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2일자 기사 '좌우 클릭질만 하는 민주당 믿을 만한 정당인가'를 퍼왔습니다.
[민주당 이대로 안된다 ③] 대선패배 ‘좌클릭’ 때문? 민주당은 누구를 대변하는가
18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51대 48로 패하자,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이른바 ‘우클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내 ‘우클릭’을 주장하는 세력은 이번 대선을 “중도층의 이탈로 박근혜 후보에 패했다”고 규정하고, “중도층을 잡지 못하면 정권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신학용 의원)고 주장한다.
보수언론은 민주당 내 진보인사들을 ‘극단세력’으로 규정하며 이를 부채질한다. 조선일보는 18일자 사설에서 “민주당의 활로가 ‘좌로 더 좌로’에 있지 않고 ‘중도로 더 중앙으로’ 옮겨가 생활정치로 중간층에게 다가서는데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라고 ‘우클릭’을 재촉했다.
이와 맞물려 때아닌 종편 출연 논쟁도 불붙고 있다. 종편 출연을 주장하는 당 내 일각에서는 “이미 종편은 출범했고 정치인과 정치세력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국민과 소통한다”며 “‘변화된 환경을 외면하는 것이 맞느냐’란 식으로 (내부 논쟁이) 정리될 것(원혜영 의원, 21일 동아일보 인터뷰)”이라고 말한다.
과연 민주당이 대선에서 지나친 ‘좌클릭’으로 중도층 견인에 실패했기 때문인가.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답한다.
▷선거 질 때마다 나오는 ‘우클릭’론=김동철 민주당 비대위원은 지난 13일 “민주당은 운동권, 시민사회단체가 아니”라며 “운동권 시민사회단체는 이상과 진실을 추구하지만 민주당은 현실의 발을 딛고 조화를 추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올 초 언론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중도개혁으로 우클릭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당장 한미FTA나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당내 이견으로 표출되고 있다. 민주당의 당론은 한미FTA 재협상과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재검토이지만, 지난 1일 예산안이 통과될 당시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두고 당내 논쟁이 벌어졌을 때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선일보 등은 즉각 당내 보수층을 향해 “극단 세력에 끌려다닌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대선 패배의 원인이 당의 좌클릭 때문인지, 당내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중도’의 실체는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은 “중도가 대체 몇 명인가? 중도가 100만 명(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표차)인가”라고 반박했다. 이 소장은 “이번 대선을 과연 진보노선으로 치렀는지가 의문”이라며 “민주당이 제기한 아젠다 중 진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고 실제로 진보를 내세웠던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7일 한진중공업 천막농성장을 찾아 故최강서씨의 빈소에서 유족 및 노조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통합당은 3번을 끝으로 ‘회초리 민생투어’를 마쳤다. 사진=민주통합당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도 2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총선이나 대선에서 정책이나 공약은 (되레) 50대 문제에 이르기까지 손색이 없었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카피한 대목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계인 김기식 의원도 “당이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간 것이 대선패배의 원인이라는 진단은 잘못”이라며 “새누리당조차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어서 당의 노선을 쫓아왔는데 어떻게 우리가 더 진보한 것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오히려 이번 선거는 한국의 유권자(성향)가 진보적이 됐다는 걸 보여준다”며 “새누리당도 정통적 보수가 쓸 수 없는 빨간색을 쓰고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얘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새누리당 보다 중하층의 삶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클릭에서 좌클릭, 다시 우클릭?=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이 노무현 정부 말기 뉴타운 광풍을 타고 중도보수화를 선언한 결과 정동영 당시 대선 후보는 2007년 17대 대선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 당명을 바꾼 통합민주당은 더욱 ‘탈 노무현’을 외치며 우경화 기획인 ‘뉴 민주당 플랜’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어진 2008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대패했다.
총선 직후 터진 2008년 촛불집회를 거치고 나서야 민주당은 당내 개혁과 ‘선명야당’ 및 분명한 정체성 확립 등 이른바 ‘좌클릭’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미FTA에 대해 재협상을 주장했으며,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강조하면서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도 받아들였다. 그런 민주당에서 이번엔 대선에서 패배하니 다시 ‘오른쪽으로 가자’고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냉소’와 ‘절망’을 갖는 본질적인 이유는 ‘좌냐 우냐’의 문제가 아니라 왜 일관된 정체성 없이 오락가락하느냐에 있다. 또한 민주당은 과연 서민과 중산층 또는 노동자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지 지금도 스스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상훈 박사는 “한국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중도는 내용 없는 허상”이라며 “정치권이 다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 2007년 대선 이후 오른쪽으로 갔다가 다시 왼쪽으로 갔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가겠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말 할 수 없는 지경의 정당”이라고 말했다.
박 박사는 “사회경제적으로 중도의 문제는 불평등 완화가 중심이고 이는 분명한 사실”이라며 “안철수 현상이 갖는 의미는 ‘정당 간의 다툼에 내실이 있어야 한다’는 비판이 표출된 것이지 민주당의 진보에 대한 반작용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철희 소장은 “어떤 노선이 정답일 수 없다”며 “어느 것이 옳다 나쁘다 말할 수 없지만 (민주당은) 중도든 진보든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중도가 한미FTA를 재협상하지 말자는 것도 아닌데 근거가 없는 설명”이라며 “중도로 가자는 주장을 할 수 있고 이념적 포지션은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이지만 패배의 원인을 진보에서 찾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도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현 시대정신과 우리의 공약을 실제로 실현 가능한, 믿을만한 정치세력인지에 대한 의심”이라며 “민주당은 자기 비전을 제시하기 전에 친노·비노로 나뉘어 싸움을 벌였고, 노무현·박정희 논쟁 등 과거담론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또한 민주당은 끊임없이 왔다 갔다 했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가 만들었던 좋은 공약과 매뉴얼을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 뿐 아니라 우리가 이를 실현할 세력으로서 신뢰를 받는지가 핵심”이라며 “지금 민주당은 당론과 다른 의견이나 행동을 해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훈 대표는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지가 불명확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새누리당 보다 중하층의 삶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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