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30일 금요일

MB가 그토록 숨기고자 한 그 보고서엔…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30일자 기사 'MB가 그토록 숨기고자 한 그 보고서엔…'를 퍼왔습니다.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6) 지구온난화의 주범, 석탄화력의 폭주를 멈춰라!

안성기, 조재현 주연의 1995년 개봉작 영화 '영원한 제국'은 왕권과 신권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정조 때를 무대로 영조의 서책을 정리하던 장종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숨진 사건으로 시작된다. 몸에 아무런 외상이 없는 이 미스테리한 죽음으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는 듯 했다. 그러나 과학의 이치에 밝은 정약용은 이 기묘한 죽음이 석탄에 의한 질식사임을 밝혀낸다. 영화에서도 그리고 있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석탄만큼 두 얼굴을 가진 광물도 흔치 않다.

'영원한 제국'에서 살인의 도구로 쓰인 석탄은 당시 사용되던 어느 땔감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열량을 자랑하며 근대화와 신문물의 상징처럼 등장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서구에서 석탄은 산업혁명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석탄갱도에 스며든 지하수를 퍼내기 위해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석탄을 사용한 증기기관을 발명하면서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 당진 화력발전소 전경 ⓒ유종준

반면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인류를 근대화로 이끈 석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명적 상흔을 역사에 남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의 일종으로, 자연적으로도 얼마든지 생성되는 물질이다. 그러나 이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배출되면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등 문제를 발생시킨 것은 2백여 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그 시초는 산업화를 위해 석탄을 사용하면서부터다.

또한 석탄은 치명적 유독가스로 인해 인류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1952년 런던 스모그 사건은 8000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석탄은 우리나라와도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 1960,70년대 석탄을 주원료로 하여 여기에 코크스, 목탄 따위를 섞어 만든 연탄은 가난한 서민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친숙한 연료였다. 구공탄 불에 고구마를 구워먹던 훈훈한 기억이며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던 안도현 시인의 시 속에서 연탄은 한 시대를 상징하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연탄이라는 연료는 1960~70년대 한 해 평균 3000여 명, 1980년 초까지 6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난한 시절의 아픈 상흔이었다. 한 동안 산업혁명의 아이콘이자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석탄은 이제 그 이면의 파괴적 독성으로 인해 퇴장을 요구받고 있다.

'저물어 가는 석탄의 시대'. 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특집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를 보면 2010년에 미국 내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단 1기도 새로 착공되지 않았으며 이는 2009년에 이은 두 해 연속 기록이다. 그야말로 "석탄은 사형대 앞에 서 있는 꼴"이라는 내용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전력회사들은 38개소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취소했으며 48개의 낡고 비효율적인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 클럽은 "석탄을 과거의 연료로 만드는 것에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축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던 석탄화력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신규건설이 취소되고 있는 이유는 석탄이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줄이기를 위한 세계적 압력 때문에 연방정부가 규제를 강화하자 석탄화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는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줄이기를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올해 신규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치를 메가와트아워(㎿h) 당 1000파운드로 설정하는 등 배출량을 규제하게 되면서 사실상 석탄화력의 신규 건설은 금지됐다. 새 기준치에 맞추려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셰일가스 발견 등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인하는 석탄화력의 퇴장을 부추기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 환경의 변화는 "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속도가 더딘 지금의 상황에서 대안은 뭐냐?"라고 반문하는 이들을 무색케 하고 있다. 셰일가스도 화석연료인 만큼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지만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석탄화력의 퇴장은 비단 미국뿐이 아니다. 덴마크와 뉴질랜드는 새로운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금지했으며 헝가리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석탄발전소가 폐쇄 직전에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201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전부 폐쇄할 계획이다. 스코틀랜드는 2025년까지 석탄발전소 전량 폐쇄와 동시에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일제히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석탄화력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2006년 국립환경원의 자료를 보면 충남은 온실가스 배출 전국 1위다. 수도 서울이나 경기도가 아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충남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시는 인구 50만 명의 천안시나 인구 25만 명의 아산시가 아니라 인구 10만 내외의 보령, 당진, 태안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물론 석탄화력 때문이다. 이 세 개 시군이 충남도 전체 16개 시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82%를 차지한다.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에게 정식 보고됐으나 채택이 되지 않은 중요한 보고서가 하나 있다. 보고서의 이름은 '기후변화의 새로운 양상과 기본 대응 방향(2011년)'. 필자가 지난 6월 이 보고서의 존재를 알고 환경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정보 부존재'라는 통지였다. 담당자의 말인즉슨 "정부에 보고는 됐으나 채택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정부는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중요한 보고서도 보고만 받고 채택하진 않나 보다.

보고서를 받는 데 실패했으니 전체 내용을 모두 알 순 없지만 (조선일보)의 2011년 11월 29일 자 해당 기사에서 정부에서 왜 그토록 이 보고서를 없는 존재로 하고 싶어 했는지 그 일단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 기상청 등 정부 8개 부처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처음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나 이 대통령은 "(파장이 클 수 있으니) 전문가 검증을 거쳐 발표하라"고 지시해 이후 약 한 달간 재검증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대동소이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유엔(UN) 산하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가 2007년 채택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종합 보고서가 예측한 기후변화 속도보다, 한반도의 기후변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극지·고산지대의 빙하가 녹으면서 2050년 우리나라 해수면 높이는 기존 전망치(9.5센티미터)의 2.8배인 27센티미터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해당하는 150제곱킬로미터 지역이 범람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안 모래사장은 32%가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됐다.

지금 시점에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 첫 조치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내뿜는 석탄화력을 줄이는 일이다.

과거 인류문명의 멸망은 핵전쟁의 발발로 인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냉전이 해체된 이후 지금은 인류문명의 종말이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일 것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원인을 알고 해결방안이 제시됐으니 앞으로 실천할 일만 남았다. 석탄이라는 이 파괴적 에너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이번 대선에서 초록에 투표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석탄화력은 이제 그만 하겠다'고 외치는 대통령 후보를 보고 싶다.(☞바로가기)


지난 4년 반, 반환경정부가 진행한 온갖 국토 파괴 사업들은 이 땅의 생명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습니다. 4대강은 중장비 굉음만 가득한 거대 공사장으로 변했고, 국토는 골프장 등 각종 개발사업에 시달렸으며 평화의 섬 제주도는 강정 미군기지 건설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흐름 속에서 정부는 신규 원전을 늘리고 있고, 구제역 대처에서 보듯 여전히 동물의 생명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태의 민주화가 가능해야 경제의 민주화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번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현 정부의 반환경 정책에 대한 심판이나 진일보한 환경정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초록정책을 공유하고 새로운 5년이 생태적 치유와 복원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범 환경진영은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웹사이트(www.vote4green.org)에서 가장 많이 초록 약속을 받은 제안들은 대선 후보들과 협약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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