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박근혜, ‘긴급조치 보상법’ 발의에… 법조계 ‘보상과 배상’도 구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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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6일 유신헌법에 의한 긴급조치로 피해받은 사람들을 구제하는 ‘긴급조치 피해자 보상법’을 공동 발의하자 법조계가 박 후보의 법 인식을 문제삼고 나섰다.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의 한광옥 위원장은 간사인 하태경 의원과 함께 이날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헌법 제8호에 근거한 긴급조치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옥고를 치르거나 형사상 불이익을 받았음에도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광옥 위원장이 언급한 ‘대한민국 헌법 제8호’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유신을 선포하고 대통령에게 권한을 집중시킨 유신헌법을 가리킨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이 명시한 대통령에게 주어진 초헌법적 권한을 의미한다.이 법안은 하태경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고, 박근혜 후보를 포함해 문대성, 서병수 의원 등 새누리당 20명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하 의원은 “박 후보가 이 법안에 서명하기까지 고심이 많았다. 과거사의 그늘을 지우고 국민대통합을 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일부 법조계에서는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법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법대)는 22일 트위터에 “박근혜 후보가 긴급조치 피해자 보상법을 발의한다고 하는데 법원도 보상이 아닌 국가배상 판결을 내리고 있다. 긴급조치 자체가 불법이고 범죄이기에 보상은 당치 않다”고 밝혔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23일 트위터에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배상, 적법행위에 대해서는 보상인데 보상법이라면 긴급조치가 적법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긴급조치는 인권을 유린한 행위로 위헌, 무효이기 때문에 긴급조치 보상법은 명칭부터 위헌”이라고 적었다.실제로 법원은 긴급조치의 위법성을 인정해왔다. 대법원은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는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어서 유신헌법에 위반돼 위헌이고, 현행 헌법에 비추어봐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2년 5월 긴급조치 1호 피해자 오종상씨 가족들에게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 자명하다. 오씨의 가족 4명에게 9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인혁당 사법살인’의 배경이 된 긴급조치 4호 역시 위헌이라는 판결도 나왔다. 지난해 2월 서울고등법원은 “긴급조치 4호는 발령 당시 국가적 안위에 중대한 위협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유신헌법에 어긋나고, 현행 헌법에 비춰봐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서울 북부지법은 올 8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던 임아무개씨 등 4명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일부 누리꾼들은 박 후보의 연이은 헌법 무시 행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트위터 아이디 @ddk**는 “꼭 역사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유신’은 ‘구국의 결단’이 아니며 ‘인혁당 사건’은 ‘사법살인’이었고, ‘긴급조치’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마저 무시한 횡포’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박 후보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는 2004년 한나라당 당 대표 시절 “헌법을 지키는 것은 생명을 지키는 것과 같다. 헌법을 지키지 못하면 대한민국이라는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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