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6일 수요일

박근혜 복지공약, 재원조달할 수 있을까


이글은 시사IN 2013-01-15일자 기사 '박근혜 복지공약, 재원조달할 수 있을까'를 퍼왔습니다.
양대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복지국가 공약 내건 점 주목…여권·보수 언론의 ‘줄푸세’ 압력 염려된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전개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자는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자였다. 박근혜 승리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는 자신의 공약을 잘 지켜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시사IN)은 새해 벽두인 1월2일 사회민주주의센터 정승일 공동 대표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 대표를 편집국으로 초청해 3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1997년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론적 비판을 수행해온 정승일 대표는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와 공저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등의 저술이 있다. 이상구 대표는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이끌어왔다. 

먼저 야권의 패배 원인부터 짚어보자. 


정승일(정):가장 큰 이유는 야권이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의 정책 비전보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박근혜 당시 후보가 인혁당 사건 등 유신독재의 국가범죄들을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고 한 뒤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바 있다. 그때부터 야권은 박 당선자의 육친 관계에 더욱 집착했다.
이상구(이):사실 박 당선자보다 문재인 후보의 복지 공약이 수혜 대상도 훨씬 넓을 뿐 아니라 구체적이었다. 예컨대 국공립 보육시설에 대해 박 당선자는 그냥 늘리겠다고만 했으나 문 후보는 매년 4000곳 증설이라는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박정희 딸’ 이야기를 하느라 이런 공약들은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결국 박근혜 후보와의 차별화에도 실패하고 신뢰감도 잃었다. 
:선거를 3일 앞두고 열린 3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해 너무 잘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다. “저 좋은 공약을 왜 이제야 털어놓는 거지?” 하고…. 내가 알기로는, 민주당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이슈화한 적이 없다.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이나 골목 상권 등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부각시켜야 했다. 그러나 출자총액제니 순환출자니 하는, 시민들에게는 낯선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반면 박근혜 당선자는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기)나 민영화, ‘작은 정부’ 등을 사실상 포기하고 ‘좌클릭’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도 세상이 아주 나빠지진 않겠다’고 생각한 시민이 많아진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골목 상권 침해나 재벌의 중소기업 착취 근절 등을 약속하니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차별성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가 기존 순환출자까지 해소하겠다는 등 이른바 재벌개혁을 강조한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순환출자 근절하고 이로 인해 재벌이 일부 계열사 주식을 팔거나 경영권을 넘길 때 즉각적인 이익을 보는 것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펀드(금융자본)들이다. 시민들은 ‘누구는 어떤 복지제도를 도입하는데 세금은 어떻게 되나’에 관심을 가졌지, ‘문재인 후보가 드디어 순환출자를 근절한대, 만세!’, 이러지는 않았다. 

박근혜 당선자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줄푸세’를 이어간다고 했지만, 공약 내용으로 보면 사실상 포기한 것이었다. 사실 이번 선거는, 그동안 진보 측이 주장해온 내용들을 누가 잘 구현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벌어진 싸움 아닌가.

:그래서 역사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번 대선을 통해 한국이 한 단계 전진했다고 생각한다. 양대 유력 후보가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공약으로 수용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 한국경제에 드리운 그늘을 정확히 직격한 것은 박근혜 후보였다. 예컨대 최하위 소득층의 경우 70%까지 빚을 줄여준다는, 가계부채 탕감 공약 등이다. 가계부채는 채무자 개인들의 도덕적 파탄 때문이라기보다, ‘부채 사회’라는 용어가 탄생할 정도로 ‘돈 빌리기’를 부추겨온 우리 경제 시스템 탓이 크다. 그래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으나 집값 하락과 소득 감소로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 50대 가장들이 반응한 것이다.

그런데 50대들, 요즘 욕 많이 먹는다.

