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알아서 안빼주면 악랄? 박근혜 발언 해외토픽감"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28일자 기사 '"알아서 안빼주면 악랄? 박근혜 발언 해외토픽감"'을 퍼왔습니다.
[긴급 진단] 언론인·언론학자 단체 대표 7인에게 물었다

▲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킨텍스에서 열린 '생방송 2012대선후보 TV토론'에서 송지헌 아나운서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대한노인회를 방문했을 때 악수를 사양하는 <오마이뉴스> 사진을 보여주며 해명할 기회를 주고 있다. ⓒ 오마이TV 화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악수사양 사진 악랄 발언'에 대해 언론인·언론학자 단체의 대표들은 대부분 언론과 미디어를 홍보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구시대적 관점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가 만일 권력을 잡고 대통령이 됐을 때 언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번 대응을 보면 심히 우려스운 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해석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사람도 최소한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가 지난 26일 밤 단독 TV토론에서 (오마이뉴스)의 악수 사양 사진 보도에 대해 "그 사진을 딱 찍어서 악랄하게 유포시켰다"고 발언한 것은 언론계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이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마이뉴스)는 27일 현직 언론인과 언론학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상을 대표적인 관련 단체의 대표에 한했다. 외신의 관점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 주재 외국 통신사 사진기자도 포함했다.

김정근 한국사진기자협회장은 "(오마이뉴스)가 팩트만 보도한 것을 가지고 그렇게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박 후보의 발언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은 "지나친 과민 반응이자, 특정 언론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박 후보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알아서 빼주지, 안 빼줬으니까 악랄하다' 이런 뜻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면서 "근본적으로 미디어와 언론은 단순한 홍보수단이라는 독재적이고 저열한 인식"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외국 통신사 사진기자는 "박 후보의 발언은 해외토픽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도의 대상이 된 사람이 자신에게 불리하니까 그렇게 공격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효성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상 심사위원장은 "이번 일은 박 후보가 기본적으로 언론 기능에 대해서, 또 사진의 순간포착에 대해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박 후보가 만일 권력을 잡고 대통령이 됐을 때 언론을 어떻게 다루고 대할 것인가, 이번 대응을 보면 심히 우려스러운 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악랄이라는 단어까지 쓴 것에 대해 솔직히 언어구사력이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은 "의 사진은 보도가치가 있었다"면서 "그 정도 사진도 못나가고 후보가 원하는 사진만 나가야 한다면 언론기관을 홍보대행사 정도로 보는 증거"라고 말했다.

정연우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이번 발언으로 박 후보의 언론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여유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누리꾼들이 사진을 가공해 SNS를 통해 유통한 것에 대해서도 비꼬고 비틀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누리꾼들의 특성이라며 "그런 것을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악랄하다고까지 표현한 것은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는 것이고, 누리꾼들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사진과 박근혜 후보의 발언 전문

▲ 이 사진이 악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단독 TV토론에 나와 "악랄하게 유포했다"고 발언한 사진. 지난 11월 5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한 지지자가 울음을 터뜨리며 다가와 손을 잡으려 하자 "손이 아프다"며 악수를 사양하고 있다. ⓒ 권우성

"어르신들이 제 손을 꽉 잡아서 제 손이 부실하다. 악수도 많이 하고 반갑다고 하면서 꽉 잡는 분도 많아서. 그(해당 여성이 다가오기) 전에 어르신이 잡은 게 아팠다. 그래서 제가 (손을 뒤로하면서) 이렇게 하고 주무르면서 마사지를 하고 있는데, 어르신이 오신 거다. '손이 아파서'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사진을 딱 찍어서 악랄하게 유포를 시켰다. 어르신이 사정을 알고 (당시 상황이) '사람을 차별하는 게 아니다'라고 인터뷰까지 한 동영상이 떴다." (2012년 11월 26일 밤 단독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

다음은 각 언론인, 언론학자 단체 대표의 발언 전문이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

"지나친 과민반응이자 특정 언론에 대한 편견 드러낸 것"

"의 사진은 '표현의 자유', '뉴스의 가치'라는 기준에 비추어 보도할 타당한 이유가 있으며 상황설명도 객관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가 전국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악랄하게 유포했다고 한 발언은 선거를 앞둔 미묘한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나친 과민 반응이자, 특정 언론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김정근 한국사진기자협회장]
 

"캡션에 손이 아파서 악수를 사양했다고 밝혔다면 문제 없다"
 

"캡션(사진설명)에 손이 아파서 악수를 사양했다고 밝혔다면 문제가 없다. 언론사가 보도한 사진에 누리꾼이 무슨 설명을 다는 것은 누리꾼의 해석 문제이지 언론사의 보도 자체가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박근혜 후보의 발언에는 문제가 있다. 가 팩트만 보도한 것을 가지고 그렇게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거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근본적으로 언론을 단순한 홍보수단으로 보는 것"

"말이 안된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일단 그 자체 캡션(사진설명)만 가지고도 다른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박근혜가 그만큼 인기가 좋아서 악수 공세에 시달렸구나' 하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악랄하다? 두 번째로 기사가 전체적으로 당시 현장을 다양한 각도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다른 사진에서도 분위기가 읽힌다. 그날 현장이 어떤 의미인가, 어떤 분위기인가, 설명이 다 되는데, 그 사진만 가지고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세 번째로 만약 박 후보 측에서 합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기껏해야 '캡션이 좀 부족했다' 이 정도 항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딱 그 선까지이지, '악랄하다'는 말이 안된다. 

