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안철수가 말한 ‘지지자의 입장’, 무슨 뜻일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28일자 기사 '안철수가 말한 ‘지지자의 입장’, 무슨 뜻일까?'를 퍼왔습니다.
‘계기와 명분’ 필요한 안철수… “문재인, 안철수만 보지 말고 결기 가져야” 주문도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8일 향후 거취에 대해 언급했다. 그런데 애매하다. “개인의 입장이 아닌 지지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는 것이 안 후보 발언의 전부다. 이 외에 향후 계획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후보가 사퇴한 이후,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의 5~60%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 밝혔으며 15~20%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층으로 이동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25~30%는 부동층으로 넘어갔다. 그럼 안철수 전 후보가 말한 ‘지지자의 뜻’은 무엇일까?  문재인 후보 지지로 넘어간 다수 지지자의 입장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미련을 버리지 못해 마음 줄 곳 몰라하는 부동층으로 전환한 소수 지지자들의 입장을 말하는 것일까. 안 캠프측의 관계자들도 그 해석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이번 주 내 캠프 해단식을 갖고, 이후 문재인 후보와 만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날 안 전 후보는 캠프 방문 뒤 다시 서울을 떠났다. 해단식도 언제 하리란 전망이 없다. 유민영 대변인은 캠프 해단식에 대해 “따로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 아직 안 전 후보는 문재인 후보 지원여부에 대해 숙고 중인 것으로 보인다. 23일 후보 사퇴 당시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라며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가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은 잠시 미뤄진다”며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복잡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낸  안 후보가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공동 생중계로 100분간 진행되는 후보단일화 TV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부동층으로 돌아선 지지자들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강한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의 세종시 유세 참여에 대해서도 사실상 친노진영이 기득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정치쇄신과 기득권 포기라는 활로를 열지 않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당장 문재인 후보를 직접 지원하기는 행동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엿보이듯 이들 부동층으로 바뀐 지지자들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아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측으로서도 답답해하고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들은 안 후보의 이날 발언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해 “해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문 후보측도 내부적으로 안 후보가 필요한 '명분'과 '계기 '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안후보의 가장 적극적인 지지층이었던 호남지역의 경우, 안 전 후보측을 위해 지역선대위원장 자리를 다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정도로 안 후보측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하다. 민주당 차원에서 더 큰 기득권의 포기선언과 행위들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뒤 캠프를 떠나며 승합차에 오르고 있다.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눈시울을 붉힌 채 뒤를 따르고 있다.

관련하여, 문재인 캠프의 한 관계자는 "호남지역 등 기득권을 가진 의원들이 스스로 머리를 깍지 못하고 있다"며 "상징적인 인물들이 먼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도나 정책의 쇄신도 중요하겠지만, 국민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결국 인적 쇄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인사들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안철수 전 후보에게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통합당  외부 인사들은 일단 문재인 후보 측이 안 후보의 캠프 결합에 목을 매지 말고 자립하는게 우선이라 충고하고 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28일 트위터를 통해 “이길 수 있는 싸움인데 아직 못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도와주길 기다리지 마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권력을 빼앗아 오려는 도전자답게 결기와 투지가 넘쳐야 한다. 이대로 가면 진다”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문 후보는 안철수 바라보지 말고 단일후보로서 박근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며 제 길을 가야 한다”며 “그 쪽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대비하라. 최악의 경우에도 스스로 이기겠다는 결기가 느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어 “안철수 캠프의 공약 중에서 합리적 핵심은 추려 내용적으로 단일화를 완성하고, 그 콘텐츠로 보수로 회귀한 박근혜 캠프와 정면 대결을 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이 정권을 5년 더 연장해서는 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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