:박근혜 캠프는 주택 관련 공약을 만들며 포장을 잘 했다. 복지 단체들이 개발한 정책을 그대로 가져가기도 했다. 주택연금(집을 담보로 평생 매월 연금 수령) 가입 시기를 60세에서 50세로 낮추는 제도나 ‘보유주택 지분매각제’(하우스 푸어가 주택의 소유권 중 일부를 국가에 팔아 현금을 받고 일정한 시기 이후 갚는 제도) 등이 그것이다. 
:주택 소유자 중에는 50대 이상이 많다. 그런데 이 집단은 집을 가졌지만 소득이 적다. 회사에서 잘렸거나, 자영업자 중에서도 많이 버는 사람은 드물다. 유일한 재산이 주택이니, 집값 하락이 두려운 거다. 이렇게 되면 담보가치도 떨어져 은행에서 추가로 빚 독촉이 들어올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해당 부동산에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단지 집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된다. (사회자:더욱이 문재인 캠프 측에는 집값 하락을 막으면 안 된다는 흐름도 있었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정부가 집값 하락을 방치하겠구나, 라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소유자의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시사IN 조남진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이끈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 대표(왼쪽)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공저자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 대표(오른쪽)가 대담을 나눴다.

경제민주화 부문에서, 박근혜 캠프는 재벌들의 힘은 보전하되 그 힘이 서민을 못살게 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만 막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캠프는 순환출자 규제 등을 통해 재벌그룹의 힘 자체를 빼야 한다고 했다.

:문 캠프 측에서는 그것을 ‘밥 먹여주는 경제민주화’라고 했다. 맞다. 재벌의 골목 상권 침범이나 중소기업 착취를 차단하면 서민들에게 밥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재벌 소유구조를 개혁해서 힘 자체를 뺄 때 어떻게 시민에게 밥이 생기는지, 그 구체적 경로를 모르겠다. 이는 일종의 종교적 신념이라고 생각한다.

박 당선자도 복지 공약을 많이 내놨는데, 그 실현 여부는 미지수인 것 같다.


:박 당선자가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복지예산(국민행복 재원)이 5년 동안 모두 135조원이다. 매년 27조원. 그런데 올해 예산안에서 늘어난 금액은 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사회자:27조원이 필요한데 2조8000억원만 늘렸다?) 물론 올해 예산은 이명박 정부가 짜놓은 것에 공약 이행을 위한 금액을 추가한 것이라서 온전한 의미의 ‘박근혜 예산’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증액에 얽힌 각종 우여곡절을 보면 앞으로도 예산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증세는 않는다고 한다.


:예컨대 박근혜 공약집을 보면, 금융소득종합세 강화로 이후 5년 동안 5조원을 마련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에 금융소득종합세 기준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췄다. 그러면 세수가 연간 3000억원 늘어나니 5년간 1조5000억원이다. 공약(5조원)보다 3조5000억원이나 적다. 또한 박 당선자는 증세가 아니라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고 정부지출 구조 개혁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지출 구조를 바꾸는 것은 말이 쉽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모든 정부지출은 나름대로의 이유와 그 돈으로 만들어진 일자리 등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5년 동안 필요한 국민행복 재원 135조원 중 81조원을 기존 예산을 줄여 만들겠다는 거다. 세제 개편이나 세정 강화로 새로 들어올 돈은 48조원밖에 안 되는데, 지금처럼 하면 30%인 12조원 정도라도 걷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조달 구조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거다. 박 당선자가 약속은 꼭 지키는 스타일이라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할 뿐이다.

이미 여권에서 반발이 시작됐다. 보수 언론들은 ‘공약을 잊어버리라’거나 ‘국민의 양해를 구하라’고 한다. ‘사기’를 치라는 거다. 올해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경제위기에 웬 복지’라 할지도 모른다.


