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22일자 기사 'MBC, ‘박근혜 기자회견’ 불리한 뉴스라서 한 꼭지로?'를 퍼왔습니다.
박 후보 입장·야당 반응만 묶어 보도… KBS·SBS 다양한 보도와 대조적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수장학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대해 MBC가 최소한의 보도에 그치면서 자사에 불리한 뉴스를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는 21일 최대 이슈로 떠오른 박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박 후보의 입장과 야당의 반응을 묶어 전달하는데 그쳤다. 타 지상파 방송이 박 후보 입장에 대한 평가와 고 김지태씨 유족의 반응,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를 전망하는 별도의 리포트를 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MBC는 21일 를 통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 이사진이 현명하게 판단해달라며 우회적으로 이사진 사퇴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고 김지태 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를 강탈해 이름만 바꿨다는 주장에 대해 김씨의 헌납재산이 일부 포함된건 사실이지만 국내외 많은 분들의 성금과 뜻을 더해 새로 만들어진 재단이라고 반박했다"면서 박 후보의 "유족 측에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강탈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 녹취록을 전했다.
그리고 이어 MBC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과 안철수 후보 측의 대변인을 통해 반응을 전했다.
전날 기자회견 핵심은 박 후보가 "법원에서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원고패소 판결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다음 "제가 아까 강압이 없었다고 이야기했습니까. 그건 제가 잘못 말한 것 같고요"라며 말을 바꿨다는 점이다. 장학회의 국가 헌납에 대한 강압성 여부는 정수장학회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보좌진을 통해 법원 판결 내용을 인지하고 번복하긴 했지만 박 후보는 여전히 '자발적 헌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22일자 대부분 신문들도 박 후보의 입장 번복을 두고 단순한 착오로 보기 어렵고 정수장학회에 대한 박 후보의 인식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MBC는 이같은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김지태 씨가 강박에 의해 주식을 넘겼다는 것은 사법부가 적시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중대한 인식의 문제"라는 안철수 후보 캠프 측 유민영 대변인의 말을 전하는데 그쳤다.
MBC는 이어 "박근혜 후보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야권은 다시 한 번 역사인식 문제를 거론하며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리포트로 마무리했다.
MBC 보도만 보면 박 후보가 입장을 번복한 내용이 없어 야당의 반응이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오해할만한 소지가 크다.

▲ 21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반면, KBS는 첫번째 톱 뉴스로 (박근혜 정수장학회 입장 발표, '강압' 번복 논란)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전날 박 후보의 입장을 밝힌 대목 중 강압성 여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KBS는 "저의 소유물이라든가 저를 위한 정치 활동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전혀 사실 아냐…" 라는 박 후보의 발언을 전하면서도 "박 후보는 김 씨 유족이 제기한 주식 반환 청구 소송 판결을 언급하며 헌납 과정에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가 강압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라고 정정했다"고 전했다.
KBS는 별도의 리포트를 통해 민주통합당의 반응을 전하면서 "특히 법원의 판결은 정수장학회가 강압의 의해 강탈된 재산이라고 하는데도 박 후보는 이에 대한 시인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나아가 부일장학회 유족들이 박 후보를 명예 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최필립 이사장이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전했다.
SBS 보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SBS는 (8시 뉴스)에서 박 후보의 입장을 전한 리포트에 이어 다른 꼭지의 리포트를 편성해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후보가 '재산을 강탈한 역사적 사실을 무시했다'며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SBS는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고 김지태 회장이 재산을 헌납한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당시 강압에 의해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과도 배치된다"고 전했다.
SBS는 특히 세 번째 리포트로 최필립 이사장을 단독 인터뷰하고 "지금 현재 누구도 이사장직에 대해서 "그만둬야 된다", 혹은 "해야 된다"고 말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발언을 전했다.
박 후보의 입장이 우회적으로 최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르면서 어느 때보다 최 이사장의 입장이 주목을 받은 가운데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물은 것이다.
SBS는 "최필립 이사장은 자신의 임기인 2014년까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것이라면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서 "이사진이 스스로 잘 판단해서 하라는 박근혜 후보의 말도 사퇴를 촉구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같이 KBS와 SBS는 기자회견에 나온 박 후보의 발언 뿐 아니라 최필립 이사장과 고 김지태씨 유족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했지만 사실상 MBC 보도는 관련 뉴스를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21일자 SBS <8> 화면 캡쳐.8>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는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히자, 최필립 이사장이 2014년까지 임기 다하겠다고 화답(SBS 단독). 이런 최대 정치 현안을 MBC (뉴스데스크)는 꼴랑 한 꼭지"라고 비꼬았다.
이재훈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MBC 전날 보도로만 보면 MBC 시청자들이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사실관계를 오인해서 박 후보가 법원 판결문에 대해서도 입장을 번복한 부분도 왜 오인을 했는지 번복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데 유민영 대변인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그쳤다"며 "자사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해서 얼렁뚱땅 한 꼭지로 리포트할 사안이 아니다. 박 후보의 발언은 앞으로도 논란이 되고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MBC 시청자들은 전혀 이런 사실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또한 SBS가 최필립 이사장을 단독 인터뷰한 것에 대해서도 "따지고 보면 최 이사장과 가장 가까운 곳이 MBC"라며 "단독 인터뷰하려면 했을 것이다. 취재 의지조차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최근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 보도에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 인사가 제보한 것이라는 의혹이 폭로되면서 편파 보도라는 지적이 일고 있으며,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회동 녹취록이 공개되자 해당 언론사 기자를 불법 도청 혐의로 고소한 것을 자사 (뉴스데스크)로 방송하면서 '뉴스 사유화'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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