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25일자 기사 'NLL 공세? 남북합의서 체결 노태우 책임부터 물어야'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극우 보수세력의 ‘색깔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새누리당이 ‘서해북방한계선(NLL) 색깔론’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8일 연평도를 전격 방문해 “NLL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며 색깔론 공세를 폈다.
박 후보는 ‘NLL 포기’를 들먹이며 “이런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공세의 기세를 올렸다. NLL 포기 세력이 정녕 존재하는가.
새누리당 쪽에서는 NLL이 영토선인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야당 쪽 대선후보들을 압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무력화로 인해 연평도 포격 사태가 벌어졌다는 비난도 나온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통일부 국정감사 발언으로 촉발된 NLL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뜨거워지는 추세다.
논란의 핵심은 NLL이 영토선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는가의 문제다. 만약 NLL이 엄연한 우리의 영토선인데, 그럼에도 영토 주권을 포기하는 발언이나 세력이 있다면 이야말로 국기를 위태롭게 하는 엄청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논란의 실체적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군사분계선(휴전선)을 설정하면서 육상의 분계선은 휴전선을 경계로 확정했지만, 해상의 군사분계선은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전협정은 해상분계선과 관련해 “상대방의 군사통제 하에 있는 육지에 인접한 해상으로 한다”고 애매한 표현으로 규정함으로써 서해에서의 남북 간 논란과 충돌의 불씨를 남기고 말았다.
당시 유엔군 사령관 클라크 대장은 1953년 8월 30일 서해 5개 도서로부터 북쪽으로 3해리가 되며, 동시에 서해 5개 도서 군과 북한 점령지의 사이를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우세한 해군력을 동원한 남한 쪽의 북진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남한 해군의 북진 한계를 내부적으로 규제하고, 남북 간 우발적 해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적 작전규칙의 일환으로 서해 북방한계선을 그은 것이다.
유엔군 사령부는 북방한계선 설정이 내부적 해군작전규칙이기 때문에 남한 해군에게만 전달하고 북한에게는 공식 통보하지 않았다. 1974년 1월 1일치 미국 중앙정보부(CIA) 문서에서도 NLL은 영토선도 해양경계선도 아니며,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한국군과 유엔군 군함들이 북쪽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그어놓은 한계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NLL은 유엔군 사령관의 작전통제권 지휘를 받는 한국군과 유엔군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선이라는 얘기다. 미국 국무부는 북방한계선 통과를 영해 침범으로는 보지 않는다. 이영호 국방장관도 1996년 7월 16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답변을 통해 “해상 북방한계선은 우리 어선이 조업 도중 잘못해 월북할 것을 우려해 우리가 임의로 설정한 북방한계선인만큼 북한에서 넘어와도 정전협정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NLL이 영토선도 해양경계선도 아니라고 하더라고 NLL 이남을 한국이 실효적 지배를 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 10조에서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을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북한은 부속합의서대로 NLL을 존중하고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NLL의 실체적 진실이 이러함에도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 쪽은 NLL이 우리의 영토선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국가적 종북세력’ 따위로 몰아붙인다. 이렇게 터무니 없는 매도를 할 요량이라면 그들은 이에 앞서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노태우 대통령의 책임부터 묻고 따져야 마땅하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의 영토선인 NLL을 노대우 대통령이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북한과의 협의 대상으로 만들었으니 이야말로 영토 주권의 포기 아니겠는가. 영토 수호의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는 이영호 국방장관의 발언도 마찬가지로 엄중한 문책 대상이 되어야 옳다.
노무현 정부가 NLL을 포기하거나 무력화하려고 했다는 새누리당 쪽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주장의 근거로 삼은 조성렬 박사의 ‘2차 정상회담 시 NLL 등 평화정착방안 보고’라는 문건을 보면, 오히려 ‘한반도평화협정 체결 시 NLL을 공식적인 경계선으로 만들자’는 정반대의 내용이 나온다.
NLL 논란을 촉발한 정문헌 의원이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단독회담도, 비밀대화록도 존재하지 않는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 정 의원은 녹취록을 북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정문헌 의원의 주장들이 거짓으로 밝혀지자 새누리당 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담록 폐기 의혹을 제기하는 등 말을 바꿔가며 트집을 잡아 NLL 논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 NLL 논란 자체가 ‘색깔론’을 통한 보수세력의 결집을 노리는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대선전략이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극우 보수세력의 ‘색깔론’ 공세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근거도 없는 주장과 거짓말 선동으로 야당 쪽 대선 후보와 지지 세력을 ‘우리의 영토선을 넘겨준 종북세력’ 따위로 매도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자극해 남남 갈등을 최대한 조장함으로써 보수세력의 표를 끌어모으자는 심산이다.
한국의 극우 보수세력은 도대체 언제까지 대북 적대감과 실체도 없는 ‘종북세력’ 따위의 ‘색깔론’으로 권력을 잡으려는가.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어떤 진정한 비전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채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타령만 늘어놓으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미국의 핵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 나타나고, 중국의 함대가 처음으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해역에 진입하는 등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는 추세다.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도 양국 함정들이 서로 대치할 정도로 동북아 정세가 매우 악화됐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지점인 한반도가 언제 두 세력의 갈등과 충돌에 휘말려 희생양이 될지 모를 판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이 건듯하면 동족 간의 적대감이나 선동질하고 ‘색깔론’이나 일삼는 극우 보수세력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망국세력이 아닌지 묻고 싶다.
이명박 정권이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간 끝에 터져버린 연평도 포격사태가 노무현 정권의 NLL 무력화 때문에 생겼다는 등 어쩌면 얼토당토않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지 기가 막힌다. 얼마 전만 해도 극우 세력의 임진각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중국이 자제를 요구하고 나설 정도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임계점에 이르러 또다시 남북 간 무력충돌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정상모·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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