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박근혜의 '새빨간 현수막'을 찬양하라!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6일자 기사 '박근혜의 '새빨간 현수막'을 찬양하라!'를 퍼왔습니다.
아름다운 세상 보여주는 역사적 현수막 플레이
지난 21일 있었던 후보단일화 TV토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경제민주화 같은 것을 주장할 수 없는 시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뒤바뀐 시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은 아마도 새누리당의 당색이 ‘빨간색’으로 바뀐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 정치사에서 금기시되던 빨간색이 새누리당의 당색으로 채택됐다. 다양한 정치적 ‘영감’을 제공하는 사건이다.
당색을 따라 정책도 변하고, 선거를 앞두고 될 수 있는 한 많은 걸 던지는 것이야말로 보수정당의 최근 대세다. 전국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선거 현수막은 이 시대 가장 급진적인 ‘경제민주화’ 정당은 바로 빨간 새누리당이라고 웅변하고 있다.
물론,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현실 정치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던 김종인 위원장과 사실상 결별하며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강조를 사실상 접은 상태임을 잊어야 한다. 또한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법 개정안에 새누리당이 전혀 협조하지 않았단 점 역시 절대로 널리 알려져선 안 된다. 국회의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현실의 정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단 사실은 선거 이후에나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아무 문제없다. 정권 잡으면 달라질 것이다. 새누리당의 빨간 정책 현수막이 이를 증명한다. 아직 정권을 잡지 못해서 그렇지 정권만 잡으면 다 해줄 게 분명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다. 그걸 믿고 싶은게, 그만큼 새누리당이 내건 빨간 현수막들의 내용은 단 하나도 버리기가 아까울 만큼 내용들이 주옥같다. 선거고 뭐고 당장이라도 박근혜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박근혜 시대, 등록금 부담은 절반이 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박 후보는 ‘누구나 약속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후보가 내년 국공립대 시행, 이후 사립대 확장을 말하고 안철수 전 후보가 점진적인 확장을 말했었는데 박 후보는 가장 화끈하다. 뿐만 아니다. 고교 무상의무교육 시대가 열린다. 급식 앞에 무상이 붙는게 싫다고 국민투표까지 했던 정당이 불과 1년 여 만에 이렇게 달라졌다.
학교 교육 뿐만 아니다. 보육 서비스는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아이돌봄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맞벌이 부부는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일도, 가정도, 출산과 양육도 걱정 없는 사회’가 열린다. 청년들은 ‘취업 스펙이 타파’돼 열정과 잠재력만 있으면 누구나 취업이 가능한 세상을 맞이하게 되고, 어르신들의 임플란트도 건강 보험이 되니 그 밖의 질환들은 아마 말할 필요도 없다. 중증질환은 100% 국가가 책임진다. 아까 말했듯 임플란트도 해주는 정부인데, 중증 질환 보장은 당연하다.
빨간 현수막은 역사적 기록이다
사회적 빈곤과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혜택 그리고 양극화 문제에 있어선 더 과감하다. 브라질의 룰라나 사회주의 체제의 집권당도 감히 추진하지 못했던 개혁안들이 길거리 돌멩이처럼 부지기수로 쏟아진다. 정부는 18조의 기금을 마련해 신용 유의자의 부채는 일괄적으로 50~70% 감면해 준다. 박근혜 시대가 오기 전에 빨리 빚이라도 져야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동네 상권에 대형마트 진입은 당연히 규제된다. 골목 상권은 살리지 못하더라도 동네 상권은 지켜주는 박근혜 후보다. 카드·백화점·은행 수료는 속절없이 인하된다. 거대 유통 자본들은 이제 혼쭐나게 생겼다.
뿐만 아니다. 중소기업 주요 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다. 중소기업 개인사업자에 대한 연대보증도 폐지된다. 박 후보의 공약은 깨알 같기도 한데, 가맹점 인테리어 개조 강요까지 금지되니 자영업자가 맘껏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비정규직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건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당연하다.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 없이 새누리당의 빨간 현수막은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 행여,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그 시대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 사항이 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혹 새누리당이 집권당의 복지 정책에 발목을 잡으며 ‘좌경화’ 운운 드립을 칠 때, 넌지시 이 빨간 현수막을 그대로 돌려줘야 할지 모른다. 어떤 경우이건 가슴이 벅차오른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현란한 박근혜의 현수막 플레이가 다가 올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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