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KBS 뉴스, 87년 대선 당시 수준 전락 우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28일자 기사 '“KBS 뉴스, 87년 대선 당시 수준 전락 우려”'를 퍼왔습니다.
18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돌입… 방송사 ‘편파방송’ 경계령

대선후보 등록 마감에 이어 2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서 방송사 내부에서는 방송이 박근혜 편향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비상감시체제를 가동하는 등 ‘편파보도 경계령’이 내려졌다.

일부 방송에서는 뉴스의 내용 뿐 아니라 이미지에서도 교묘하게 박근혜 후보에 유리하고 문재인 후보에 불리한 ‘조작’의 수준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KBS 새노조(위원장 김현석·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조직을 대선방송 감시체제로 전환했다.

KBS 새노조는 TV프로그램과 라디오 프로그램은 주간 단위의 감시(모니터)보고서를, KBS 뉴스의 경우 매일 모니터한 보고서를 내기로 했다. KBS 새노조는 지난 6월 파업 복귀 이후 도입한 대선공정방송위원회(사장과 양대노조위원장 출석)를 오는 29일 개최해 △대선후보검증 프로그램 불방 △야권후보 단일화 토론시간 변경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무산 △김태호 새누리당 욕설 뉴스 축소 건을 추궁하고, 대선후보 의혹제기 보도의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26일 KBS 9시 뉴스 4번째 순서로 방송된 "유권자를 잡아라" 리포트

이와 함께 KBS 야당이사들도 ‘대선보도 평가팀’을 구성해 27일부터 매일 모니터를 한 뒤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사회에 이 팀을 설치하자는 안건을 올렸으나 부결되자 별도의 실무팀을 꾸려 모니터활동을 벌이고 있다.

KBS는 지난 26일 방송된 (뉴스9)에서 4번째 리포트 ‘“유권자를 잡아라”’에서 동영상 로고송·유세단·유세차 준비를 전하면서 박근혜 후보엔 20초동안 로고송을, 문재인 후보엔 11초만 사용했을 뿐 아니라 박 후보 영상엔 많은 인파를 배경으로 한 영상이, 문 후보엔 주로 정지영상 화면을 사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최문호 KBS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27일 “현재 KBS 뉴스와 프로그램의 양상이 1987년 대선 때 방송처럼 여당 후보에 불리하거나 불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축소 누락하고, 뉴스에 사용되는 영상도 여당 후보에겐 웃고 있거나 풀샷 영상을, 야당후보엔 후보 얼굴을 클로즈업시키는 방식을 쓰기 시작했다”며 “이미지 조작이 우려돼 비상상태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MBC도 1995년 이후 입사한 서울본사 소속 기자 120명 전원이 지난 26일부터 ‘사내 대선보도 모니터링’ 활동에 돌입했다. MBC 기자들은 의무적으로 모니터한 결과를 모아서 MBC 보도국 게시판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정치뉴스의 편파성을 감시하고 있다.

이재훈 MBC 노동조합 민실위 간사는 “현재 MBC 뉴스는 교묘하게 양쪽의 분란과 불협화음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보도해왔다”며 “정치부 기자들이 박근혜 캠프의 일원으로 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파보도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SBS도 지난 26일부터 100명에 이르는 기자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사내 대선보도 모니터링 활동’에 들어갔다. 주요 모니터링 대상은 8시 메인뉴스이며 대선과 관련된 모든 SBS의 방송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방송위원회는 26일간 진행되는 모니터링에 참가 대상자들이 하루씩 참여할 수 있도록 26개조로 나눈 뒤 해당 일자를 각자에게 공지한다. 이렇게 매일 모아지는 사내 모니터링 자료는 공정방송위원회 명의로 다음날 오전 바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게 전달된 뒤 보도본부 온라인 게시판에 공개된다.