이런 태도는 기본적으로 '알아서 빼주지, 안 빼줬으니까 악랄하다' 이런 뜻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박 후보의 깊은 곳에 있는, 미디어와 언론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여지없는 보여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미디어와 언론은 단순한 홍보수단이라는 독재적이고 저열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역할에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니 '악랄'이라는 표현으로 나온 것 아닌가." 

[OOO 외국 통신사 사진기자(익명 요청)]
 

"박 후보 발언은 해외토픽감... 천박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해외토픽감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박 후보의 대 언론관이나 일반 시민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사진이 처음 보도될 때도 봤다. 사진기자가 사진으로 팩트만 보도한 것인데 일부러 악의적으로 유포시켰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당 대통령 후보의 천박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관계도 틀리다. 언론사 특성상 보도가 되면 그 다음부터는 인터넷이나 SNS에서 전파가 된다. 기자가 유포한 게 아니다. 누리꾼들도 그 사진을 문제제기 차원에서 공유한 것이다. 악랄하게 유포했다는 건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 

뒤집어 보면, (오마이뉴스)가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언론사는 아니고, 본인들도 알고 있을 거다. 만약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매체가 보도했다면 해명을 하고 설명을 하지 않았을까. 비판적인 언론사니까 경고한 게 아닐까. 외신 같은 경우는 현직 대통령이든, 전쟁에서 싸우는 군인이든, 여야 후보든, 대상이 누구든 보도 내용의 유불리를 생각하지 않고 상황 자체를 뉴스로 본다. 그 대상이 된 사람이 자신에게 불리하니까 그렇게 공격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효성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상 심사위원장]
 

"대통령 됐을 때 언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우려스럽다"
 

"이번 일은 박근혜 후보가 기본적으로 언론 기능에 대해서, 또 사진의 순간포착에 대해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의 자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에 관한 것은 자신이 판단할 때 무조건 유리하고 좋게만 해야 한다는 것인가. 박 후보가 만일 권력을 잡고 대통령이 됐을 때 언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번 대응을 보면 심히 우려스운 바가 있다. 

'악랄'이란 그냥 나쁘다는 정도가 아니고 아주 최고 수준의 나쁜 것을 표현하는, 그것도 아주 의도적이고 고약하게 했다는 것 아닌가. 내가 보기에 (오마이뉴스)가 무슨 고약한 의도로 한 것이 아니고, 그런 순간 상황 포착, 보통 악수하는 장면만 나오는데 손이 아파서 뒤로 빼는 장면도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악랄이라는 단어까지 쓴 것에 대해 솔직히 언어 구사력이 의심된다. 극단적인 용어밖에 쓰지 못하는 사람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이 안타깝다." 

[정연우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마이뉴스)의 보도는 당연한 것이고 굉장히 재미있는 상황을 전달한 것이다. 악의적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 다만 누리꾼들이 그것을 가지고 악의적으로 이용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박근혜 후보가 '악랄하게 유포했다'고 한 주체는 (오마이뉴스)보다는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통시킨 누리꾼들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 같다. 

이번 발언으로 박 후보의 언론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여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게 누리꾼들의 특성이다. 비꼬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름대로 창의적으로 표현하기고 하고, 주장하기도 하고, 그러는 거다. 그런 것을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악랄하다고까지 표현한 것은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는 것이고, 누리꾼들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니까 속으로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여당 대통령 후보라면 그런 정도는 받아들이는 아량이 아쉽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
 

"보도가치 있는 사진... 과민반응 이해 못하겠다"
 

"당연히 나갔어야 하는 사진이다. 천편일률적인 악수 사진보다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얼마나 힘겨운가를 보여주는, 보도가치가 있는 사진이다. 사진에 찍힌 장면이 악랄해 보이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과민반응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그 정도 사진도 못나가고 후보가 원하는 사진만 나가야 한다면 언론기관을 홍보대행사 정도로 보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선거를 보면 각 캠프에서 너무 이미지 메이킹에 신경을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 선거는 모델을 뽑는 이벤트가 아니다. 공직을 맡을 리더를 뽑는 가장 중요한 절차다. 능력과 공약을 검증하기 위해서도 이벤트 위주의 선거가 지양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런 사진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후보가 그렇게 반응하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 

이병한(han)
최지용(endof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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