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대선후보 검증 ‘불방’시키고 박근혜 ‘홍보’ 나선 KBS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9일자 기사 '대선후보 검증 ‘불방’시키고 박근혜 ‘홍보’ 나선 KBS'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지역유세 리포트’에서 주관적·감성적 표현 남발

지난 27일 밤 10시 방송 예정이었던 KBS (2012 대선후보를 말한다)(가제)가 ‘불방’됐습니다.
(2012 대선후보를 말한다)(가제)는 3부작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 제작했습니다.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나 세금 탈루 여부 그리고 역사관 등에 대한 각종 의혹을 조명하고, 각 후보 캠프 인사들을 검증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의 ‘후보 검증’ 뉴스나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나마 주목을 받았던 프로그램이었지만 KBS측의 전격 보류로 불방됐습니다.

대선 후보 검증 ‘불방’시킨 KBS, 메인뉴스에서 ‘박근혜 홍보’ 리포트


그런데 불방의 이유가 석연찮습니다.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KBS는 지난 22일 길환영 신임 사장(당시에는 부사장)이 주재한 편성제작회의에서 ‘기획방향 및 방송시점의 적절성 측면에서 기획의 조정 및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달아 방송을 보류했다고 합니다.
기획방향과 방송시점이 부적절하다는 얘기인데 … 좀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겠습니다. 저는 이게 말인지 똥인지 헷갈립니다. 각 대선후보들과 캠프 인사들에 대해 검증을 하겠다는 게 왜 KBS 기획방향과 어긋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방송시점? KBS는 대선 끝나고 이 프로그램을 내보내겠다는 걸까요. 이 따위 논리를 ‘불방’의 이유로 들고 나올 수 있는 KBS의 철면피와 ‘배째라’식 태도에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어이가 없는 건 또 있습니다. 방송이 예정돼 있던 대선 후보 검증 프로그램을 보류시킨 KBS가 어제(28일) (뉴스9)에서 박근혜 후보에 편파적인 리포트를 내보냈습니다. 후보 검증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불방시키더니 메인뉴스에서 ‘박근혜 홍보’ 리포트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합니다.


화면구성과 리포트 내용 모두 편파적입니다. 문재인 후보 관련 리포트에선 표현이 객관적이지만 박근혜 후보 관련 리포트에선 주관적이면서 감성적인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박근혜 리포트, 주관적·감성적 표현 남발

“부은 손에 파스를 붙이고, 서민 물가를 챙기는 민생 행보도 이어갔습니다.” “충남 7개 시군을 연이어 찾는 강행군 속에서 태안 기름유출 보상 등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민심을 파고들었습니다.” (KBS [뉴스9] “충청·경기 … ‘갈등·분열 증폭’”)
박근혜 후보의 지역행보를 다룬 이 리포트는 사실 편파정도가 심합니다. 다른 방송사가 어떻게 보도했는지 한번 비교해 보시면 KBS 편파보도의 정도가 정확히 드러납니다. 한번 보시죠.
“박 후보는 유세 중간마다 전통시장을 돌며 유권자들과의 접촉면도 넓혔습니다.” (SBS)
“박 후보는 이어 예산과 당진, 천안 등 7개 도시를 한 시간 간격으로 돌며 약속을 지키는 준비된 여성대통령론과 함께 대통합을 강조했습니다.” (MBC)
이날 박근혜 후보는 충청지역 7개 도시를 돌며 유권자 지지를 호소했을 뿐입니다. MBC와 SBS가 리포트에서 사용한 표현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KBS의 경우는 완전히 다릅니다. 아니 박근혜 후보가 전통시장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는 게 어떻게 ‘서민 물가를 챙기는 민생 행보’가 될 수 있습니까? 박근혜 후보가 전통시장 가서 지지를 호소하면 서민 물가가 쭉쭉 내려간다는 얘기일까요? 대체 KBS는 이 따위 수준의 리포트를 어떻게 헤드라인으로 내보낼 수 있는 걸까요.


어이없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 지지 호소=서민물가 챙기는 민생행보’라는 특이한 관점을 선보인 KBS는 이 리포트에서 또 하나 창조적(?)인 시각을 내놓습니다.
“충남 7개 시군을 연이어 찾는 강행군 속에서 태안 기름유출 보상 등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민심을 파고들었다”는 부분인데 … 과격한 표현을 또 한 번 쓰자면, 저는 이게 정말 리포트인지 새누리당 대변인 보도자료인지 구분이 안 갑니다. 이 리포트를 기자가 쓴 건지 아니면 새누리당 대변인실 혹은 박근혜 캠프에서 만든 건지 이해불가라는 얘기입니다.
그냥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놓았다’ 정도로 하면 끝날 일인데 … 어떻게 기자가 쓴 리포트에서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민심을 파고들었다”는 표현을 쓸 수가 있을까요. 이 공약으로 박근혜 후보가 민심을 파고들었는지 기자가 어떻게 안다는 걸까요? 송영석 KBS 기자, 당신 기자 맞습니까?


후보 검증 프로그램 불방, 대선 후보 TV토론도 무산…‘홍보 리포트’만 난무

사실 이번 대선이 불과 20여 정도 밖에 남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정책이나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의 검증 노력도 미흡한 데다 박근혜 후보가 TV토론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박 후보 입장에선 TV토론에 응할 이유가 없지요. 일방적으로 ‘홍보방송’ 해주는 언론사들이 즐비해 있는 데다 공영방송 KBS는 ‘알아서’ 대선 후보 검증 프로그램을 보류시키고 있는데 굳이 스스로 검증의 영역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정도 되면 토론을 기피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를 언론사들이 일제히 질타에 나서야 하는 상황. 하지만 어제(28일)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양자 토론을 추진했다가 박 후보 측이 답을 주지 않아 결국 토론이 무산된 SBS는 “박근혜 후보가 법정 토론을 제외한 TV 토론은 회피하고 있다”는 민주통합당 입장만 리포트에서 한 줄 걸칩니다. ‘토론 기피하는 박근혜 후보’ - 이 리포트 한번 보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걸까요.


오늘자(29일)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 자질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틀이라곤 TV토론 외엔 없는” 상황입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기피증에도 불구, 11회의 대담·토론이 이뤄진”(경향 사설) 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 그런 TV토론을 특정 후보가 거부하고 있으면 당연히 이를 비판하는 게 상식이지요. 하지만 해당 방송사는 물론이고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KBS도 오늘(29일) 정치·외교와 내일(30일) 경제·사회 분야의 양자 토론을 계획했지만 박 후보 측이 사실상 거부해 토론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KBS가 박근혜 후보의 TV토론 기피를 비판하는 리포트를 내보낼 수 있을까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뭐 좋습니다. 후보 검증 프로그램도 불방, 대선 후보 TV토론도 무산, 다 좋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리포트 하나라도 똑바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에서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다니는 여러분 … 특히 방송 기자 여러분께 감히 묻습니다. 당신들 기자 맞나요? 대체 2012년 대선 국면에서 한국 언론, 방송 기자들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입이 있다면 한번 대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 거니까요.

[콘텐츠 제휴 : 노무현재단]

민동기 / 뉴스브리핑팀  |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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