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5일 화요일

바보야! 종편 출연이 답 아니야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14일자 기사 '바보야! 종편 출연이 답 아니야'를 퍼왔습니다.
대선 패배 수습책이 '종편 출연' 허용이라는 민주당 비대위

민주통합당의 종합편성채널 관련 ‘당론’을 재검토할 모양이다. 재검토라는 과정이 전제되어 있지만, 사실상 전면 출연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종편에 안 나가는 게 진보일 수 있지만 야당은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릴 책임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 역시 “의원총회를 통해 종편 출연 금지 당론을 재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미디어 대책을 공론에 부칠 것”이라며 “출연 금지가 풀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일체 기득권이나 정치 생명에 연연하지 않고 사즉생의 각오로 임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60년 정통 야당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 첫 변화는 '종편 출연 허용'이 될 전망이다. ⓒ뉴스1

당을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재건축’ 수준으로 바꾸겠다는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그 첫 삽으로 ‘종편 출연 허용’을 뜨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정세 판단은 두 가지에 기초한다. 우선, ‘대선 패배에 종편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결론이고, 그 원인으론 ‘민주당이 출연 거부해 종편이 새누리당에 유리한 매체가 됐다’는 분석이다.
결론 먼저 쓰고, 원인을 나중에 적시했다. 그만큼 기만적이다. 대선 직후 한 기사에서도 쓴 바 있지만, 이번 대선을 ‘방송이 결정했다’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봐야 할 ‘의제’의 목록이지 결코, 대선패배의 결론이 될 순 없는 주장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이 복잡한 패배의 결론을 단순히 방송 결정론으로 압축하는 입장은 뭔가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를 의심해볼 만큼 심각하게 왜곡된 반성일 수 있다. 반성을 원하는 것이지 변명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대선패배의 수습을 위한 비대위라면 마땅히 왜 대선에서 졌는가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 안팎의 지적대로라면 민주당의 대선 패배 반성은 단 2주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주간 암중모색한 이후 민주당은 지금 ‘도로 원래 자리’의 관성대로 움직이고 있다. 적당한 계파 간 안배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게 대표적 경우이고, 비대위가 수습책이라며 ‘종편 출연 여부’를 쟁점으로 띄우는 것은 그야말로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는 아둔한 장면이다.
대선 패배에 종편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가는 따져볼 만한 대목이 없진 않지만 ‘결정론’으로 생각할 문제가 못된다. 5~60대의 투표율이 진작된 상황을 단순히 종편의 영향력으로 바라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종편 4사가 무더기 개국하며 개별적으론 어느 방송인지 모르더라도 종편이라고 하는 채널 집단의 ‘스테이션 효과’가 발휘됐다는 주장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종편 4사 평균 시청률 합계는 여전히 도합 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시간 지상파 3사의 평균 시청률 합계는 수세적으로 잡더라도 15%를 훌쩍 넘을 것이다. 더군다나 종편 채널들이 딱 집어 5~60대의 투표율에만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종편들의 주요 시사 프로그램과 뉴스가 하는 시간 지상파의 주된 시청자는 4~50대 여성인 경우가 많다.
물론, 단순히 시청률 합산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향력’과 ‘결정력’ 측면의 문제가 있을 순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진단 분석은 전혀 객관적이지 않을뿐더러, 어떤 경우를 대입하더라도 이미 드러난 결과에 대해선 설명이 가능한 ‘운명론’에 다름 아니다. 이런 운명론을 지금까지 나온 것만 꼽아보더라도 이정희의 ‘앙칼짐’, 나꼼수로 대변되는 야권 매체 공격성에 대한 반감 그리고 트위터 등 SNS라고 하는 뉴 미디어 환경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격 등 무수한 ‘환경 결정론’이 있을 정도다. 진 쪽은 진 이유가 100가지이고, 이긴 쪽은 또 이긴 이유가 100가지 인 것이 선거라고 하는 정치적 제도의 특성이다.
