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5일 금요일

미국 무기 장사 아시아가 봉이야


이글은 시사IN 2013-01-25일자 기사 '미국 무기 장사 아시아가 봉이야'를 퍼왔습니다.
중국 군사력 팽창·북한 미사일 발사 등 아시아 지역 안보불안이 미국 무기수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방어선을 만들고 무기까지 사주니 미국으로선 이보다 좋은 일이 없다

장사를 하려면 물건이 잘 팔리는 지역에서 판을 벌여야 한다. 목이 좋아야 하고, 고객에게 딱 필요한 물건을 팔아야 하고, 물건을 원하는 수요층이 많아야 한다. 최근 미국의 무기 장사가 아시아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이어가는 것은 이 조건이 두루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기를 팔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판을 잘 벌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선 성공 이후 미얀마 문제, 북한 미사일 발사, 중국과의 외교 힘겨루기 등을 무기 판매를 성사시키는 촉진제로 잘 활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외교축이 아시아로 움직인 것(pivot to Asia)도 무기 수출에 호재로 작용한다. 미국 정부에게 무기 수출은 세계 안보 무대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핵심적·효율적 수단이다. 

ⓒReuter=Newsis 미국은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위) 1세트 4대를 한국에 팔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또한 미국의 무기 수출은 미국의 경제위기 속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나가면서 미국 내 무기 구매가 줄었고, 유럽이 재정위기를 맞으면서 대(對)유럽 무기 수출도 침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의 안보 불안은 미국 무기 장사에 호재로 작용했다.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롭그루먼 등 방위산업체가 속한 미국항공우주산업협회(AIA)는 지난달 발표한 연례 평가·전망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 무기 판매가 유럽에서 줄어드는 양을 만회하고도 남을 것이다. 앞으로 최소 몇 년간은 미국 무기에 대한 수요가 충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시아 시장은 안보 면에서 미국에 아주 중요하다. 먼저 중국이 아시아에서 군사 강국으로 입지를 굳히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 중국의 군사력이 커질수록 이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쪽은 미국이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도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맞설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방위산업체 컨설팅 업체인 바우어그룹아시아의 루퍼트 해먼드체임버스 씨는 “중국이 동남 중국해에서 연일 이어지는 영토분쟁과 관련해 자국의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만큼 주변 국가에서 국방예산을 더욱 늘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얼마 전 미사일 시험 발사까지 했다.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할 미국의 무기가 필요해진 셈이다. 이에 일본은 지난해 12월10일 총 4억21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이지스함 2척에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일본은 새로운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4억2100만 달러를 주고 사들이기로 했으며, 50억 달러를 투입해 주력 전투기를 F4에서 F35로 교체할 예정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2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만났다. 아시아 안보 불안이 미국 무기 수입을 부추긴다.

미국으로서는 일본이 자기들 스스로 비싼 돈 들여가며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방어선을 만들어주고 자국의 무기까지 사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미국이 직접 돈을 들여 구축해야 할 군사 방어망을 무기 수출까지 해가며 구축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이다.

한국도 미국의 주요 무기 판매처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21일 무인 정찰기 ‘글로벌호크’ 1세트 4대를 한국에 판매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로이터는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글로벌호크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시기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2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북한의 미사일로 인한 불안 요소가 한국과 미국으로 하여금 글로벌호크의 필요성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글로벌호크(Global Hawk)는 이름 그대로 ‘세계를 나는 매’라는 뜻으로, 비행고도 최고 19.8㎞에서도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를 동원해 지상에 있는 0.3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최대 비행 속도는 시간당 636㎞이며 작전반경은 3000㎞에 달한다. 작전 비행시간은 38~42시간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성공은 한국에 이 글로벌호크의 필요성을 자극했다. 

이전에도 한국이 글로벌호크를 구입하고자 했으나 미국 의회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 규정을 이유로 글로벌호크 판매에 반대했고, 미국 정부 역시 지지부진한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미국 국방부는 “한국이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무인 정찰기 글로벌호크 판매를 공식 제안했다”라고 밝혔다. 이제 미국이 한국에 글로벌호크를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글로벌호크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호크 1세트는 RQ4 블록30형 4대로 여기에 장비와 부품 등을 모두 포함하면 1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2009년 4800여억원이던 것이 2011년 9400여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 10월 다시 1조원을 넘더니 의회 통보 과정에서는 약 1조3000억원까지 상승해 결국 3배나 뛰었다. 수요가 절실하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 것이 장사라지만 상당히 고가이다. 

한·일 보수 정권 출범으로 ‘무기 특수’

하지만 한국 처지에서는 고가에라도 필요하면 살 수밖에 없을뿐더러, 이런 비싼 무기가 한국에 팔려나가면 한국과 인접한 나라들도 이 무기를 구입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이 글로벌호크를 한국에 판다고 하자마자 일본·오스트레일리아·싱가포르 정부도 글로벌호크 구입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올해는 미국이 더더욱 아시아 무기시장의 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해이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 등 친미 보수 성향의 지도자가 탄생한 것도 미국의 무기 수출에 힘을 실어준다. 무기 특수를 업고 미국은 2011년 전 세계 173개국에 무기를 수출해 442억8000만 달러(약 49조96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 액수는 전년도에 비해 100억 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내년에는 여기에서 70%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미국 국무부는 전망한다. 한국의 새로운 정권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방어와 중국과의 영토분쟁 때문에 무기 수입을 희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인접한 인도도 최근 들어 수백억 달러어치의 새 군사장비를 구입하는 등 군사능력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인도가 오랜 기간 긴장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이 군사력을 확대 중이기 때문이다. 인도가 군비를 지출할수록 파키스탄도 이에 대응하느라 같이 군비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즉 중국이 군사력을 높이면 일본과 인도가 군비를 지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인근 국가들도 모두 군비 지출에 가세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군비 지출의 나비효과는 결국 아시아 전체에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무기 장사를 날로 번창하게 만드는 조건이 형성되는 셈이다. 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감이 ‘재정절벽’이라는 절박한 미국의 경제 상황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구명줄’이다. 이런 특수를 업고 미국은 올해도 아시아 시장에서 무기 수출의 초대박 행진을 계속할 전망이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