:경기침체 혹은 경제위기란, 민간 주체들이 돈을 쓰지 않아 수요가 말라버리는 시기다. 정부만이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돈을 쓸 수 있다. 그래서 경제위기를 탈출하려면 정부가 지출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 올해 세계경제가 어려운데, 어떻게든 수출이나 내수를 늘려야 우리 기업들(과 고용 수준)이 지탱할 수 있다. 그런데 수출은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고, 결국 내수를 늘려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민주화. 즉 비정규직과 하청 단가를 규제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해 시민의 소득을 올려주는 거다. 대기업의 수익을 시민들 소득으로 옮기는 조치니 일종의 트리클다운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정부지출을 늘려 내수시장을 살리는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되면 박근혜 정부나 새누리당, 보수 언론 등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포기하라는 ‘줄푸세’ 압력이 나올 거다. 박근혜 당선자의 의지가 아무리 확고해도 여권 내에서 치열한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줄푸세 측이 이기면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복지를 통한 성장’을 주장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복지와 경제성장이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뜻이다. 박 당선자도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면 야권과 잘 공조해야 할 것이다. 가장 불행한 시나리오는 정부와 새누리당에서 시장주의자들이 득세하고,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이 중도층 장악 실패’ 운운하며 우클릭하는 거다. 이 경우, 이명박의 ‘잃어버린 5년’에 나머지 5년을 채워 ‘잃어버린 10년’이 완성될지도 모른다.

1월1일 새벽에 ‘박근혜 예산’으로도 불리는 2013년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예산안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복지 예산이 총예산의 30%에 이르렀다고 언론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런데 OECD 기준으로 평가해보면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택건설 관련 재정까지 복지예산으로 계산하니까 통계수치가 과대평가된 것이다. 더욱이 OECD에서는 총예산 중 복지 예산이 50% 넘는 나라가 대다수다. 더욱이 GDP 대비 복지 예산으로 봐도 OECD는 평균 22.1%인데 한국은 9.7%에 불과하다.

보육복지 관련 예산은 1조5000억원 늘었다.


:일단 좋은 일이다. 그런데 보육 부문은 예산 증가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보육시설의 서비스 가격과 질을 제대로 관리해야 그 효과가 발휘된다. 민간 보육시설이라고 방치하면 업체의 배만 불릴 뿐이다. 업체 측이 보육비를 올려 국가 지원금을 흡수해버린다. 같은 원리로 반값등록금 예산도 많이 늘었지만(올해 대비 60% 증가), 그 혜택을 시민이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근거 없이 높은 대학 등록금 수준을 국가가 그냥 인정하며 절반을 계속 지원해야 하나?(이상구: 재단이 돈을 유용하거나 등록금을 멋대로 올려버릴 수 있다.) 지금처럼 대학 운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국가가 대학에 돈만 대준다고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 게 아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2012년 6월22일 서울시립북부장애인 종합복지관을 방문해 배식 봉사를 하며 웃고 있다

반값등록금 정책엔 대학 운영의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런데 박 당선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사학 개혁 반대의 선두에 선 적이 있다. 그럼 박 당선자의 건강보험 정책은 어떨까.

:4대 중증 질환(암, 심혈관, 희귀난치성, 뇌혈관 질환)의 치료비를 국가가 100% 부담하겠다는 것인데, 그 추가 예산이 1조5000억원밖에 안 된다고 해서 놀랐다. 이렇게 하면 환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돈은 별로 줄지 않는다. 예컨대 암의 경우에는 의료비 중 95%를 이미 건강보험공단이 내고 있으니까 본인 부담은 5%에 불과하다. 이 5%를 더 내주겠다는 것이니 추가 예산이 얼마 안 되는 거다. 지금 중증 질환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간병비·특진비·상급병실비 같은 비급여 부분이다. 문재인 후보는 여기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므로 건강보험 재정을 연간 14조1000억원 더 늘린다고 했던 것이다.

중증 질환자가 병원에 내는 돈이 1000만원이라면 그 비급여의 비중은 어떤가.

:질병에 따라 다르지만 60~90% 정도.