이와 함께 보도전문채널인 YTN도 대선공정방송감시센터를 개설해 대선보도 감시에 나섰다. 임장혁 YTN 노조 공추위 간사는 “YTN의 공정성 담보를 위해 구성원 모두가 공정보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센터를 개설했다”며 “제보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이후 YTN의 보도 시스템과 보도국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정성에 대해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배경은 시민 열광… 문재인은 혼자”[해설] 대선보도감시 ‘비상’ “KBS 뉴스 87년 대선 때 떠올라” 방송사들 편파방송 극심

18대 대선 선거전이 본격 돌입하면서 방송사의 편파보도가 내부에서도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장기파업을 겪고도 KBS MBC 등 주요 방송사 TV뉴스에 대한 편파보도 시비는 줄어들기보다는 대선에 가까워지면서 더욱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KBS, 박근혜엔 역동적인 영상…문재인은 정지된 화면KBS는 지난 26일 내보낸 9시뉴스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로고송을 소개하면서 두 후보에 대해 이미지와 영상을 편파적으로 배분했다. 

KBS는 박근혜 로고송의 경우 걸그룹 포미닛의 ‘핫이슈’를 개사한 노래를 틀면서 웃고 있는 박 후보의 모습과 수많은 사람에 둘러싸인 모습을 내보낸 반면, 문재인 후보의 경우 시스타의 ‘소쿨’을 개사한 로고송을 틀면서도 유독 영상은 정지된 화면을 내보냈다. 또한 뉴스 뒷부분 16초 동안 화면 절반을 나눠 박 후보와 문 후보의 로고송을 겹쳐 보여준 장면에서는 박 후보는 유세현장을 다니며 많은 시민과 함께 있는 모습을, 문 후보는 정지된 문 후보 얼굴과 포스터만 클로즈업한 화면이 나왔다. 누가 봐도 문 후보는 뭔가 부족해보이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불법 보도순서는 문재인-안철수-박근혜 순이에 반해 KBS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적발한 불법선거 사례를 소개한 뉴스(22일)에서는 내용 배열부터 문재인·안철수·박근혜 순으로 구성했다. 시간 배분은 문재인 24초, 안철수 20초, 그리고 박근혜 20초였다.

이 같은 뉴스를 두고 KBS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27일 “민주통합당의 경우 현수막 등에 ‛민주통합당’이 명백히 촬영돼 누가 봐도 민주통합당이 불법을 저질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편집이 됐고, 심지어 안철수의 경우 얼굴까지 내보내는 친절함을 보여준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원행사는 화면에 어떤 행사 간판도 보이지 않아서 자료화면인지 실제 적발 현장인지 구분이 안 되게 화면을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KBS는 지난 25일 9시뉴스에서 대선후보에 등록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직에 사퇴하겠다’는 실언을 한 사실은 한 줄도 싣지 않았으나 문재인 후보가 후보등록 기자회견하는 리포트에서는 문 후보가 정면에 설치한 ‘프롬프터’를 보며 읽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최문호 KBS 새노조 공추위 간사는 “현재 KBS 뉴스에서는 박근혜 후보에 불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전부 안내고 있다”며 “김태호 ‘홍어X’ 막말 뉴스는 박근혜 후보 리포트 맨 뒷부분에 한 줄 나가는데 그쳤고, 이전에도 김재원 대변인 내정자의 막말 뉴스 누락, 홍사덕 기소·정두언 기소·이상득 기소 등 여권에 불리한 뉴스는 모두 누락 내지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최 간사는 “박 후보에는 늘 인파가 많은 배경이 풀샷으로 촬영되고 늘 웃는 모습인 반면, 안철수 문재인은 후보 자체를 클로즈업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조작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87년도 불공정 대선방송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MBC도 편향보도 극심MBC 뉴스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훈 MBC 노조 민실위 간사는 “편향된 사람으로 구성된 정치부에서 편향된 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편향된 시각을 갖고 기사를 써왔던 사람들이 정치부의 주요 축을 이루고 있고 파업에 불참했던 기자들이 이들을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간사는 “단일화 국면의 뉴스를 보면, 기본적으로 여당에는 충실한 취재하고 있지만, 야권에 대해서는 보도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는 날 SBS 뉴스를 보면 정치부 기자의 야당 출입 기자가 중계차로 사퇴 소식을 전했으나 MBC는 전화연결을 할 정도로 준비가 돼있지가 않다”고 말했다.

김종욱 YTN 위원장은 “지금 대선 정국에 있어서 돌출상황 내지 후보 사퇴표명 등 분기점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 기동성 있게 대처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현호·이재진·조현미 기자

조현호·이재진·조현미·김병철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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