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30일 금요일

“대선 위해 태어난 종편, 본색 드러내고 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9일자 기사 '“대선 위해 태어난 종편, 본색 드러내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종편 개국 1년] 종편 심의 제재 리스트 공개합니다

[편집자주]위법·편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1년 12월 1일 개국한 종합편성채널. 이제 개국 1년으로 평가가 되어야할 시간이다. 하지만 평가할 거리가 없다. 시청률 0%대의 채널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재방비율은 50%를 넘어가고 JTBC를 제외하고 나머지 종편채널에서는 자체 제작하는 드라마 1편 없는 실정이다. 미디어스는 종편 개국 1년을 맞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위법채널' 기획을 마련했다. 종편 개국1년,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나.


개국 1년을 맞은 종합편성채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건 수는 무려 94건(일반심의 72건, 선거방송심의 22건)이다.
재허가시 감점 대상인 법정 제재(시청자에 대한 사과, 경고, 주의)는 42건이었으며 행정제재(권고, 의견제시)는 52건이었다.
매체별로 살펴보면 (조선일보) 종편 ‘TV조선’은 총 24건(일반심의 20건, 선거방송심의 4건)의 제재를 받았다. (중앙일보) 종편 ‘JTBC’는 총 20건(일반심의 16건, 선거방송심의 4건), (동아일보) 종편 ‘채널A’는 총 25건(일반심의 17건, 선거방송심의 10건), (매일경제) 종편 ‘MBN’은 총 23건(일반심의 19건, 선거방송심의 4건)의 제재를 받았다. 

종편4사간 제재 건수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채널A의 경우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제재를 2건이나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와 (총각네야채가게)로 모두 간접광고가 문제였다. 또, 채널A (그여자그남자)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폭력 묘사와 방송 언어, 수용 수준 위반으로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종편4사가 위반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수용수준’(33건)이 27%로 가장 많았고 ‘품위유지’(13건), ‘방송언어’(13건), ‘광고효과의 제한(간접광고) 및 협찬’(13건)이 각 각 10.6%, ‘성표현’(8건) 6.5%로 뒤를 따랐다. MB정부가 당초 종편 도입 목적으로 제시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 생산’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기보다는 그야말로 ‘품위 없고’, ‘선정·폭력적인’ 콘텐츠가 많았다는 반증이다. 여기에 협찬고지까지 어겨가며 간접광고에 몰두했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당초 ‘공정성’ 논란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실제 종편 4사가 일반심의에서 ‘공정성’ 위반으로 제재 받은 건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종편의 ‘공정성’ 제재 0건, 이유는?

방통심의위는 그동안 MBC (PD수첩)의 ‘광우병 편’, ‘4대강사업 편’을 비롯해 KBS (추적60분) ‘천안함 편’에 대해 공정성 위반이라는 이유로 심의를 진행했다. 또한 CBS (김미화의 여러분)‘우석훈·선대인 편’에 대해서는 자체 모니터를 통해 법정 제재를 의결해 현재 소송 중이다. 보수신문들의 방송인 종편이 개국하면 공정성 심의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종편은 얼핏 봐도 불공정한데 공정성 제재건수가 없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윤정주 소장은 “모니터를 해봤는데 뉴스 프로그램이나 시사 토크 프로그램을 보면 노골적으로 편향적”이라며 “패널들은 보수일색으로 부르고 있고, 진보와 보수 동수로 하더라도 진행자가 보수 패널의 편을 거들어 동조하거나 뉴스 화면배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불공정이 많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방통심의위가 봐주기 심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기획국장은 종편의 시청률과 시청자군, 방통심의위의 봐주기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기획국장은 “종편 뉴스 시청률이 1% 안팎으로 보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민원에 따른 심의요청도 없는 것”이라며 “종편이 조중동 기존 신문에서 파생된 보수 언론 이미지가 강하니까 사람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보도편향에 둔감할 수 있고 해당 정파성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보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CBS (김미화의 여러분)의 경우, 방통심의위가 자체 모니터까지해서 제재를 했던 것”이라며 “그 기준을 종편에 적용했더라면 종편의 ‘공정성’ 심의 건수는 폭증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찬 기획국장은 “결과적으로 종편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방통심의위의 느슨한 심의적용이 결합돼 공정성과 관련가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 동아일보 종편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캡처

대선 다가오자 본심 드러내는 종편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종편의 정치 편향성은 짙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심의위 산하 대선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종편4사에 내린 16건의 제재 중에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필수고지항목 누락으로 낮은 수위의 제재도 있었지만 노골적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편들기를 보인 방송 프로그램이 많을 부분을 차지했다. 가장 큰 논란을 빚은 프로그램은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이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지난 6월 이봉규 시사평론가가 출연해 “시대흐름 패턴상 지금 여성 지도자가 나올 타이밍”이라며 “문재인 후보는 눈이 자신감이 없다. 대권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의 눈은 자신감이 결여됐다. 반면, 박근혜 위원장의 눈을 살아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4조(정치적중립) 위반으로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지난 7월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가 출연해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보면 젖비린내 난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윤 대표는 또한 “철딱서니 없는 20대 운동권의 유치찬란한 발상, 국가관, 어설픈 사이비 대북관”이라며 “일국의 대권 반열에 오른 사람이 내는 책이 저 정도밖에 안되냐”고 비아냥거렸다. 선거방송심의위는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윤창중 대표는 또 11월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나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더티한 작당”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계속해서 심의대상으로 올라오자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은 제작자들의 문제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TV조선도 다르지는 않다. TV조선 (뉴스쇼 판)에서 최희준 앵커는 “정수장학회 문제는 이렇습니다. 부산일보나 MBC 지분을 팔면 돈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인데, 야당을 만족시키려면 안철수 재단쯤에는 줘야 될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또, “대선을 앞두고 정치색이 아주 짙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결국은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고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영화들입니다”, “안보 문제로 여야가 정면충돌 했는데, 전체적으로 볼 때 제 느낌에는 민주당이 조금은 밀리는 듯 약해보입니다”라는 등의 코멘트로 권고 제재를 받았다.
윤정주 소장은 “종편은 대선을 위해 태어났고, 그 목적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며 “종편 가운데서도 채널A가 가장 심하다”고 비판했다. 
야당 추천 한 방통심의위원은 이와 관련해 “채널A가 가장 심각하다. 대선 등 정치철이 되면서 손톱과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종편이 그동안에는 시청률 경쟁을 위해 선정성과 엽기적인 것에만 몰두했다면 이제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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