이다.
그러나 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민주통합당이 이런 꼴로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의석이 127개나 있다. 그리고 대선에서 3% 밖에 안 졌다. ‘무슨 안일한 얘기냐’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2008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라는 얘기다. 2008년 총선 이후 민주당 의석은 80석이었다. 2007년의 17대 대선에서는 22%차이로 졌다. 5백만표 차이였다.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는 그야말로 위풍당당한 점령군이었다. 그에 비해 박근혜 당선인 측은 ‘49%의 국민도 끌어 안겠습니다’라며 다소 자세를 낮춘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만은 2008년과 똑같다.
프레시안에 기고한 우석훈 경제학자의 글에 왜 이런 상황인지를 알 수 있는 단초가 보이는 것 같다. 이 글의 제목은 ‘보수 집권 18년!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 안 되려면’ 이라는 제목이며 부제는 ‘대선 이후, 우리는 뭘 할까?’라는 것이다. 글을 통해 우리는 우석훈이 ‘국민연대’의 ‘상임대표’였음을 알 수 있다. ‘국민연대’란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를 일컫는 것이며 이 조직은 대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의 외곽 조직으로 기능하였다.

▲ 소설가 황석영 씨와 조국 서울대 교수 등 범야권 시민사회 인사들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전 대선후보 진영 등을 폭넓게 아우르는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가칭)'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태인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황석영 소설가,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안경환,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뉴스1

우석훈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즉, 우석훈의 이 글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 일정 정도의 책임을 가진 사람이 내놓은 평가와 전망에 관한 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글 전반부의 내용은 좀 혼란스럽지만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으나 열심히 뛰었다는 내용인 것 같다. 그리고 후반부는 당부와 예측 등을 썼는데, 충분한 설명이 필요할 내용들이다. 이를테면 손학규와 정동영이 왜 손을 잡아야 하는지, 그러면 지금은 손을 잡지 않고 있는지, 그들이 손을 안 잡으면 왜 ‘우리’가 죽는지, 그런 것들이 하나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 선거 운동 기간 중 '국민들이 원하면 4년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을 논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는 박근혜 당시 후보. ⓒ뉴스1

또한, 박근혜 정부 3년차에 대통령이 중임제 개헌을 제안하고 성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최악의 경우 보수 정부가 18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했는데, 이것 역시 쉽게 이해는 되지 않는 얘기다. 슬슬 힘이 빠져가는 집권 3년차에 개헌과 같은 엄청난 일을 시도하는 것은 이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5백만표 차이로 당선된 후 그 첫 해에 이런 걸 시도한다면 또 모르겠다. 3년차의 박근혜 정부가 개헌을 시도해봐야 지금 같아서는 안 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 가서 개헌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지금 섣불리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임제 개헌이란 아마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것일테고 이렇게 치면 박근혜 8년 집권설은 긍정할 수 있지만 이명박 정권까지 합하면 18년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민주당의 당직 개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월급쟁이 당직자를 한나라당은 만들었는데 민주당은 대표급한테 줄 안서면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최대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봤다. 상대적으로 새누리당 당직자들의 처우가 민주통합당 당직자들의 그것보다 좀 더 낫다는 것은 사실이다. 처우뿐만이 아니라 새누리당 당직자들의 경우에는 채용부터 승진, 노동조합 활동에 이르기까지 합리적 인사 체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나 민주통합당의 경우에는 여기에 비하면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것이 대통령 선거 패배의 큰 원인이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차라리 박근혜가 당 색깔과 이름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하면 그건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왜 갑자기 이 문제를 얘기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원교육에 대한 촉구도 선의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이것이 실제로 가능할까에 대해선 의구심이 느껴진다. 일단 민주통합당 자체가 소위 ‘진성당원제’를 기반으로 한 당이 아니다. 당원교육과 진성당원제는 하나의 패키지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석훈의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민주통합당이 진성당원제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 시절에 이미 한 번 해봤다. 결과는 파탄적이었다.
진보센터와 싱크탱크 건설도 참 좋은 말씀이긴 한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돈이라고 하면서도 연간 100억을 펀딩해서 5년을 모으면 된다는 식이다. 경제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거냐는 물음에 5천만 국민에게 백만원씩 걷겠다고 말하는 것이나 비슷하게 들린다.

▲ 참세상의 관련 기사에 실린 멕시코 사파티스타의 침묵 행진 광경. 이들은 원주민 수탈과 부정선거, 신자유주의 개혁조치, 농민과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에 맞서 거의 20년째 무장봉기 상태로 저항하고 있다. / 출처: http://upsidedownworld.org/

마지막으로. 18년 보수정권이 이어지면 우리나라는 멕시코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경고는 섬뜩하다. 그러나 이것도 설명이 좀 친절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짜고짜 그냥 그렇다고만 하면 주장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솔직히 얘기하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민주통합당과 그 지지자들이 선거를 왜 졌는지를 잘 모르고 오히려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민주통합당이 자리에 누워 도통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문제다. 이들이 갈팡질팡 하니까 지켜보는 사람들도 갈팡질팡한다. 그야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통합당이 빨리 자기 역할 찾기를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정동칼럼은 민주통합당 주위의 이런 난맥상을 잘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민주통합당이 대선 이후에 한 일이라곤 계파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평가를 유보하면서 당권을 둘러싼 권력다툼을 두고 계파별로 포석을 고민하는 것뿐이었다. 진지하게 패배의 이유를 고민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세우는 일에는 다들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저 목소리만 높일 뿐이다. 

▲ 경향신문 1월 18일자 정동칼럼.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자기들끼리도 ‘우리가 괜히 진 것이 아니다’라는 탄식을 내뱉는다. 반성이라는 차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런 말까지 나오는 마당에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있어도 좋은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박상훈 대표가 지적한 대로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새롭게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논의해야지 탄식만 되풀이 할 때가 아니다.
좋은 정치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건 자기 역할을 영리하게 잘 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제1야당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의석도 많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윤창중 대변인 선임부터 최대석 인수위원 사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실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도 측근 사면, 이동흡 헌법재판관 임명, 4대강 총체적 부실 감사 발표 등의 임기 말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곧 1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제1야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빠른 시간 안에 민주통합당이 리더십을 복구하고 제1야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지지자들의 상처를 보듬는, 그런 책임있는 정치를 구현해주길 바란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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