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11-09일자 사설 '[사설]박 후보, 어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건가'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엊그제 “기존 순환출자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앞으로는 순환출자를 하지 않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경제5단체장과 만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고리를 끊기 위해 대규모 비용을 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 말이다. 그는 어제 기자들로부터 재확인 요청을 받고서도 “예전부터 그렇게 말해왔다”고 답했다.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으로 의견이 모아진 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공약 초안과 배치된다.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경제민주화 추진 세력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비용과는 관계가 없다. 박 후보가 의결권 제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에도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민주화추진단의 한 위원도 “박 후보의 발언은 재계 논리의 판박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경제전문가 중 한 명으로 통하는 이혜훈 최고위원은 순환출자의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김 위원장이 만든 (경제민주화 공약) 방안들이 무리한 게 아니다”라고 김 위원장을 거들었다.
순환출자 자체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공약을 총괄하는 김 위원장과 박 후보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은 문제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의심받고 있는 이유다. 한 쇄신파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은 대규모기업집단법의 핵심 중 하나인 만큼 후보가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2007년 경선 당시 ‘줄·푸·세’로 대표되는 감세·성장론을 내세우다가 ‘경제민주화’로 전향한 근거도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김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 문제로 충돌했을 때는 “두 사람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혀 진정성마저 의심케 했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민주화를 거론하는 일도 잦아들고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는 4·11 총선 승리를 비롯해 ‘대선 후보 박근혜’의 이미지 변신에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박 후보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각인된 이슈다. 박 후보가 선전 효과만 얻은 뒤 폐기하려 든다면 그 폐해는 상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더구나 박 후보가 일련의 과거사 논쟁을 계기로 ‘집토끼’를 지키기 위한 우향우 행보를 하면서 경제민주화를 버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일고 있는 마당이다. 박 후보는 어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보다 분명한 구상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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