1000만원 내다가 공약 실현 이후에도 900만원까지 낼 수 있다는 소린데, 체감하기는 쉽지 않겠다. 박 당선자는 신성장동력으로 IT 부문을 크게 강조하는데, 정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근혜 캠프 쪽에 알게 모르게 과학·기술 쪽 인사가 많다. 이런 측면에서 박 당선자가 신설하겠다는 미래창조과학부에 관심이 간다. 기술이 짧은 기간 내 상품에 적용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문이라면, 과학에서는 단기적으로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 발전 없이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정책 담당자들은 항상 과학을 기술의 하위에 뒀는데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 전담 부서라면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의 경제발전 기조는 정부가 제조업 부문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육성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었는데, 박 당선자는 이런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전략을 논할 때 재벌을 뺄 수는 없다. 제조업을 이끌어가는 것이 재벌이고, IT 부문 역시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삼성전자가 주도한다. 잘나가는 벤처기업 대부분이 삼성전자에 납품하며 성장했다.

:IT 창업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청년들이 창업할 IT 기업 중 성공할 회사가 몇 개나 될까. 더욱이 그쪽 일자리도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으로 매우 열악하다. 청년 일자리는 공공 부문에서 먼저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공공 부문 일자리가 너무 안정되고 대우도 좋아서 ‘정의’에 어긋나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인구 대비나 GDP 대비로 볼 때 한국의 공무원 수는 OECD 평균에 비해 너무 적은 편이다. 이는 공공 부문에서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말도 된다. (정승일:도서관·갤러리·음악관·체육관 같은 공공시설이 특히 지방에는 많이 모자란다. 더욱이 이런 공공시설이 있어도 운영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교육 부문도 좋은 사례다. 박근혜·문재인 공약 모두에 교사 확충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사회적 반발도 크다. 왜 철밥통을 늘리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 관련 인력 역시 GDP나 인구에 비해 너무 적다. OECD 평균 수준으로만 가려고 해도 교사 6만명, 행정지원 인력 4만명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준별 수업, 교과별 맞춤수업, 학생 개인지도 등 북구 유럽 수준의 질 높은 공교육이 가능해진다. 스웨덴의 이케아가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수준 높은 디자인 능력을 갖춘 학생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교육이 크게 창궐하는 이유도 공교육이 엉망이라 그런 것 아닌가. 
:박 당선자는 중소기업 납품단가에 대한 대기업의 압박을 근절하겠다지만, 이 정도로 중소기업 일자리 상황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이런 방법으로 대기업 수익 중 중소기업으로 이전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될까? 기껏해야 연간 10조원 정도일 거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괜찮은 일자리가 되려면 100조~200조원이라면 몰라도 10조원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또한 저임금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인데, 중소기업 경영진이 늘어난 수익으로 임금을 올려줄까? 그렇지 않다. 박 당선자가 중소기업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을 규제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4대 보험을 지원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면 상당수의 한계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그런데 국가적 차원에서는 저임금밖에 제공하지 못하는 일자리라면 퇴출시키는 것이 낫다. 다만 이렇게 퇴출된 자본과 노동자가 효율성 높은 다른 산업이나 기업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자본이 새로운 첨단산업 부문으로 흘러들어가도록 유도하는 산업·금융 정책은 물론 노동자에게 질 높은 직업 교육을 제공하는 복지정책도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이후 ‘복지국가 운동’의 전망에 대해서 말해달라.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온 진보 진영은, 박근혜 당선자가 ‘선별적 복지’로 승리했다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 시민들이 보기에 ‘보편적 복지’가 그리 설득력이 없었던 모양이다. 특히 등록금이나 주택 복지처럼 엄청난 돈이 필요한 부문에서는, 단지 복지가 아니라 경제구조의 재조직화까지 논의되어야 하는데 진보 진영은 이 부문의 비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진보 진영이 토론하면서 방향을 잡아야할 부문이다.

:우리 역사의 발전에서 이번 선거가 큰 역할을 해냈다고 말하고 싶다. 보수 세력의 대표인 박근혜 당선자가 신자유주의와 작은 정부를 포기하고 사실상의 증세와 복지국가, 공공성 강화를 내세워 당선되지 않았는가. ‘걸어가다가 중단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가 아니라 ‘걸어간 만큼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50대의 보수화로 절망한다는 분들이 있는데,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복지국가라는 의제는 고령층에게 더더욱 바람직한 것이다. 야권이 복지국가 비전을 잘 발전시키면 50대 이상의 연령층을 충분히 견인해낼 수 있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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