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국회 처리 무산 ‘투표시간 연장’, 끝나지 않았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8일자 기사 '국회 처리 무산 ‘투표시간 연장’, 끝나지 않았다'를 퍼왔습니다.
시민사회, 다음 단계 돌입 "노동자의 참정권 보장 운동으로"

새누리당의 거부로 투표시간 연장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렸다. 결국,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시간은 기존의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투표시간 연장 요구는 올해 갑자기 불거져 나온 게 아니다. 이미 1995년 투표시간을 저녁 7시로 늘리자는 데 여야가 합의한 바가 있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였다. 국회에서도 17대부터 19대까지 투표시간 연장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꾸준히 발의돼 왔다. 심지어 18대 국회 때 친박연대 양정례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0시부터 24시까지 투표할 수 있게 현행 투표시간을 2배 늘리자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오하이오주 사례는 투표시간 연장이 무산된 한국사회에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과 민주주의 법학 연구회는 지난 13일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미 연방법원은 선거일 직전 금요일 오후 6시를 투표마감시점으로 한 오하이오주의 법령은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올해 7월 제기된 소송에 대해 8월 31일 원고 청구를 인용한 결정이 나왔고 항소심도 10월 5일 결정됐다. 모든 과정이 11월 4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속히 치러진 것이다. 반면, 한국 상황은 지난 10월 초 민변이 투표시간을 6시로 한정한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지만 수용되지 못했다.   

마지막 기회마저 저버린 새누리당

▲ 새누리당 인사들은 그간 여러 가지 발언으로 투표시간 연장 반대 의사를 밝혔다. 투표권 보장 공동행동은 이를 정리해 피켓을 만들었다. 황영민 간사는 피켓의 내용을 웹상에도 게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스

당초 국회에서 투표시간 연장 법안을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처리한다면 이번 대선부터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었다. 민변은 헌법 53조 7항을 근거로 “상임위 합의 후 국회 본회의를 바로 열어 해당 개정안에 대한 처리를 할 때 발효 시점을 ‘공포 즉시’로 하면 (12월에 처리되더라도)대선 전에 효력이 발생한다”고 강조한 바 잇다. 
하지만 이 또한 상임위 합의 및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지금처럼 국회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강경하게 반대하면 소용이 없는 얘기다. 실제 새누리당은 지난 19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22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투표시간 연장 논의에 나서지 않았다.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여야가 합의할 일”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관련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태환 위원장(새누리당 소속)은 “18대 국회 때 합의한 통합선거명부작성이 먼저”라며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으며, 새누리당 행안위 황영철 간사는 “OECD 국가와 비교해 현행 투표환경도 매우 좋다”라며 시기의 부적절성만 부각시켰다.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 무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민변 이혜정 변호사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 전 투표시간 연장 법안 처리 가능성에 대해 “새누리당의 의지가 보이지 않아 국회 통과는 물 건너갔다”고 전했다.
이혜정 변호사는 “기자간담회 때(13일)는 선거가 12월 19일 있으니 최소한 12월 초 합의만 해도 된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었다”면서 “22일 본회의만 통과하면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새누리당이 안건 논의를 거부해 이렇게 됐다”고 토로했다.

투표시간 연장 논의, 끝나지 않았다

국회에서의 투표시간 연장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시민사회계는 다음 작전에 돌입했다. 투표권 보장 공동행동은 지난 27일 ‘투표시간 연장안 처리 무산 규탄 및 투표권 보장을 위한 2단계 행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투표권 보장 신고센터 운영 △투표시간 보장 청구 신청 접수 및 청구대행 △주요 사업장서 투표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개최 등 7가지 계획을 발표했다. 현행법상에서 시민들의 투표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 지난 27일 투표권 보장 공동행동은 ‘투표시간 연장안 처리 무산 규탄 및 투표권 보장을 위한 2단계 행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스

투표권 보장 공동행동의 황영민 간사는 26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2단계 캠페인은 근로기준법 상에 보장돼 있는 노동자의 공민권을 바탕으로 진행된다”며 “제도개선이 안 되더라도 가능한 부분에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영민 간사는 “합리적이지 않은 반대 근거를 가지고 투표시간 연장을 무산시킨 이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기억해야 한다”며 “웹상에 ‘기억해야 할 정치인’을 게재해 투표시간 연장 무산에 대한 규탄의 의미로 남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황 간사는 “선거방송 토론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포함해 참정권 관련 사안을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정책 의제로 토론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투표시간 연장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도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투표시간이 연장되지 않더라도 노동자들의 참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캠프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선미 의원은 “이번 투표시간 연장 논의 과정에서 면피성 발언이긴 했지만 새누리당 역시 참정권 보장 및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대선 이후라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들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정 수습기자  |  poorenbyu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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