결국, 종편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하는 것은 ‘로지스틱 함수’로 투표율 추이를 보는 것만큼이나 ‘결과에 끼어 맞춘’ 해석일 뿐이다. 종편은 갑자기 등장한 변수가 아니라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플랫폼이었다. ‘종편 결정론’이 그나마 유의미한 정당의 반성으로 번안되기 위해선 그렇다면 이제와 ‘종편에 출연하자’는 결론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종편이라고 하는 변수를 왜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던 것인지, 어째서 그것을 감안하며 보수적 유권자들을 분할하는 전략을 짜지 못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부터 하는 것이 마땅하다. 선거 전에는 SNS와 팟캐스트가 종편은 물론 공중파 방송보다 영향력이 세다고 자랑하다가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종편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컸다고 말하는 건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출연을 하지 않아 종편이 보수의 목소리를 강화하고, 새누리당의 프레임을 강화했단 얘기 역시 하나마나한 주장이다. 민주당이 종편에 적극 출연했다면 뭔가 달라졌으리란 주장은 하나의 ‘가정’이지 종편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 결코 아니다. 종편은 강한 정파성을 바탕으로 방식의 선정성으로 승부를 보는 매체 집단이다. 여기에 소수의 인자들이 참여한다고 해서 혹은 정파성에 반하는 이들이 출연한다고 해서 갑자기 종편이 엄정 중립의 정론 매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건 차라리 스스로 ‘악세사리’가 되겠다고 덤비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당론으로 종편 출연 거부를 천명하고, 종편의 탄생 과정과 출범 자체를 문제시 삼아왔던 것은 그런 선택이 경험적으로 볼 때에 정치적으로도 훨씬 합리적이란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한 번의 선거 결과만 놓고 부침개 뒤집듯 엎어 버리면 그것이야말로 종편 채널들이 노리는 효과에 ‘복무’하는 결론이 될 수 있음을 지금 민주당 비대위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 없이 몇몇 증상을 놓고 좌충우돌을 벌일 경우 민주당의 ‘내일’엔 별로 기대할 바가 없어진다. 예컨대, 질문을 뒤집어 보자. 종편에 출연하면 향후 정국에 대한 수습 방향이 나오는가? 아니면 다가올 선거의 전망이 밝아지는가? 역대 최대 규모의 제1 야당이 정녕 종편에 출연하지 않아 정국 주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인가?
무엇도 아닐 것이다. 지금 시점에 민주당 비대위가 종편 출연 여부를 놓고 논란을 하겠다는 것은 ‘어떤 세력이 책임을 져야하는가’를 두고 벌어지는 백가쟁명을 피해 당 내부의 문제를 당 바깥의 문제로 치환해보겠다는 ‘얕은 수’가 아니냐는 오해만 살 뿐이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모습은 계파에 의한 계파의 물 밑 투쟁 밖에는 뭐 하나 선명한 것이  없다. 고작 하고 있는 논란이 문재인 후보가 공개 행보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정도 밖엔 대중적으로 각인된 것이 없을 정도다.
종편 출연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필요하다. 그 채널의 효과와 의미에 대해선 충분히 다시 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걸 덜컥 민주당이 해제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많지 않다. 순전히 선거 전략의 유불리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 탄생의 부당함에 대한 문제의식은 유지한 채로 선거 직전에 출연하는 편이 옳았지 이제 와서 민주당 인사들이 종편에 나가서 해야 할 말이 많지는 않다. 전략적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설령 대선 직전 종편에 나가지 않는 것이 오류였다고 한들 지금에 와서 종편에 출연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종편출연 금지’ 방침을 손바닥 뒤집듯 뒤 짚는 것은 종편의 현실적 힘을 과장하고, 그 태생적 부조리에 면죄부를 주는 효과만 극명해져 종편이 선거를 경유하며 그토록 획득하길 원했던 정치적 인정의 단계가 될 우려가 높다.
대선 패배 이후, 종편 출연 여부가 왜 민주당에 의해 논란이 되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당장에 시급한 문제도 아니고, 대선 패배의 복잡한 반성을 위한 관문도 아닌데 말이다. 이 문제는 시민사회와 언론 운동 진영에게도 논의의 몫을 남겨둔 채 적어도 몇 번의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함께 가이드라인을 잡아가야 할 성격의 것이다. ‘공정함이 없는 매체에 출연하여 그 매체의 공신력을 높여주는 일이 정당한가?’의 문제는 안티조선 운동에서부터 제기되었고 십  여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결을 지닌 복잡한 문제다. 민주당이 ‘종편 거부 방침’을 세운 것이 성급했다면 선거 결과만 보고 그 방침을 뒤집는 것도 성급한 일이다.
야권 성향 지식인의 종편 출연 문제가 민주당의 당론에 의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시민운동의 역량이 민주당 내부로 흡수되어 ‘민주당이 결정하면’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는 상황이 되어버린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욱 더 민주당은 이러한 결정을 성급하게 내려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방송과 종편의 불리함 속에서 수립해야 했던 전략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그것을 실행하지 못한 당내 결정 구조의 문제를 짚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반성’일 것이고, 친노vs반노 / 주류vs비주류의 대립으로 나눠진 패배에 대한 정세를 ‘수습’하는 길일 것이다. 민주당은 영 잘못 짚었다. 48%를 위한 ‘힐링’ 포인트는 종편 출연 여부에 있지 않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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