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5일 토요일

[사설]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 철회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04일자 사설 '[사설]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 철회해야'를 퍼왔습니다.

청와대가 신임 헌법재판소장에 이동흡 전 재판관을 지명한 것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가 떠들썩하다. 이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했지만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공직 인선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관심을 끌었다. 박 당선인 측도 인선 과정에 의견을 조율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내정자 지명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인선’이라는 혹평을 듣고 있다. 야당이 “보수편향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정체불명의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내정자는 헌재 25년 역사상 합헌 의견을 가장 많이 낸 재판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헌재를 거쳐간 40여명의 재판관 중 가장 ‘체제 순응적 법해석’을 한 재판관으로 유명하다. 헌재는 다수의 논리를 앞세운 입법권과 행정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특별법원이다. 국가 최고규범인 헌법 해석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헌재의 존재이유다. 이 내정자는 소수자보다는 다수의 편에 서서 편향된 법 해석 태도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헌법기관의 수장자리에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위험수위를 넘어선 헌재의 보수화 성향을 감안해도 이 내정자 지명은 문제가 있다. 박 당선인은 이 내정자 외에 오는 3월 퇴임하는 송두환 재판관의 후임 지명권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헌재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임명한 재판관들로 모두 채워진다. 재판관 9명 중 야당이 추천권을 행사하거나 여야 합의로 추대한 재판관 각 1명씩을 제외하면 보수 색채가 너무 강하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헌재의 위상을 감안하면 한쪽으로 치우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 “헌재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모양이다.

공인으로서의 처신과 자질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이강국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모두가 서울역사박물관에 차려진 분향소를 찾았지만 이 내정자만 불참했다. 헌재 내부에서는 “이 재판관이 일부러 가지 않았다”는 추측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그는 재판관으로 있으면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헌재 내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져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이 동향 출신을 사법부 수장(대법원장과 헌재 소장)에서 배제해온 오랜 관례를 깨고 같은 TK(대구·경북) 출신의 이 내정자 지명에 동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3권분립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일찌감치 여야 간에 볼썽사나운 모습이 예고돼 있다. 이른바 ‘고소영’ 내각으로 정권 초반부터 논란이 된 이명박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 헌재가 정권의 들러리 아니냐는 소리를 들어선 안된다. 평소 국민대통합과 탕평인사를 강조해온 박 당선인의 약속을 감안하더라도 이 내정자 지명은 철회하는 게 순리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