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평검사회의도 윗선 지시? “검찰 문닫을 모양” 내부 부글부글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28일자 기사 '평검사회의도 윗선 지시? “검찰 문닫을 모양” 내부 부글부글'을 퍼왔습니다.

ㆍ윤대해 검사 검찰개혁 주장 글 ‘각본’ 묘사 파장

검찰의 자성과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내부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렸던 검사가 동료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27일 공개됐다. 게시판에 올린 글이 사실은 ‘여론 호도용’이라고 밝히는 내용이다. 문자메시지 내용이 알려지면서 현재 일선 검사들이 열고 있는 평검사회의도 수뇌부와의 교감 아래 진행되는 ‘위장개혁’의 일환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듣고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 이상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는 말도 나왔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오는 30일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국민들이 진정성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검사들은 내다봤다.

이날 서울남부지검 윤대해 검사(42·사법연수원 29기)가 지난 25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에 있는 동료 김모 검사(29기)에게 보낸 원고지 약 12장 분량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이 문자메시지는 윤 검사가 한 방송사 기자에게 잘못 전송하는 바람에 외부에 알려졌다.

윤 검사는 앞서 지난 24일 내부게시판에 실명으로 “검찰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아니라고 할 자신이 없다. 검찰 수사가 정치·재벌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 법과 원칙대로 제대로 행사돼 왔는지 의심이 드는 경우도 많다”는 글을 올려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동료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그는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윤 검사는 문자메시지에서 “내가 올린 개혁방안도 사실 별거 아니고 우리 검찰에 불리할 것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언론에서는 그런 방안이 상당히 개혁적인 방안인 것처럼 보도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열리고 있는 평검사회의도 각본의 일환처럼 묘사했다. 그는 “일선 청에서 평검사회의를 개최하고… 이런 분위기 속에 총장님이 큰 결단을 하는 모양으로 가야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검사는 문자메시지에서 ‘정치검찰’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이번에는 박근혜가 될 것”이라며 “중수부 폐지와 공수처는 개혁방안으로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안철수의 사퇴는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고 결국 문재인이 떨어지게 만든 후(즉 박근혜가 된 후) 민주당이 혼란에 빠졌을 때 신당 창당을 통해 민주당 세력을 일부 흡수하면서 야당 대표로 국정 수업을 쌓고 계속 유력 대선주자로 있다가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된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윤 검사의 문자메시지 내용이 알려진 뒤 검찰 안팎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평검사는 “윤 검사는 정치를 하려거든 검찰을 떠나라”고 했다. 또 다른 평검사는 “국민들이 ‘정치검찰’이라고 욕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이로써 검찰의 자체 개혁 논의는 완전히 끝장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검찰이 정말 문을 닫을 모양”이라고 했다.

윤 검사가 대검 기획조정부에 있는 검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에도 비판이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처음부터 검찰개혁에 대해 말을 하지 말든가. 유명해지고 싶어 떠든 다음 수뇌부에 변명하겠다는 거 아니냐”며 “비겁한 태도”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윤 검사가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글을 올렸을 때는 ‘평검사 중 이런 검사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겼다”며 “문자의 내용대로라면 검찰은 자정기능을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대 총장은 검사들의 잇단 비리와 관련해 오는 30일 검찰개혁안이 포함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오는 개혁안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만 들을 것이라고 일선 검사들은 말했다.

대검찰청은 27일 “윤 검사의 문자메시지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행동과 견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는 윤 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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