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8일 화요일

‘기자실 지정좌석제’ 운영하는 박근혜 인수위의 ‘비밀주의’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07일자 기사 '‘기자실 지정좌석제’ 운영하는 박근혜 인수위의 ‘비밀주의’'를 퍼왔습니다.
겉으로는 ‘정부 3.0’, 실상은 ‘대(對)언론 비밀주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겉으로는 ‘정부 3.0’을 앞세우면서도 실제 운영은 사실상 ‘대(對)언론 비밀주의’ 기조를 채택한 모습을 보여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인수위의 언론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제는,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수위 기자실의 자리가 ‘지정좌석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또한 인수위의 공보 창구가 대변인으로 일원화된 이후 오히려 대변인과 언론 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중인데, 인수위 대변인은 아예 브리핑에서 ‘기삿거리’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발표하는 '촌극'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박 당선인이 첫 회의부터 인수위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적나라하게 문제 삼는 등의 지나친 ‘비밀주의’ 행보로 논란에 불을 붙이는 형국이다.

기자실 자리 배치, 그 기준은?

인수위 출범 첫날인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국금융연수원을 찾았다. 공동기자회견장과 세 개의 브리핑룸, 그리고 미디어담당관실은 인수위가 입주한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인수위에 출입 승인을 받은 기자라고 해도 기자실을 아무렇게나 이용할 수는 없다. 인수위 측에서 도합 394석에 이르는 기자실 좌석을 매체들에게 임의적으로 '할당'했기 때문이다. 전체 좌석 중 특정 매체에 할당되지 않은 자유석은 단 38석 뿐인데, 전체 좌석의 약 90%가 인수위에서 지정한 매체에 '지정 좌석'으로 할당됐다.

▲ 각 기자실 입구에 붙어 있는 언론사별 좌석 배치도. 붉게 칠한 부분이 자유석이다.ⓒ미디어스

이에 대해 인수위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들은 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사의 규모가 아닌 역사 △새누리당에 소정의 비용을 내고 당사 부스를 이용해 왔는지 여부 △국회와 새누리당 출입을 동시에 하는지 여부 △인수위 출입을 신청한 기자 인원 등 여러 가지 기준을 통해 좌석을 할당한다고 설명했다. 기자 담당 인수위 관계자는 “미디어담당관실에서 결정한 사항이며 상세한 기준까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수위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언론 비밀주의’를 넘어 ‘언론 통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인수위의 기자 자리 배치 문제는 힘 센 언론, 자신들과 가까운 언론을 중심으로 취재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발상과 같다”며 “매체 지형의 변화와 기자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한 마디로 웃기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 7일 오후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의 풍경.ⓒ미디어스

또 다른 기자 역시 “새누리당의 기본적인 언론관이 기자실 자리 배치와 같은 세부적인 문제에까지 투영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인터넷 매체는 ‘우리 편’이 아니라는 정서를 갖고 있는데, 이 정서가 그간 ‘우리 편 우파 인터넷 매체’에 대한 편애와 ‘규모가 큰 매체’에 대한 의존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이어 “새누리당 차원의 기자실 운영이라면 이런 정파성과 편향이 그럭저럭 용인될 문제겠지만 인수위에서도 이런 시각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 심각한 문제”라며 “소위 ‘매체력’에 기반을 두어 자리 배치를 받은 기자들은 불만이 없고, 이런 정도의 문제는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관성적 판단이 팽배하다보니 기자 사회 전반에서 이런 상황이 공론화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들이 벌써부터 ‘구태의 카르텔’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다.

새누리당 당사와 인수위의 높은 문턱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기자들의 업무적 편의를 고려한 배려 차원, 혹은 매체의 과열된 취재를 정돈하는 질서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스)의 한 기자는 지난 12월 19일 대선 투표일 당시 새누리당 당사에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 기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기자증’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기자증’이라는 게 무엇인지, 언론사에서 자사 소속 기자들에게 발급하는 사원증인지, 아니면 국회 출입기자증인지 제대로 된 설명은 듣지 못했다. 당일 민주당은 신원 확인과 명함 제시를 통해 취재를 허용했다.

▲ 지난 12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외부 벽면에 박근혜 당선인의 감사인사를 전하는 대형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다.ⓒ뉴스1

이렇듯 새누리당은 자당에 출입하려는 기자들에게 다소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박근혜 당선자의 당선과 인수위 구성 이후로도 이어진다. 인수위 출입증 신청서 양식과 신청 안내문은 전날인 3일 오후 새누리당에 등록된 이메일 계정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었다. 인수위 출입증 신청 기한은 지난 4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로 정해졌고 직접 방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새누리당 대변인행정실에 인수위 출입 신청을 하러 간 자리에서, 신청서에 기입된 내용을 잠시 훑어보던 대변인실 관계자는 “혹시 새누리당에 출입하고 있냐”고 질문했다. 기자가 “새누리당으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있다”고 답하자, 담당자는 그제야 “신청서를 주면 된다”며 신청서를 받아들었다.

윤창중 “영양가 있는지 없는지는 대변인이 판단할 일”

인수위에 원활하게 출입할 수 있는 언론사라고 해서 취재 환경이 녹록하지는 않다. 유일한 공보 창구인 인수위 대변인이 언론 앞에서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1차 인수위원회 전체회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관계 법령에 따르면 위원회 활동 등의 대외 공표 및 홍보에 관한 것은 대변인이 담당하게 돼 있다”면서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사무직원 등 위원회 구성원들은 모두 이 점에 특히 유의해 위원회 업무에 혼란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6일 오전 인수위 일정 관련 브리핑에서는 “앞으로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국민을 대표해 취재하시는 언론인들에게 인수위 활동에 대해 항상 투명하게 공지함으로써 국민, 그리고 언론과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첫 인수위 워크숍 브리핑을 자체적으로 생략했다. “기사거리가 안 된다”, “영양가가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일부 기자들이 “뉴스 가치는 언론이 판단하겠다”며 항의하자, 윤 대변인은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도 대변인이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앞으로 나를 괴롭히면, 발표할 게 없으면 기자실에 안 오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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