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25일자 기사 '선거판세, 안철수의 ‘백의종군’ 강도에 달렸다'를 퍼왔습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밤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26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국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양자구도로 재편되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지루한 모습으로 시도되다가 안 후보의 돌발적인 백의종군 선언으로 대선정국은 외견상 전통적인 여야 대결 구도의 모양을 갖췄다.
그러나 안 후보가 충격적인 하차를 통해 정치 개혁의 화두를 더욱 선명히 부각시키면서 남은 대선 일정에서 그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안 후보가 대선전에서 어떤 역할을 얼마만큼 하느냐가 주요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정치 혁신을 견인해 내면서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내는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경우 박근혜 후보는 어떤 면에서 두 명의 상대와 선거전을 치르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문 후보 입장에서는 안 후보 지지층이 이탈을 막기 위해 안 후보의 대선 공약을 최대한 수용하는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에는 현실 정치의 벽에 막혀 대선의 꿈을 접었지만 백의종군을 얼마나 호소력 있게 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적 입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향후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문 후보 당선을 통한 새 정권 동참으로 대권 후보 훈련 과정을 거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 후보는 정치 혁신의 깃발을 들고 단기필마의 형식으로 정당 조직도 없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박근혜 대세론을 잠재우는 파괴력을 보인 저력이 있다. 그는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짜증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감동적인 용퇴’를 하면서 그의 존재감은 원상회복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대선 정국이 어떤 식으로 든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후보는 이미 이번 대선 프레임을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로 양분 화시키는 전략을 집행하고 있어 향후 정국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과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과거와 과거’의 대결 구도로 흐를 공산도 크다. 안 후보가 과거의 부담이 없는 미래의 정치를 공약했던 것을 문 후보를 매개로 현실화시키려 할 경우 대선전의 포커스가 안 후보에게 일정 부분 집중될 개연성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조직력에 의해 대선판은 `박정희 대 노무현'의 구도라는 큰 흐름이 형성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문 후보에 대해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후계자'라는 공세를 강화하고, 민주당은 박 후보에 대해 `유신의 당사자이자 후예'로 공격하는 난타전이 큰 비중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선전은 과거 선거 때부터 지속된 것으로 안 후보가 호소력있는 정치 혁신을 앞세울 경우 분위기가 크게 바뀔 가능성도 크다.
새누리, 민주 두 진영은 대선 후보 등록이 끝나는 다음 주부터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의 포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의 유산인 정수장학회와 유신 문제 등의 과거사ㆍ역사인식 논란과 함께 후퇴한 경제민주화 공약 논란 등이 검증대상이 될 것이고, 문 후보는 무능정권으로 지탄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 참여 문제, 법무법인 부산의 부산저축은행 과다수임 논란 등이 검증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문재인' 양자 가상대결에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방빅의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어 향후 대권고지를 향한 두 후보의 피 말리는 대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이번 대선은 과거를 답습하는 식의 구태를 보이는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약해질 수도 있다. 바로 안철수 변수 때문이다. 그가 보인 신선한 충격이 구태를 좀처럼 벗지 못하는 정치권의 질적 변화를 얼마나 견인해 낼지 주목된다.
고승우 전문위원 | konews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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