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말은 희망퇴직이지만" 직장 휩쓰는 불황 칼바람


이글은 뉴시스 2012-11-27일자 기사 '"말은 희망퇴직이지만" 직장 휩쓰는 불황 칼바람'을 퍼왔습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세계경기침체 후폭풍 가시화 제조·금융·IT업계 줄줄이 희망퇴직 접수

【서울=뉴시스】박상권 기자 = 유럽발 재정위기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제조업을 비롯해 금융·IT 등 업계 1위 기업들이 잇달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여파는 후발 기업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업계 1위인 유진기업은 인력 및 조직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이달말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차장 이상 간부급이 대상이다.

유진기업은 희망퇴직자에게 근속연수와 직급에 따라 9~12개월치 급여를 지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핵심 부서를 제외한 본사 인력 20%를 전국 사업장으로 재배치하는 등 전반적인 조직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비록 건설 경기 위축이 희망퇴직 실시 배경이라고는 하지만, 유진기업이 레미콘 업계 1위라는 점에서 이 같은 희망퇴직 실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달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 100여명의 신청자를 받았다. 세계 최대 조선소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 역시 수주액이 지난해 대비 40% 이상 빠지는 등 글로벌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업계 선두인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면, 나머지 업체들도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희망퇴직 도미노는 현대중공업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도 내수침체와 경쟁심화로 구조조정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판매부진이 지속되며 위기에 처한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달 800여명을 희망퇴직시킨 데 이어 임원들을 대거 퇴진시키는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한국지엠은 지난 6∼7월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쌍용차는 적자경영으로 지난 2009년 파업사태 때 약속했던 455명의 무급 휴직자에 대한 복직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IT도 구조조정…내년도 좋지 않을 것

이 같은 희망퇴직 붐은 제조업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삼성카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27일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며 "말 그대로 희망퇴직이기 때문에 인원이나 시기는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해 150명가량을 구조조정했다.

업계는 이번 희망퇴직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은 임원은 물론, 부장급과 일반직원까지 포함된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평균 2년치의 기본급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카드의 구조조정은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토러스증권에 따르면 최근 새로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도입 방안을 적용할 경우 삼성카드의 2013회계연도 예상 영업수익 감소액은 169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씨티은행도 경영악화를 이유로 4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희망퇴직은 2008년 300명가량의 직원을 내보낸 지 4년 만에 처음이다.

이미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을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은행은 경기 침체 탓에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줄었다.

이밖에 농협중앙회 역시 희망퇴직자를 대폭 늘려 550명 이상까지 모집할 예정이다. 이는 매년 350명 가량이 희망퇴직하던 관례에 비해 60%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미니홈피와 도토리를 무기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최근 전 직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개인정보 누출 파동과 매출 감소로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명예퇴직으로 조직을 슬림화한 뒤 그간 경쟁사에 비해 약세로 꼽혔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강화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제조업과 비(非) 제조업을 가리지 않고 희망퇴직이 유행하는 것은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후폭풍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최근 대선후보들이 제각각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연말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내년 이후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줄어들 인력 수요를 미리 감축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희망퇴직이 한계기업부터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최근의 희망퇴직은 선두권 업체들이 먼저 나서 실시하고 있다"며 "이는 내년 이후에도 경기가 좋지 않아 미리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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