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1-24일자 기사 '민변 장주영 회장 “공안정국 조성? 박근혜에게 불행한 일”'을 퍼왔습니다.
[진보·시민사회 신년인터뷰⑥]장주영 민변 회장
편집자=민중의소리는 2013년 새해를 맞아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에 걸쳐 주요 인사들의 인터뷰를 릴레이로 게재합니다. 올해의 전망은 물론 앞으로 범진보진영의 혁신을 위한 제언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승빈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주영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법률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주영(51) 회장은 “공안정국이 조성되면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불행한 일”이라며 “당선인이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지난 22일 (민중의소리)와 ‘대선 평가․2003년 전망’을 주제로 한 인터뷰에서 “공안정국이라는 것은 정권이 자신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직원의 진보단체 간부 미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공안정국 조성 우려가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당선인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공안정국을 조성하지 않더라도 정권 유지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힘에 의존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제도권 야당과 민중운동진영, 시민사회에 대해선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대선에서 아쉬웠던 것은 범민주진보진영이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국민의 요구에 걸맞는 정책들을 제시하고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인터뷰 내내 여러차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그는 “국민들의 입장을 잘 읽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입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이나 방향을 제시할 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선 이후 ‘사과 투어’를 한 민주당에 대해선 “쌍용자동차 등 큰 사안이 아니거나 언론의 조명을 받지 않더라도 곳곳의 갈등 현장을 방문해 세밀하게 들으려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진정성 행보’를 주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선 이후 '멘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국민의 정신이 올바로 살아있으면 그것을 무시하는 정치세력은 오래갈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 회장은 지난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학교법인 상지학원 이사,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한국사회 민주화와 인권 신장에 앞장서왔다.
-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패배했다. 원인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시나?

ⓒ이승빈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주영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법률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선거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쉬웠던 부분은 범민주진보진영이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그것을 범민주진보진영이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했다. 국민의 요구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또 그 자체도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 줄 수 있어야하는데 그런 역할을 못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불통’인데 민주진보진영에서도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읽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과거 민주정부가 잘못한 부분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민주정부가 잘한 것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나 실패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원인 분석, 대안 제시가 중도층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였던 반값등록금만 하더라도 그렇다. 실제 등록금 폭등할 때가 참여정부 때 아니었나. 문재인 후보가 반값등록금 정책을 담당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 핵심 위치에 있었던 사람인데 반값등록금을 하겠다는 공약을 보고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자신들이 등록금을 올려놓더니, 이번엔 떨어뜨린다고 말한다고 하지 않겠는가.
여전히 국민들은 5~6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들의 능력 부족에 대해 일정정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지금까지 민주진보진영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른바 중도 계층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대선 이후 여전히 많은 분들이 ‘멘붕’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장 회장은 좌절하진 않았나.
“저 역시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간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측면으로 대선을 바라봤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있었고, 지자체 선거에서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는 등 열망도 표출되지 않았나. 결과를 보고난 이후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저보단 일선 현장에서 절실하게 정권교체를 원했던 노동자들, 서민들, 중소상인들, 이명박 정부 때 피해를 입었던 분들의 실망감이 훨씬 컸을 것이다. 빨리 기운을 내서 평소 해온 민변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제도권 야당, 민중운동진영, 시민사회 등 민주진보진영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놓고 토론 중이다.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조언 해줄 부분이 있는가.
