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1-23일자 기사 '박근혜 침묵은 곧 이동흡 '신뢰'?'를 퍼왔습니다.
이동흡은 박근혜 정부의 '미래'다!
결정적인 ‘하자’는 없다고 한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이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원내지도부와 협의한 결과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만큼 당초 예정대로 우리는 동의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밀어 붙이기인 셈이다.
결정적인 ‘하자’는 없다는 말은 지극히 이중적이다. ‘하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의 수사적 표현의 다름 아니다. 정치적 에두름이다. ‘이동흡 라빈스31’이란 별명이 붙은 이 후보자의 부정 리스트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 사회의 상류층이 저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부정의 케이스를 다 저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업무비 유용은 매우 관례적이고 일상적이었으며, 권한을 남용해 사사로이 가족을 챙긴 일도 다반사였다. 기회가 될 때마다, 사적 이해관계를 도모해온 전형적인 유형으로 보인다. “공금으로 돈놀이를 했다”는 비판에 “돈은 섞이기 마련”이라고 눙친 그의 도덕관념은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낸다.

▲ 23일일자 동아일보 1면
이런 사람이 법치의 최고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장이 되었을 때, 한국 사회에서 법이라고 하는 중요한 가치, 헌법의 권위는 또 얼마나 가당찮은 것이 될지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내 조롱의 대상이었던 것은 다른 이유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그 행정부를 채우고 있는 인사들의 문제가 컸다. 일상적으로 땅 투기를 해왔던 장관, 위장 전입신고쯤에는 아무런 가책도 못 느끼는 관료들, 그리고 이런저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이 관철되는 대통령의 의지를 바라보는 박탈감은 그만큼 컸다.
헌재소장은 일개 장관과는 비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자리다. 이른바 87년 체제하에서 헌재는 사회적 이슈와 쟁점의 심급의 다루는 기관으로 기능하고, 모든 사회적 갈등의 종지부가 되는 결정을 내리는 전지전능한 주체로 대접받는다. 이런 기관의 장을 이동흡 같은 인물이 맡는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수준이 또 한 계단 내려앉는 다는 것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거의 대부분의 매체들이 이동흡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은 이런 인식의 반영일 것이다. 정파적 입장을 떠나 이동흡이라고 하는 인물의 됨됨이가 헌법재판소 소장을 맡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의 공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의 경우 23일자 1면 헤드라인을 “원칙 박 정부에 ’반칙‘ 헌재소장?“이라고 달기도 했다. 일간지 가운데서는 가장 권력 친화적인 동아 조차 이런 스탠스를 보이는 건 강렬한 메시지다. 박 당선인에게 이동흡을 털고 가라고 ’강권‘하고 있는 셈이다.

▲ 23일자 한겨레 4면.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은 더 강경한 듯하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사용하고 있는 ‘어휘’에선 어떤 결기마저 느껴진다. 이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상황을 묘사하며 ‘도살장’, ‘인격 살인’에 비유했다. 이 후보자를 감싸고 있는 ‘의혹’을 ‘공세’라고 깎아 내리며, 여기서 밀리면 박근혜 정부 첫 인사청문회도 어렵다는 정세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을 ‘기싸움’으로 몰아가 진영적 구도로 만들겠단 의지가 번뜩인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은 말이 없다.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상황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 이 후보자의 인선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협의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방어막을 치고 있는 상황 역시 이런 과정에 기인하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이 인사의 부적절함을 책임져야 할 주체는 바로 박근혜 당선인 자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당선인이 일말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은 그 자체로 묵인과 방조의 ‘승인’이다.
이 ‘승인’의 정황은 인수위가 이동흡 인사청문회 일정에 맞추어 인사청문회 첫날에는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둘째 날에는 ‘정부 조직 세부 개편안’을 발표한 타이밍에서도 찾아진다. 우연이 겹친 일정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인사청문회를 ‘물타기’하기 위해 인수위가 발표 일정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인사청문회 첫 날 조선과 동아는 이동흡 관련 의혹을 1면에 싣지 않았고, 중앙만이 겨우 1면 귀퉁이에 관련 보도를 올렸을 뿐이다. 다른 이슈로 이슈를 덮는 전형적인 편집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반응이다. 7명 가운데 6명이 ‘적격’ 의견이라고 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던졌던 질문의 수위는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이 후보자의 태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다. 이런 이들이 일사분란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격’ 의견을 밝힌다는 것은 2가지 차원에서밖에 이해가 안 된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이 되면 정상적인 지각 능력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윗선’의 의지에 따른 거수기적 행위이거나.
박근혜 시대의 제1 원칙은 ‘법치’라고 한다. 박 당선인에 관한 가장 흔한 묘사는 ‘신뢰의 정치, 원칙의 박근혜’이다. 이제 박 후보가 대답할 차례다. 이동흡에 대한 ‘신뢰’가 먼저인지 아니면 ‘원칙’이 더 중요한 것인지. 침묵은 답이 될 수 없고, 법치를 수호하는 태도는 더더욱 아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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