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사설]박근혜·문재인 TV토론 대결 보고 싶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28일자 사설 '[사설]박근혜·문재인 TV토론 대결 보고 싶다'를 퍼왔습니다.

희한한 대선이다. 선거일이 3주도 남지 않았으나 유권자들은 후보들을 접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야권이 등록 전까지 후보 단일화로 시간을 보내는가 싶더니 야권 후보가 확정되자 여당 후보 측은 양자간 TV토론을 회피하고 있다. 대선 사상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가장 팽팽한 대결이라지만 허공에 내젓는 삿대질이 있을 뿐 구체적 쟁점들을 둘러싼 후보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후보의 면면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념의 잣대에만 의존해 편을 가르는 ‘묻지마 선거’라도 해야 할 판이다.

SBS는 어젯밤 박·문 두 후보의 양자 토론을 추진했으나 박 후보 측이 답을 주지 않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한다. KBS도 오늘 정치·외교와 내일 경제·사회 분야의 양자 토론을 계획했지만 역시 박 후보 측 사정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박 후보 측은 “(12월) 18일까지 모든 유세 일정이 지역마다 빽빽이 들어찼다”고 해명했다. 18일은 선거 전날이다. 박 후보 측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문 후보와 TV토론은 안 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박 후보 측이 ‘야권 단일후보가 확정되면 토론에 응할 것’이라고 밝혀온 것과 거리가 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에 따라 내달 4일부터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를 포함해 세 차례 실시하는 3자토론만 지켜본 뒤 투표를 하라는 건지 납득이 안된다.

TV토론은 후보들의 맨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과거의 유세 대결이 사라진 지 오래인 상황에서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 자질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틀이라곤 TV토론 외엔 없다. 대통령제의 전범으로 운위되는 미국에서도 TV토론은 대선 흐름을 좌지우지할 만큼 후보를 검증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기피증에도 불구, 11회의 대담·토론이 이뤄진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두 후보는 유세 시작과 함께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자신의 강점을 설파하고 있다. 그들이 한 유세장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이라고 해야 고작 몇 천을 넘기기 어렵다. 두 사람이 외치는 대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할 당위성을 인정받으려면 TV토론이야말로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반대로 TV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검증을 회피하겠다는 ‘꼼수’나 마찬가지다. TV토론조차 겁내면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면서 국정을 펴겠다는 약속을 믿으란 말인가. 대선 후보들의 TV토론 참여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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