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KBS대선특집 끝내 불방되면 대규모 제작거부"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8일자 기사 '"KBS대선특집 끝내 불방되면 대규모 제작거부"'를 퍼왔습니다.
KBS기자협회장 "모든 수단 강구"…시민사회 "낙하산의 추악함"

KBS 기자, PD들은 27일 방영될 예정이었던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의 '2012 대선후보를 말하다'(가제)가 갑자기 불방된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KBS기자협회와 PD협회는 28일 오후 2시 서울시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29일) 예정된 편성제작회의에서 또다시 방송불가 결정이 나올 경우 KBS PD협회와 기자협회는 즉각 길환영 사장을 응징하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KBS기자협회와 PD협회는 28일 오후 2시 서울시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대선 특집프로 무산 관련 공동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도연

KBS의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 3개월 전부터 준비해왔던 대선 특집 1부 '2012 대선후보를 말하다'(가제)는 후보의 재산 형성 과정을 비롯해 각종 의혹들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대선 특집 2부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가제)은 각 캠프의 주요인사들의 재산, 병역, 전과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정부 구성과 운영을 전망하고자 했으나 사측에 의해 보류 판정이 내려졌다.
20일 KBS 편성제작실무회의는 "1, 2부 모두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정책과 공약 중심이 아닌, 후보 관련 의혹들과 주변인들을 다루는 것이 대선 기획으로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2일 열린 본회의는 "1,2부의 경우 기획방향 및 방송시점의 적절성 측면에서 기획의 조정,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정했다.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실무회의에서 보도특집의 기획의도나 시기를 문제 삼아 보류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보도본부의 경우 기획안은 취재기자-팀장-부장-국장-본부장 등 다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기획 의도나 시점을 문제 삼은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선 후보를 검증한다는 의도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시점도 후보 등록 이후이기 때문에 거부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불방 사태가 발생한 배경으로는 길환영 KBS 사장이 꼽힌다.
함철 협회장은 "대선진실후보검증단은 노사 합의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각종 준칙들은 김인규 전 KBS 사장에게 승인 받았다"며 "(그런데) 길환영 사장이 취임한 23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통상적으로 편성센터장, 콘텐츠본부장, 기술본부장, 보도본부장이 회의를 하게 되며 이 기획은 노사 합의 사안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따라야만 했다"며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사장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길환영 사장의 인사 배치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에 할 수 있는 건 직접 편성 제작을 막는 일뿐"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계속적으로 불방 사태가 이어진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묻자, 함 협회장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특집 보도가 방송에 나가지 않게 되면, 대선을 준비하는 KBS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며 "토론 방송, 연설 방송, 개표 방송, 광고 방송, 여론조사 출구조사까지 총괄하고 있는 대선방송단 차원에서 대규모 제작거부까지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방송단도 이미 두 번이나 토론회가 무산됐기 때문에 불만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함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지금의 사태를 알릴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보도본부장 퇴진 투표도 고려하고 있다. 사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연명서 작성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에서도 '불방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8일 논평을 통해 "유권자에게 '알권리'를 보장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공영방송이 해야 할 당연한 책무"라며 "검증단이라는 역할에 맞게 후보검증 프로그램을 제작했음에도 '기획과 시점'을 문제 삼아 불방시킨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마땅히 해야만 할 일이라도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면 불방시키겠다는 '낙하산'의 추악한 모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길환영 사장은 '편파방송 종결자' '불신임 88%' '부역사장' 등의 딱지가 붙은 사람"이라며 "최소한의 체면이 있다면 방송의 공정성에서만큼은 조심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에게 상식을 기대한 적도 없지만, 첫 출근 다음 날 대선 프로그램을 불방시키는 그의 담대함과 용맹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그는 정권의 부역자, 낙하산이자 퇴진의 대상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한 행위도 모자라 정권에 부역해서 무엇을 더 얻으려 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엇을 생각하든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위원들도 28일 성명을 통해 "대선기간에 대선후보검증 보도까지 막는 자를 어느 국민이 용납하겠느냐"며 "길환영씨는 더 이상 선거에 개입하지 말고 사장직에서 물러나라"고 비판했다.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