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원전 팔아 먹고살자는 MB, 수주 실적을 보니…


이글은 2012-11-28일자 기사 '원전 팔아 먹고살자는 MB, 수주 실적을 보니…'를 퍼왔습니다.
[대선후보들은 모르는 원전의 속살·⑤] UAE 이후 한 건도 수주 못해

원자력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효자 수출품이 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는 원전이 앞으로 한국의 신(新)성장동력이라고 단호히 이야기한다. 2009년에 성사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가 근거다. 당시 공개입찰에서 프랑스의 아레바 컨소시엄과 일본 히다치, 미국 GE 컨소시엄을 누르고 수주를 따냈다. 당연히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다. 

지난 26일 라디오연설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원전 예찬론은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이 "핵심적인 미래 먹거리"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의 먹거리는 자동차와 철강·조선·전자산업이었지만, 성장을 지속하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며 "특히 그 중 원전은 핵심적인 미래 먹거리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전 1·2호기 착공식에 참석했다"며 "원전 수주로 우리가 얻는 경제적 효과는 공사비 200억 달러뿐 아니라 고급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 원전 수주 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아부다비 에미리트 펠리스 호텔에서 원전사업 주계약서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웃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은 한국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말처럼 원전이 한국 미래의 먹거리가 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원자력 발전소는 세계적으로 더는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에너지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원전을 수출하려 해도, 수입할 나라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31개국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원자력을 이용한다. 총 439기(2008년 기준)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이들 원자로 총 설비 용량은 약 372.100GW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은 전 세계 전력 생산의 약 15%를 차지한다.

원전이 가장 많이 운영되는 지역은 서유럽이다. 이들 지역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대부분은 1960~1970년대에 건설됐다. 최근 핀란드와 프랑스에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시작된 것을 제외하면 서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1980년대 말 이후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 미국, 스위스에서도 1990년대 이후에는 신규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다.

이렇게 감소 추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몇 가지 주요 사건이 존재한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겪으면서 서유럽에서 원전 건설은 쇠퇴기로 접어든다. 서유럽 지역 원전 운영 중 9개국 가운데 절반 이상인 5개국이 원자력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했다. 독일의 경우, 2011년 후쿠시마 사건 이후 원전 완전 폐쇄를 발표했다.

어디서 원전을 수주하겠다는 걸까

이처럼 원자력 선진국에서는 신규 원전을 더는 짓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어디서 원전을 수주하겠다는 걸까. 지식경제부는 1월 대통령 주재 비상대책회의에서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하겠다"고 공언했다. 키워드는 아시아와 중동 등 원전 사업에 새롭게 뛰어드는 '신흥국가'다.

1970년대와 1980년대 건설을 시작해 20년 넘게 건설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10기를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건설이 시작된 원전은 서유럽 지역이 2기, 러시아가 4기, 그리고 아시아 지역이 21기이다. 아시아에서만 약 78%의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UAE 원전 수주 이후, 중동 지역과 아시아 국가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원전을 수주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 건의 수주도 이뤄내지 못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제2 한국형 원전 수출 후보지로 꼽혔던 터키 시노프 원전 수주는 지난 10월, 사실상 한국 정부가 포기했다. 터키 원전 사업자인 한국전력은 이사회를 열고 흑해 연안 시노프에 원전 2기를 건설하기 위해 현지 건설업체와 함께 만든 페이퍼컴퍼니인 네덜란드 현지법인에 관한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정부는 2010년 6월 양해각서(MOU) 체결한 뒤 협상을 벌였다. 앞서 한전과 터키 국영발전회사(EUAS)는 2010년 3월 '시노프 지역에 한국형 원자로 2기를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서에 서명했다. 사업구조, 재원조달, 공정, 용지, 전력판매단가,인력 양성 등 원전 건설에 필요한 모든 사항에 대한 양국 공동연구도 마쳤다.