“솔직히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래도 한마디 하자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말하라는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하고, 그 입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이나 방향을 제시할 때,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국민들보다 반보 앞서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옳으니까 따라오라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설령 옳은 방향, 옳은 정책이더라도 국민과 함께 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도권 야당의 경우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갈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해서 실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과를 내야 한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른바 ‘좌클릭’을 해서 문제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분법적 사고일 뿐이다. 진보 아니면 중도로 가야하고, 중도도 아니면 보수로 가야겠는가.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합리적 해결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지 ‘진보냐, 중도냐’를 나누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말려 나가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만 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군사적 요구도 분석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면 되는 것이다. 설령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더라도, 주민들의 요구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하거나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 진보, 보수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진보냐 중도냐’를 나누는 것보다 이분법적 사고를 통해 우리 스스로 그 프레임 안에 갇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오히려 민주당에겐 지금 진정성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에 ‘사과 투어’를 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들이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있느냐 여부다. 패배한 뒤에 형식적인 모습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하는지, 아니면 앞으로 꾸준히 경청하겠다는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민주당으로선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국민들의 요구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쌍용자동차 사태 등 큰 사안이 아니더라도 곳곳의 갈등 현장에 방문해야 한다. 언론의 조명을 받지 않거나 얼굴이 팔리지 않는 곳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2013년은 진보진영에게도 중요한 한 해다. 많은 이들이 지난해 대선에서 많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에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선 우리 사회에 진보정당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과 거리가 있는 것이 문제다. 진보정당은 옳은 정책을 말하고 있지만, 옳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서 점수가 깎이는 것이다.
대선 토론회 때 ‘박근혜를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한다거나 ‘다카키 마사오’를 언급한 것만 해도 그렇다. 다 옳은 말이지만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서 표현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저도 말조심을 한다고는 하지만 쉽지는 않더라.(웃음)
시민사회나 민중운동 진영의 경우 조직운영, 활동내용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상식 수준에서 말해야하는 한계가 있다. 그들에게도 국민들 속에 깊게 뿌리 내리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다 담아서 정치권이나 정부에게 요구할 순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정책,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정국에서 안철수 역할 등 많은 변수가 있는 상황이다. 야권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한다고 보나?
“정권교체를 원하는 모든 세력이 연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안철수든, 민주통합당이든, 통합진보당이든 다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어떤 형식이나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 매끄럽지 못하게 단일화가 됐고, 그로 인해 정권교체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들이 모두 허탈해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성찰했을 것이라 믿는다.”

ⓒ이승빈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주영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법률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근혜 시대에 대한 예측들이 많다. 유화국면을 예상하는 분도 있고, 강경대응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선인이 경제민주화, 복지에 대한 공약을 제시한 만큼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다 할 것으론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는 유화국면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민주 진영이나 진보 진영에 대해 분리할 가능성은 있다. 당선인이 자신만의 성향이 있는데, 그 성향이나 원칙에 맞지 않는 사안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예를 들면 안보 등 새누리당의 정통적인 정치성향에 비추어봐서 수용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강경하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정원 직원의 진보단체 간부 미행 사건이 발생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공안정국이 조성될 수도 있을까?
“공안정국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공안정국이 조성되면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불행한 일이고, 일반 국민들도 불행한 일이다. 공안정국이라는 것은 정권이 자신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공안정국을 조성하지 않더라도 정권 유지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반발이 커질수록 ‘힘에 의존한 정치를 해야한다’는 유혹에 시달릴 수 있는데 당선인이 그런 쪽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많다. 민변 회장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이동흡 후보자 지명 자체가 박근혜 당선인의 뜻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동흡 후보자가 지금 개인 비리나 자질 문제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인사가 만사인데, 박근혜 당선인이 신뢰를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명박 정권도 고소영 내각으로 질타를 많이 받았고, 그런 측면들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이동흡 후보자의 임명이 강행될 경우 향후 인사에 있어서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의 정권 초기에 불신을 할 경우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민변에서 올해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는가
“민변은 지난 대선에서 각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의견서를 냈다. 올해엔 그 의견서를 바탕으로 당선인이나 야당이 내건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입법과정을 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의견을 낼 것이고 부족하거나 후퇴할 경우 비판할 것이다. 그 외에도 기존의 시국사건 변론 활동이나 시민사회에 대한 법률적 지원은 계속할 것이다.”
-아직도 대선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박 당선인이 국민들의 뜻으로 당선된 만큼 그 뜻을 수용한 필요가 있다. 당선인이 제시한 공약이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공약을 제대로 실현하지 않거나 이행에 소극적일 경우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 않겠나. 이성적으로 대응해 나갔으면 좋겠다.
국민들의 정신이 올바로 살아있을 경우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세력은 오래갈 수 없다.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정혜규 기자 jh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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