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30일 금요일

[사설] 추악한 정치검찰의 말로 보여준 막장드라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9일자 기사 '[사설] 추악한 정치검찰의 말로 보여준 막장드라마'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사상 초유의 내분을 겪고 있다. 검찰총장과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감찰 문제로 정면충돌한 데 이어 어제는 검사장들이 집단적으로 한상대 검찰총장을 찾아가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일촉즉발의 장면까지 연출됐다고 한다. 결국 한상대 검찰총장은 오늘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뒤 사표를 내어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한다.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말할 것도 없이 한 총장에게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을 맡으면서 주요 사건마다 정권의 속내를 헤아리며 시녀검찰, 정치검찰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다 재벌 친구까지 봐줬다는 논란에 휘말리며 총장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성의 마지노선마저 무너뜨렸다. 어찌 보면 이제 와서야 검찰 내부에서 한상대 총장 퇴진론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 여론과 담쌓은 검찰의 퇴행적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한 총장뿐 아니라 민간인 불법사찰 등 여러 사건에 연루되고,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부리는 데 앞장서온 권재진 법무장관까지 즉각 사퇴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검찰 내부의 움직임을 보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책략만 난무할 뿐 치열하고도 진정성 있는 반성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처럼 장관·총장 사퇴로 다시 어물쩍 위기를 넘기려는 것이라면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총장과 갈등을 빚은 대검 중수부장과 사퇴를 요구한 대검 검사장들도 마찬가지다. 검찰 간부들이야말로 오늘날 검찰의 신뢰 추락을 방치하거나 사실상 주도해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이 은폐·조작·왜곡한 사건이 한둘이 아니다. 임기 초의 피디수첩,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미네르바 사건을 비롯해 한상률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내곡동 사건에 이르기까지 검찰이 진실을 뒤틀어버린 사건은 부지기수다. 이런 허물을 못 본 척 내버려두고 검찰 총수만 물러난다고 검찰이 새로 태어날 수 있을까. 검찰 개혁안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먼저다.그동안 권력 비리를 덮었다가 특검에서 왜곡 사실이 들통나도, 엉터리 표적수사로 무죄를 받아도 좌천은커녕 영전시키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검찰에서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최근의 검찰 사태는 그동안 쌓여온 이런 폐단이 고름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검찰의 미래를 이끌 소장검사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이번에도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검찰에는 미래가 없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