▲ 2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의 원전건설 현장에서 원자력발전소 1ㆍ2호기 착공식이 이명박 대통령과 UAE 모하메드 왕세자,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변준연 한전사장대행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은 바라카에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터키 이어 다른 나라에서도 원전 수주 '빨간불'

하지만 터키 정부가 지급보증을 꺼린 데다 전력판매단가를 낮게 책정해 협상에 진척이 없었다. 일본, 캐나다, 중국 등 수주전에 뛰어든 나라를 두고 터키 정부가 저울질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정부는 헐값 수주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에 현지 법인을 청산했다. 현지 법인을 청산했다는 건 터기 원전 수주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현재 진행 중인 베트남 원전 수주도 터키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한국과 베트남은 원전 건설을 위한 첫 번째 공식 절차인 예비타당성조사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가 평균 18개월 정도 걸리는 만큼 내년 12월 전후에는 최종 수주에 관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가 베트남 정부의 확정 절차를 거쳐 베트남 국회에서 승인을 얻으면 한국 원전 수출이 사실상 확정된다. 하지만 한국만이 아닌 일본, 프랑스, 중국 등에서도 입찰에 뛰어들어 터키 꼴이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발트해 연안의 리투아니아 원전은 우리가 프랑스와 함께 수주전을 벌였으나 원전 후보지가 연약 기반이어서 기술적인 난점이 있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이밖에 이집트는 가격 문제로 수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원전 수리를 맡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입찰 공고를 낼 분위기는 아니다.

다른 나라와 경쟁에서도 밀리는 한국

수요와 기술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있으나 공급자가 넘쳐나는 게 지금의 원전 사업인 셈이다. 문제는 한국 원전 사업은 앞으로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도 이점을 갖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UAE 수주 경쟁 때만 해도 '오일달러'를 보유한 UAE 측이 대출 등을 받아 건설비를 부담하고 한국은 원전을 지은 뒤 돈을 받았다. UAE 원전 수주를 위해 한국이 수출입은행을 통해 10조 원을 28년 동안 UAE에 빌려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한국은행에 역마진이 생긴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아랍에미리트의 국가신인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아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대출 때 역마진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비싼 이자를 주고 빌려 와 싼 이자를 받고 빌려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상당한 손해가 난다.

더구나 남은 발주국은 대다수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터기 원전 수주에서 한국이 밀린 이유도 이 같은 이유였다. 4기 원전을 짓는 터키는 총 200억 달러 공사비용 중 30%를 발주국과 수주국 양국이 나눠 부담하고, 나머지 70%는 외부 금융권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할 방침이다. PF에 투입되는 비용은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팔아 회수하는 구조다. PF는 당연히 외국에서 싼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국가가 유리하다.

국내 자금이 풍부하고 국가신용등급이 높아 저금리로 외국 돈을 끌어오기가 쉬운 일본이 부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앞으로 원전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선 싼 이자를 물고 국제시장에서 뭉칫돈을 가져올 대형 은행, 이른바 '메가뱅크'가 필연적이다. 이 경우, 금융업계의 리스크(위험)가 증폭될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원전 공사 수주에 유리하다는 점을 예로 들며 '메가뱅크'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엔 진보는 물론이고 보수 성향 경제전문가들도 메가뱅크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 대선후보들은 모르는 원전의 속살
(1) "부품 빼돌려 지은 원전, 공사자가 무섭다며 이사가기도…"
(2) '천년고도' 경주, '핵폭탄 타이머' 재깍재깍
 (3)이명박 찍었던 할배할매들 "때려 죽여도 박근혜 안 찍어"
 (4)한번 켜진 '빨간 불'은 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 후쿠시마를 기억하라

☞"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방사능 오염 생태가 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
☞체르노빌·후쿠시마, 그리고 MB의 '악연'
☞"정부는 속이고 언론도 원전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
☞'에너지 된장 국가' 한국, 대기업만 배불려
☞"시민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늘린다"


 /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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