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사설]주목되는 진보진영의 북한인권 인식 변화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26일자 사설 '[사설]주목되는 진보진영의 북한인권 인식 변화'를 퍼왔습니다.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그간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남북 화해·협력정책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모인 한반도 평화포럼이 지난 주말 창립 3주년에 즈음해 발표한 ‘2013년 체제를 위한 제언’을 통해서다. 제언은 남북관계의 특성을 고려해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를 꺼려온 그간의 입장에 대해 국민여론이 공감하지 않고 있다는 성찰에서 출발,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북한 주민의 인권(자유권) 신장과 생존권적 기본권 보장이라는 양 갈래의 인권 문제에 대해 등가의 문제의식을 갖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과 상시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유엔 인권결의안에 찬성을 표하고 필요시 북한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분법적 진영논리를 탈피해 북한인권 문제에서 공감대를 찾을 것을 주문해온 우리는 진보 인사들의 이 같은 변화 모색을 환영한다.

진보진영의 제안은 북한의 수용 정도에 따라 착근하기까지 녹록지 않은 조정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인권대화를 가져온 북한으로서도 전혀 생뚱맞은 것은 아니다. 북한이 그동안 외부의 인권 문제 제기에 과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자존심을 중시하는 체제의 특성과 함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기저에 체제붕괴라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권 문제를 정치적, 이념적인 문제와 분리시켜야 한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결정적으로 악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면서부터다. 남측이 상시적인 인도적 지원과 함께 북한인권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면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이례적으로 주민들에 대한 일선 인민보안원(경찰)들의 인권유린 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북한 당국 역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유화·강경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난 균형잡힌 대북정책의 추진을 공약했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대북 인도적 지원을 투명하게 추진할 것도 다짐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과도하게 이념화, 정치화하는 한 진보진영과의 공감대 도출은 물론, 북한인권 개선이라는 본연의 목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인도적 지원과 마찬가지로 북한인권 문제에서도 탈정치화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북한인권 문제는 최근의 대북 전단 보내기 소동과 같이 일부 소란스러운 반북단체의 정치적 퍼포먼스로 전락했다. 이번 한반도 평화포럼 제안을 진보와 보수가 담을 허무는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