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1-09일자 기사 '언론인들, 인수위 앞에서 “신뢰와 원칙으로 해고자 복직”'을 퍼왔습니다.
[스케치] 추위 속에서도 인수위 앞을 메운 이들의 사연
인수위 출범 나흘째인 9일, 영하 10도를 웃도는 추위 속에서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앞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이들은 저마다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 한국목회자개혁 중앙협의회를 비롯해 한진중공업 최강서 씨의 죽음을 잊지 말아달라는 피켓을 든 이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는 현직 언론인들도 포함돼 있었다. 현직 언론인들의 요구사항은 ‘해직 언론인의 복직’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에서 해직된 언론인은 19명이며, 부당한 이유로 징계 받은 언론인은 455명에 달한다. 언론노조는 9일 오후 1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해직 언론인 문제 즉각 해결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9일 오후 1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인수위가 위치한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앞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스
이강택 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은 MBC 사태를 불행이라고 했고 언론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분명히 말해 놓고, 왜 아직까지 아무 답이 없느냐”며 “그토록 내세웠던 신뢰와 원칙에 근거해 해직 언론인을 복직시키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같은 장소에서 시위하고 있는 이들을 가리키며 ‘언론의 직무유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정영하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건너편에 피켓 든 분들이 있다. 저건 거리에서 피켓으로 얘기할 사항이 아니고, 방송과 뉴스가 취재하고 잘못한 점 지적해 바로잡을 문제”라며 “이것을 하기 위해 언론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하 본부장은 “방송이 사회 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이 정권은 언로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해고했다”며 “5년 내내 해결 안 됐던 문제를, 새 정부가 출범한다니까 기대를 갖고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정영하 본부장은 “새 정권이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울 수 있는지 여부는 언론문제 해결에 달려있다”면서 “언론이 해결돼야 민심이 열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수막을 들고 마이크를 든 모습이 눈에 띄어서일까. 지나가던 시민들도 이따금 가던 길을 멈춰서고 지켜보기도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있었고, “박근혜 당선인의 역할이 뭔가. 국정 방향을 제시해 불필요한 논란들을 바로잡아 주는 일 아닌가”라는 이강택 위원장의 발언 뒤에는 누군가 “옳소!”라고 외치기도 했다. 기자회견 내용을 듣더니 “언론노동조합 파이팅!”이라고 응원을 보내는 시민도 있었다. EBS, YTN, 연합뉴스, 채널A, 한겨레, 경향신문, 매일경제 등 여러 매체에서 취재나온 기자들 역시 눈에 띄었다.
기자회견이 끝나 취재진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도 건너편에 있던 피켓 든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용산참사, 한진중공업 등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재판 결과가 억울하다며 시위에 나선 사람도 있었다. 모두들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 한 켠에는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할 곳이 없어 인수위 앞까지 나온 이들이 있었다. ⓒ미디어스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강서 씨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며 피켓을 든 금속노조의 한 노조원은 “다들 애환이 있어서 여기 나온 것인데 인수위 사람들은 이런 일이 있다며 정보를 수집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간 꾸준히 신뢰와 원칙을 말해 왔으며, ‘100% 대한민국’을 이룩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왔다. 그가 말하는 ‘100% 대한민국’의 시작은 하소연할 곳 없어 방황하는 이들을 경청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김수정 기자 | poorenbyu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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