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4대강 보의 붕괴 위험을 보며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28일자 기사 '4대강 보의 붕괴 위험을 보며'를 퍼왓습니다.
[창비주간논평]

한반도 대운하가 촛불에 밀려 아침이슬과 함께 사라지는 듯하다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모래 팔아 8조원을 마련하겠다는 운하 계획이 4대강사업에서는 모래 퍼내느라 오히려 5조원이 들어갔는데, 준설 예산에서 13조원의 오차가 생겼다. 무모했던 것이 운하 계획이었다면, 4대강사업이 끝난 시점에서 평가했을 때 그 결과는 허망하기 그지없다.

지난봄 산간·농촌지역에 가뭄이 들었는데 4대강사업으로 확보한 13억톤의 물은 잠자고 있었다. 홍수 예방이라는 방향은 옳은데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4대강 본류는 지난 40여년간 정부가 꾸준히 투자를 하여 100년 빈도 홍수에도 안전한 하천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 건설로 물이 고이게 하고 준설로 모래의 자정능력을 감소시켰는데도 수질이 개선된다고 하는 것이 정부의 논리였다. 지난여름 한강과 낙동강은 부영양화(富營養化)로 녹조가 번무했고, 가을에는 금강과 낙동강에서 수만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다. 녹조가 발생했는데도 그 원인을 밝히는 데 침묵했고, 물고기 떼죽음은 미스터리인데 4대강사업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정부의 대응이었다. 당초 4대강사업은 물과 관련된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4대강사업, 심각한 부작용에다 보 붕괴 위험까지


4대강사업으로 만들겠다는 34만개의 일자리는 후한 점수를 주어도 2만여개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대부분 임시직이었는데 그것 역시 4대강사업 준공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2조원 예산이 투입된 4대강사업이 40조원 생산유발효과를 일으킨다고 했던 것도 허수에 불과했다. 4대강사업의 목적이 신기루였음이 밝혀진 마당에 자전거도로 홍보가 유일한 자랑거리로 남았다. 애초 부대사업이었던 것이 이제 4대강사업의 주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사실과 진실이 빠진 일방적 홍보는 일시적으로 사람들을 속일 수 있지만 그것이 허구였음이 밝혀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지난 11월 중순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이 공동으로 낙동강에 건설된 8개 보 중 함안보, 합천보, 칠곡보, 상주보의 안전성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보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고 일부 보에서는 붕괴가 진행되는 수준이었다. 함안보 하류부에서는 대규모 세굴(洗掘, 강에서 흐르는 물로 기슭이나 바닥의 토사가 씻겨 파임) 현상이 발생했는데 그 규모가 길이방향으로 약 500m, 깊이방향으로 최대 21m에 이른다. 즉 아파트 7∼8층 깊이(21m)에 해당하는 모래가 파여나간 것이다. 그리고 바닥보호공(保護工, 유속을 약화시켜 하상의 세굴을 방지하고 보의 본체 및 물받이공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 일부도 유실된 상태다.

합천보의 경우 책상 크기만한 콘크리트 조각들이 하류 지역에 널려 있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함천보 구조물의 일부가 파손되었다는 직접 증거다. 칠곡보에서는 보 본체와 일체(一體)로 만들어진 물받이공(水叩工, 보의 낙차에 의해 생기는 물의 힘을 약화시켜 세굴을 방지하는 시설)에 대규모 균열이 발생하여 물받이공이 떨어져나갔다. 균열이 발생한 콘크리트의 두께는 1m다. 보의 일부가 유실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상주보에서도 발생했다. 바닥보호공 역시 심하게 유실되거나 훼손되었다.

더 자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보(洑)의 구조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본체와 물받이공은 콘크리트를 이용하여 일체로 만든다. 보는 모래 위에 설치하는 하천구조물이기 때문에 모래가 유실되지 않도록 물받이공 하류에 바닥보호공을 두는데, 콘크리트 블록, 사석, 돌망태 등으로 만든다. 그리고 보 아래에 있는 모래층을 통해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시트파일(sheet pile)을 설치하지만 토압(土壓)과 수압(水壓) 때문에 영구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다. 즉 시트파일에서 변형이 발생하여 물이 보 밑으로 샐 수 있다는 뜻이다.


커지는 부실공사 의혹, 애써 외면하는 국토부

국토해양부가 승인하고 한국수자원학회가 발간한 (하천설계기준·해설)(2009)에 따르면 '세굴로 인하여 보 본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바닥보호공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보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자 보도해명자료(2012.11.19)를 통해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의 변형이 보 본체의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만약 그렇다면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고, 유실되더라도 보강할 필요가 없다. 결국 국토부의 (하천설계기준·해설)이 잘못되었다는 의미이고 잘못된 기준으로 보를 설계했다는 뜻이다. 무엇이 국토부의 공식적 입장인지 헷갈린다.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돌아가보자. 2012년 4월 국토부가 작성한 (낙동강 준공대비 특별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 8개 보 중에서 함안보를 제외한 7개 보에서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훼손되었다. 바닥보호공이 유실되지 않았다는 함안보의 경우 이번 수중 조사에서 유실되었음을 확인했다. 게다가 칠곡보와 상주보에서도 물받이공이 주저앉는 피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보의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조건반사적 대응을 하고 있다. 보의 일부가 훼손되었음에도.

보 공사는 지난해 홍수기 전인 6, 7월경에 대부분 완료되었지만 보강공사를 하느라 준공 시점이 1년 연장되어 올해 6월경에 대부분 준공 처리되었다. 평균적으로 1년 동안 보강공사를 했다는 것은 당초 설계가 부실했거나 부실공사를 했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어렵게 준공 처리한 대부분의 보에서 홍수피해가 또 발생하여 추가로 보강공사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다. 보강공사를 할 때 각 보당 약 4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각 보마다 평균 1년간 보강공사를 했다는 사실도 문제지만, 준공 후 곧바로 홍수피해를 입어 보의 주요 구성요소가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준공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매년 홍수철마다 보에서 홍수피해를 입는다면 향후 보의 유지·관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고 그때마다 보 붕괴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올 것이다.

4대강사업 비호하는 마지막 몸부림인가

4대강사업에 대한 국토부의 대응을 보자. 4대강사업의 부작용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면 일단 부인하고, 움직일 수 없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면 애써 고개를 돌리다가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되면 '그런 사실은 인정하지만 4대강사업과는 무관하며, 보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참으로 편리하고 무책임하다. 한술 더 떠서 국토부는 '낙동강 보 붕괴 시작' 관련 기자회견 발표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민간전문가를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모습이다. 4대강사업에 대해 어떤 평가나 논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근대적 발상이다.

정책은 결코 천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4대강사업은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교과서에도 없는 급조된 논리로 4대강사업을 옹호하는 마지막 몸부림을 보면 한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우리 사회의 또다른 모습이라는 생각도 든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그런 억지가 얼마간 우리 사회를 마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강물 속에서 엄연히 살아 있다. 모래 위에 만들어진 보는 이미 유의미한 손상을 입었고 일부 보에서는 붕괴가 시작되었다. 물론 국토부는 보의 붕괴를 지연시키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 모든 논란으로부터 한발 물러나 눈을 감고 강의 분노를 느껴보자. 우리는 나그네지만 강은 내일도 흘러야 한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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